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퇴고를 시작하다.

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5화

by 이문연

@UnsplashMitchell Luo


‘두책요’ 원고를 쓰기 위해 오랜만에 <주말엔 옷장 정리> 폴더를 뒤졌다. 모든 저자가 그렇겠지만 출간한 책의 원고들(기획안부터 초고, 수정본, 퇴고, 최종본 등)을 모두 폴더로 정리해 놓는 편이다. 예전의 작업물들을 보면 그 때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예전의 나’에게 약간 놀란다. 이렇게 열정 가득한 인간이었다니! 그렇다고 지금 열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예전의 원고를 읽으니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확신 같은 게 강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풍파에 치이고 치여 허무함이 가미된 열정이랄까.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같은 마음이랄까.


첫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를 출간했지만 편집자님과의 제대로 된 소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덩달아 편집자님이 주는 가이드대로 하는 퇴고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첫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가 거의 수정 없이 원고 그대로 출간이 되었다면 <주말엔 옷장 정리>는 원고의 내용을 최대한 간결하게 ‘액션 북’으로 정리하자는 수정 요청이 들어왔다. 주말동안 옷장을 혼자서 정리할 수 있도록 4단계로 구분된 액션 북인데 그러고보니 강의 때마다 써먹는 사칙연산 옷장의 기술이 이 때 정리가 되었더라. 나누기, 빼기, 더하기, 곱하기로 완성하는 가벼운 옷장의 기술!


퇴고는 어렵지 않았다. 내가 작성한 원고를 편집자님께서 요기는 요래요래, 저기는 조래조래 수정해달라고 가이드를 주시면 그 가이드에 맞게 수정하면 되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수정해야 하죠?’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물어봤을테지만 이미 미팅 때부터 120% 신뢰를 통해 뭔가 색다른 책이 나올 것 같아 충분한 납득과 기대감을 갖고 퇴고에 심취?했다. 일러스트가 들어갈 것을 생각해서 갖고 있는 옷 사진을 활용해 이미지를 삽입했고 갖고 있던 생각에 편집자님의 가이드에 따라 살을 붙여 정리하니 점점 액션 북에 가까워졌다. 편집자님은 독자들이 이 책에 쓰인 내용대로 주말에 옷장 정리를 하는 것을 떠올리면서 퇴고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원래도 약간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는데 직장을 안 다니다 보니 더 고립되어 역지사지를 할라치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하지만 누구의 책도 아닌 나의 책. 나의 책을 위해서 그 정도 노력을 못할쏘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내가 독자라면 어떻게 정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했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한다면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래, 옷장 정리는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하면 좋겠어!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완성해야 하니까 하루 종일 옷과 씨름한 나에게 주는 선물도 있어야겠지. 등등 실용적인 액션 팁을 넘어서 실제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여러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성향도 실용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성향과 맞아 실용서 작업이 즐거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문학 책들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교육을 할 때나 강의를 할 때나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천을 통해 실제로 느끼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베스트 셀러는 아니더라도 스테디셀러(쉽게 보는 건 아닙니다)가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사람들이 옷을 입는 한 옷장 정리는 계속되어야 할 테니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옷생활에 4단계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나라는 생각은 코에서 흥바람이 나오게 했다. 내가 쓰는 책이 마음에 들수록 나도 마음에 드는 나르시시즘이 강화되고 있었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퇴고를 떠올리면 누구나 ‘어렵다. 힘들다.’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긴 기다림 끝에 만난 퇴고였기에 편집자님의 수정 가이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수정이 빠를수록 책의 완성 또한 빨라진다는 것이었고, 퇴고가 빠를수록 ‘그녀를 만나는 곳 100m전(이 노래 아는 분 손?)’ 같은 마음이 되었달까. 그래서 퇴고를 하는 대부분의 저자들이 원고를 작성할 때보다 힘들겠지만(아마 편집자님의 가이드가 없거나, 가이드가 불분명해서 힘들지도) 퇴고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면서 책 출간에 좀 더 가까워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니 퇴고를 맞닥뜨린 당신이라면, 나를 위한 최상의 환경(맛있는 커피 & 집중력 높이는 백색 소음 & 좋아하는 공간)을 마련해 놓고 라마즈 호흡 한 번 한 후 키보드를 두들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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