2쇄가 아니라구요?

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9화

by 이문연

모든 책에는 판권 정보가 들어가 있다. 책의 제목부터 첫판(최초판인지, 개정판인지 등), 몇 쇄가 나갔는지, 언제 세상에 나왔는지, 저자명과 출판사 명, 출판사 주소 등이 적혀 있는 걸 말한다. 책을 내기 전에는 이런 정보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첫 책을 내고 나니 모든 책을 읽고 나서 제일 관심사는 ‘얼마나 팔렸을까?’가 되었다. 물론 내가 읽은 그 책이 인쇄되었을 때의 숫자이므로 최종적으로 찍어낸 인쇄 수는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2쇄라고 적혀 있으면 ‘오~’ 4쇄 이상이면 ‘우와!’ 7쇄 이상이면 ‘대박인데!!’ 부러움에 감탄사가 절러 나온다.


<주말엔 옷장 정리>가 11월에 출간이 되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통장 정리를 하다가 출판사 이름을 봤고 인세 느낌의 돈이 들어온 걸 확인했다. 그리고 메일로 정산 내용에 대한 자료를 보내주셨는데 그런 걸 처음 받아본 나는 1쇄가 다 팔린 것에 대한 정산인 줄 알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확인도 안 하고 ‘나도 이제 2쇄 찍는 작가다!!’를 속으로 외치며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인스타에 올릴 한컷툰을 완성했다. 이 기쁨을 글로만 나눌 수 있으랴. 개발새발 솜씨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림 정도는 그려줘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될 것 같아 열심히 그린 후 인스타에 짠하고 올렸다. “여러분, 저 2쇄 찍습니다~~~”


인스타에 공표 후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담당 편집자님한테 연락이 와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작가님, 1쇄가 다 판매가 된 것은 아니구요. 하반기 정산을 12월에 해서 그것에 대해 정산해 드린~ 어쩌고 저쩌고” 얼굴이 큰 사람은 낯뜨거움도 더 크게 느끼는 걸까? 이 장면이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내 얼굴은 터져서 우주로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너무 쪽팔려서 죄송하다 말씀드린 후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정신을 차려야했다. 내가 그림을 어디에 올렸더라? 이 기쁜 심정을 인스타에만 올렸더냐! 요즘 같은 SNS 시대에 나는 블로그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는 내실 없는 유저란 말이다. 얼른 모바일 화면을 열어 업로드한 그림을 지웠다. 많이 발견되기 전에 수습되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얼굴의 열기와 몸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첫 책이 떠올랐다. 첫 책을 출간하고 나서 한 5년쯤 지났을까. 아니 그 전이었나. 대표님한테 책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다. 여전히 재고가 있는지 아니면 거의 판매가 되었는지. 대표님은 500권의 책이 파쇄되었다는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1쇄는 보통 2,000권을 찍는데(요즘은 책 판매가 저조해서 1,000권을 찍기도) 그 중 500권이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책으로써의 생?을 마감한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계약금 외에는 인세 명목의 돈을 받아본 적도, 상반기/하반기 판매량과 그로 인한 인세에 대한 정보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경험의 무지와 인세에 대한 수동적 자세로 계약금 이외의 첫 인세는 1쇄가 다 팔렸을 때 들어오는 거라는 안일한 착각을 했던 것이다. 경험을 뼈에 새기고 내 기쁨(한컷툰)을 발견한 몇몇 지인들에게 사실을 고했다.


지나고 보면 자의식 과잉의 해프닝이었던 게 출간되고 한 달 안에 2쇄를 찍는 다는 게 말이 안되었다. 일드 <중판출래>를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중판출래의 의미가 초판을 다 팔고 추가로 인쇄하는 것을 말하기에 거기 편집자들이 중판출래하게 되면 모두 손을 잡고 방방 뛰며 기뻐한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중판출래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열망이 너무 과했던 것이다. 나의 과한 바람은 6개월 지나서 이루어졌고 호들갑총량의 법칙 때문인지 정작 2쇄를 찍게 되었을 때는 호들갑이 안 떨어졌다. 지금은 전자책 시장이 대중화되어 밀리의 서재에 입고돼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있으니 3쇄를 찍은 작가가 되기는 글렀으나 그렇게 책의 생이 이어지고 있음에는 감사하는 바이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사실 판매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은 독자들과의 소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걸 잘 하는 작가도 있고 그걸 못하는 작가도 있으며 그걸 무시하는 작가도 있다. 나는 그걸 잘 못해서 무시하는 작가다. 어떤 작가는 자기 책을 검색해서 나오는 리뷰에 댓글도 달아주고 어떤 리뷰를 썼는지 본다는데 난 어쩌다 책의 리뷰가 발견되면 읽어보고 ‘좋아요’만 눌렀다. 작가와의 소통을 재밌어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댓글로 소통하는 게 왠지 과하다고(정확히 말하면 오글거린다고나 할까;;) 느껴졌다. 여튼, 그렇게 판매량만큼 중요한 건 그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과 판매량, 독자들의 좋은 반응이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이 세가지가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스테디셀러가 될 확률도 높다고 생각한다. 2018년 11월에 출간했지만 2028년에도 읽히는 그런 책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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