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7화
@Unsplash의richard thomposn
첫 스타일북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후 서점에 깔려 있던 스타일북을 보면서 든 궁금증은 왜 죄다 모델 사진 아니면 해외 셀럽 사진을 쓸까였다. 그들은 기럭지도 남다르고 두상도 작아서 얼굴 안에 눈, 코, 입이 다 들어가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의 외모였기에 그들의 사진을 예로 든 스타일링이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일북에 들어갈 이미지 사진을 찾아보니 한 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 시절의 스타일북은 보통 패션 에디터들이 많이 썼는데 그들이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상도 높은 사진은 잡지에 실었던 해외 유명 인물들의 패션 사진이었다. 그러니 내 책의 내용과 어울릴만한 사진을 고르는 것도(물론 저작권이 해결된 사진이어야겠다) 나처럼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으리라. 게다 몸 담고 있는 분야가 패션 업계이니 지인들이 다 패션 사진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인데다 ‘내가 이런 책을 내려고 하는데 어디 없을까?’하는 질문만으로도 방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하지만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를 쓸 당시의 나는 여전히 셀럽과 모델의 사진이 일반인 스타일북의 자료로 사용되는 것에 거부감(어차피 구하지도 못했지만)이 있었고 여러 궁리 끝에 SPA 브랜드의 협조를 받아 옷, 신발, 액세서리 이미지를 책에 실을 수 있었다. 책을 낸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이고 글을 쓴다는 것은 작가가 컴퓨터 앞에 앉아 어떻게든 본인의 생각을 정제해 타이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를 수록하는 건 글쓰기와는 또 다른 넘사벽의 세계다. 그래서 <주말엔 옷장 정리>를 계약할 때 편집자분들이 이미 일러스트레이터를 섭외했다고 말하며 인세 설명(퍼센티지를 나눔)을 할 때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아싸! 이미지 걱정이여 안녕~
일러스트레이터 분은 ‘래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신 유명한 분이었다. 소싯적 만화방 좀 들락거렸던 내가 봐도 매력있는 그림체였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 글에 이런 그림이 들어간다니!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올 것 같았다. 물론 이런 마음이 들수록 원고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러스트가 들어갈 부분에는 참고 이미지를 넣어 ‘이렇게 그려주세요.’ 라고 요청했다. 그러면 편집자님을 거쳐 일러스트 분께 내용이 전달되었고 그림이 그려진 후 최종적으로 나에게 컨펌 요청이 왔다.
일러스트가 들어간 스타일북의 경우 귀엽고 멋스럽게 구현이 가능하지만 실제와 동떨어질 확률이 크다. 실제 2014년 출간된 천계영의 <드레스 코드>란 책이 엄청 화제가 되었는데 웹툰 형식의 스타일북이란 것도 신선했지만 그림으로 표현되었을 때 귀엽고 멋스러운 느낌이 사람들에게 더 어필했다고 생각한다.(물론 천계영이라는 네임드 만화가가 쓴 책이라는 것이 제일 강력) 1권부터 5권까지 나온 그 책을 난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는데 혹시라도 출간될 책에 그 책의 내용이 무의식적으로 쓰여질까 걱정되어서는 뻥이고 2013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인 책과 비슷한(웹툰이기 때문에 표현방법이 달랐을 뿐, 안에 들어가는 알맹이가 꽤 겹치는 걸로 알고 있다) 책이 잘 나가는 것이 배 아파서 그랬다.
그렇게 컨펀 요청이 온 일러스트를 보면 마음에 드는 그림도 있었지만 마음에 안 드는 그림도 있었다. 그래도 성인 대상으로 하는 실용서였기 때문에 일러스트라 하더라도 너무 짜리몽땅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아이템들이 다소 아동틱하게 표현돼서 그 부분에 대한 수정을 부탁했다. 너무 자주했던 건 아니고 정말 이건 이대로 내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만 수정 요청을 했는데 이유는 그렇게 수정한들 글의 흐름에 있어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미지 하나만 보지 않고 전체 글과의 조화를 보면서 일러스트가 어울리는지 독자들이 봤을 때 이해하기 쉬운지 등을 고려해 재수정을 요청했다.
게다 그림체 역시 귀엽고 캐주얼한 느낌이라 일러스트 역시 조금 귀엽게 들어가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아니긴 했다. 그리고 실용서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런 마음으로만 책이 팔린다면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가 500권이나(나무들 미안, 내 책 미안) 파쇄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복합적인 마음으로 갈등하며 재수정 요청을 드렸다. 아직도 기억나는 요청은 볼륨감이 있는 퍼프 소매의 금색 단추가 달린 하늘색 가디건이었는데 H라인의 밋밋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가디건으로 표현되었을 때였다. 하지만 일러스트 작가님은 재수정을 잘 해주셨고 무리없이 책은 출간되었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그럴 때가 있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이 진짜 큰 영향이 있을까? 별 쓰잘데기 없는 것에 집착하는 건 아닐까. 나도 정답은 모르겠지만 마음에 남지 않음을 선택했던 것 같다. <주말엔 옷장 정리>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중 일부는 ‘일러스트 자체’로 봤을 때 ‘너무 마음에 들어!’는 아니지만 중요한 건 글과 그림의 조화이며 맥락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건드리지 않았다. 가끔 생각한다. 내가 좀 더 수정 요청을 많이 드렸다면, 책의 퀄리티와 판매 부스는 달라졌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글 작가이면서 글에서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부분을 모두 담으려고 노력했고 거기에 어울리는 일러스트였음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