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은 안나지만 출간

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8화

by 이문연

@UnsplashJason Leung


출간은 늘 실감이 안 났던 것 같다. 출간 소식을 카톡으로 전달받았을 텐데 그 당시의 상황이 기억이 잘 안 난다.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의 출간 소식은 자다 들었다. 아마 늦잠을 잤던 모양인데 대표님이 전화해서 서점에 올라갔다고 말씀하셨다. 비몽사몽으로 ‘아, 출간되었구나!’를 읊조렸다. 2013년의 12월이었다. 난 겨울을 싫어하는데 책출간은 겨울과 인연이 있는지 <주말엔 옷장 정리>도 11월에 출간되었다. 아마 기대했던 것만큼 책이 예쁘게 나와 좋아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향형인만큼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심적으로는 훨씬 더 좋아했으리라.


책이 출간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서점을 순회하는 일이다. 막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은 매대에 놓이게 되는데 각 서점 매니저님과 출판사와의 교류가 어떠냐에 따라 표지가 보이게 매대에 눕혀지느냐, 매대 윗부분에 꽂히느냐(표지는 보이지 않음)가 결정된다고 알고 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교보문고에 들렀다. 책의 위치를 검색한 후 신간 실용서가 꽂혀 있는 매대를 훑었다. 사진, 바느질, 미니멀리즘, 정리 등 초등학교 때 쓰던 책받침만한 실용서들 사이에 내 책은 보이지 않았다. 한 눈에 확 띌 일러스트 표지라 금방 눈에 띄었을텐데 매대에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위의 진열대를 확인했다. 왼쪽에서 한 번, 오른쪽에서 한 번 두 번 훑었는데도 없다. 뭐지? 벌써 팔린 건가? 입꼬리가 막 올라가려던 차에 반대편에도 진열대가 있었다. 작고 얇은 내 책이 양 옆의 두꺼운 책에 끼어 있었다. 만원 엘리베이터에서 어깨 깡패들에 끼인 초등학생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책을 꺼내 펼쳤다. 그 동안의 즐거운 고생이 펄럭이는 종이 바람에 전해지는 듯했다. 신간이 넘쳐나는 시대에 신인에게 주어지는 달콤한 일주일(매대는 일주일 후 또 다른 신간에게 양보해줘야 한다 – 잘 나가는 책은 예외)은 다른 책들 차지였다. 쌈박한 일러스트가 보인다면 꽤 많은 독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텐데 아쉬웠다. 그래도 인증샷은 남겼(을 줄 알았)다. (지금 찾아보니 검색 인증샷만 있고 매대에 있는 책 인증샷은 없네. 나라는 인간은 왜 이럴까 ㅡㅡ;;) 이후에 친구들이 서점 인증샷을 틈틈이 보내줬는데 다른 서점에서는 쌈박한 표지가 잘 보이게 놓아져서 다행이었다. 래현 작가님의 매력적인 그림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나의 책이 날개 돋친 듯이~(이하 생략)


KakaoTalk_20230810_081752084_01_1.jpg 교보문고 주말엔 옷장 정리


편집자님께서도 온라인에 풀리자마자 10권 주문이 들어왔다며 내 안의 도파민을 뽐뿌질했는데 웬만해서는 내적 기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지라 침착하게 ‘이 기쁜 소식을 만방에 알려야겠어요!’ 하며 블로그에 또 자랑했다. 책이 나오고 나서 한달쯤 되었을까. 편집자님들과 마지막 미팅을 할 일이 있었다. 아마 한 분이 퇴사할 예정이라고 했던 것 같다. 고생해주신 분들께 뭐라도 드리고 싶어서 백화점에 가서 차 세트를 골랐다. 나는 차를 안 마시지만 건강해 보이면서, 예쁜 이름이 적힌 다양한 차 티백을 보니 딱 괜찮다 싶었다. 정성스럽게 포장을 하고 휴머니스트 건물 1층의 카페에서 선물을 드렸다. 나도 고생했지만 함께 애써주신 편집자님들께 내향형 인간이 소극적으로나마 할 수 있는 감사의 선물이었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출산을 하면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는다. 그리고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출간도 마찬가지다. 출간이 뭐라고 많은 이들이 나를 축하해준다.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호사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주변인들의 기꺼운 축하. 내가 좋아서 내가 원해서 한 건데도 그렇게들 축하해주니 너무 고맙다. 그래서 한 권을 낼 때마다 남사스럽기도 하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지만 가혹하게도 스테디셀러로 살아남기란 출판시장이 너무 시베리아 허허벌판이기 때문이다. (물론 네임드는 제외) 그래도 난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용자(무명 작가)들의 세계가 좋다. 가성비 애호가인 내가 유일하게 가성비를 따지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도 들어간 공에 비해 1쇄는 너무하다. 그래서 용자는 빈다. ‘제발 2쇄를 찍게 해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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