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다 잘 쓰는 글의 문체가 있을까? 난 있다고 보는 편이다. 나는 말랑말랑하고 감수성 넘치는 글보다는 설명하거나 분석적인 글이 더 잘 맞다. 그래서 문체가 딱딱하다는 평을 종종 듣는다. 처음에는 나도 재미있고 위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연습을 했다. 그 연습으로 나온 책이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이다. 그럼에도 본래 갖고 있는 성향을 글에서 감추지 못하듯 아무리 연습해도 에세이 특유의 말랑하고 감성 가득한 글에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인정했다. 그래, 나는 내가 잘 쓰는 글이 있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주말엔 옷장 정리>는 가이드 북에 가까웠기에 조금 더 편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대한 딱딱한 어투나 분석적인 내용보다는 옆집에 사는 전문가?와 수다 떨듯이 내용이 채워지길 원했다. 내용이 많이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 또한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실제 내가 주말을 옷장 정리하는데 시간을 쏟는다면 무엇이 필요할까,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를 반복적으로 떠올렸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해요’체다. 첫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는 거의 자기계발서처럼 써서 술술 잘 읽히지가 않았다면 <주말엔 옷장 정리>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말처럼 ‘해보면 어떨까요? 하게 될테니까요.’로 문장을 마무리해서 조금은 부드러움을 더했다.
[인생역전, 그것은 현실이 불행한 사람들의 영원한 로망이다.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그런 점에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준다. 그런데 인생역전은 아이러니하게도 결코 한 방에 오지 않는다. 내가 만났던 의뢰인들 역시 스타일 코칭을 시작으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고 이전과는 달라진 긍정적인 에너지로 삶을 바꾸려고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만약 수동적인 ‘기대’만으로 뭔가 바뀌길 원한다면 그것은 메이크오버가 아닌 매직이다. 외적인 부분을 넘어 내적인 자존감까지 키워줄 수 있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그때는 정말 진심으로 열광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챕터 나를 사랑하는 게 먼저다. 중]
[‘옷을 잘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곤 해요. 그럼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어떻게 입고 싶은세요?’ [중략] 옷이 많은데도 부족함을 느낀다면 문제는 옷이 아니에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모습이 잘 표현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꾸 옷을 사게 되는 거죠. ‘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고 반복적으로 옷을 산다면 쇼핑은 평생 계속될 겁니다. ‘오늘 어떤 옷을 입을까?’라는 질문은 ‘오늘의 나는 어떤 느낌이고 싶은가?’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주말엔 옷장 정리> 챕터 ‘나’부터 알아야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중]
문체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 ‘이다’체는 딱딱하지만 저자의 확신이 강하게 전달되는 반면, ‘해요’체는 부드럽지만 권유하는 느낌이라 동기부여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일러스트가 들어간 이 책의 컨셉에 맞는 건 아직은 자신을 다루는 것이 서툰 유치원생들처럼 ‘옷장 정리’가 하기 싫고 어렵고 서툰 사람들이 대상이었기에 적절하다고 본다. 나 역시 이런 글도 써보고 저런 글도 써보고, 이런 책도 써보고 저런 책도 써보고 하면서 글의 뉘앙스에 대해서 조금 더 훈련이 된 느낌이다. 그 뒤로 <기본의 멋>이라는 전자책을 ‘해요’와 ‘입니다’체로(말로 이야기하듯) 한 번 더 작업했는데 꽤나 재미있었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여전히 나에게는 대중적인 취향이 어렵다. 나와 대중의 접점(책은 팔려야 읽혀야 하니까)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편집자님의 역할이었고 나는 안내에 맞게 수정하면 되었다. 하지만 편집자님이 사라진 나 혼자만의 글이나 책은 여전히 나의 기질을 따른다. 조금은 고집이 있고 조금은 불친절하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좋은 소리를 할 수 없기에 꽤나 진지하다. 그럼에도 노잼인 글은 나 역시 읽고 싶지 않기에 가장 고민하는 것은 노잼인 글이다. 고집있고 불친절하고 진지한 글을 쓰면서 노잼인 글은 쓰고 싶지 않다니. 미안하지만 그게 나다. 그러니 나는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 쓰는 건 타고난 감각(대중이 무엇을 좋아할지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있지 않는 한 쉽지 않다는 말을 하며 이만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