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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Mar 07. 2017

스타일 코치 칼럼 #14 뚱뚱하면 연봉이 적다는 논리

타인을 폄하시키는 논리를 조심하다.

다이어트와 연봉과의 관계로 강의를 하는 분의 글을 보았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날씬한 사람에 비해 낮은 연봉을 받는다는 걸 근거로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글이었지요. 저 역시 처음 퍼스널 스타일링을 어떻게 홍보하면 좋을까 고민했을 때 옷 잘 입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연봉이 높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꽤 솔깃한 홍보 컨셉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습니다. 옷을 잘 입지 않아도 일 잘 하는 사람은 많고, 옷을 잘 입어도 겉만 번드르르한 사람도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애시당초 스타일링이란 것이 겉만 잘 꾸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알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잘 드러내는 것에서 오는 멋이라고 생각했기에 '옷=성공'이라는 주제가 저와 잘 맞는 홍보 컨셉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외모와 관련한 마케팅은 넘쳐납니다. '성공'이라는 키워드와 특정 논리가 결합해 사람들을 설득합니다. 이미지 마케팅에서 자주 쓰이는 논리는 '첫 인상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모든 논리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첫 인상으로 많은 걸 해낸 사례가 마케팅 용으로 필요한 전문가들은 그 사례를 들어 '첫 인상이 중요하다' 설파하고 그걸 바탕으로 사람들은 중요한가보다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의 수도 많지만 수많은 트위터리안 중의 자주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대중의 말처럼 인식되는 것처럼 이 경우 역시 전문가의 말이 일반화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전문가의 말을 수용하기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례를 떠올리며 균형있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사람들은 개인의 기질과 성향, 성격에 따라 첫인상에 강한 사람이 있고, 볼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상당히 변수가 많을 확률이 높은 거지요. 


맛있는 녀석들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넷이 합쳐 아마도 400kg에 육박하는 개그맨 남녀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음식 리뷰를 재미있게 하는 프로입니다. 저는 다른 먹방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없지만 이 프로그램은 유독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맛 평가가 궁금하기보다는 그저 그들이 먹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리얼리티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게다 개그맨이라는 메리트에서 오는 위트와 재치는 먹방 개콘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줍니다. 1주년을 맞이했을 때 4명의 소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민상의 소감이었는데 "늘 개그맨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연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오로지 개그맨들로만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낀다."(정확하진 않지만 뉘앙스만으로 써보자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저 또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것에서 뭉클함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들의 맛있게 잘 먹는 능력(이제 맛있게 잘 먹는 것도 능력인 시대입니다.)이 좋습니다. 우리는 성공과 돈이라는 프레임에서 뚱뚱함이 부정적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외모와 체형은 단지 눈에 확실히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홍보 수단으로 많이 이용됩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돈과 성공을 주제로 한 홍보 컨셉은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1kg 감량이 연봉 1%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면 그게 진짜 이루어진다면 근처 헬스장으로 달려가지 않을까요? 연봉이 낮다는 건 결과론적인 것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바꿔서 한 번 생각해볼까요? 연봉이 높은 사람이 날씬하더라. 어쩌면 그들의 예민함으로 인해 살찌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닐까요? 삶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여유를 준 것은 아닐까요? 연봉과 체형, 단지 그 두 가지로만 설명할 수 없는 수십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 변수들은 싹 빼고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 두 가지 요소로만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섣불리 다이어트 => 성공 이라는 공식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누구나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자신의 삶의 기준을 만족시키며 사는 사람들의 눈빛은 살아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눈빛을 가지고 싶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기에 살을 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봉을 높이는 방법은 아주 많이 다양할 것입니다. 운동을 하는 것, 건강해지는 것이 연봉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운동을 하는 것으로, 건강해지는 것으로 삶의 활력과 에너지를 채워 일적으로나 관계적으로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건강해진다고 내가 뚱뚱하지 않다고 그들을 폄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생존 본능을 자극하는 홍보 컨셉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좋습니다. '성공'을 주제로 한 강연이 인기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건강한 성공을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부 사람들에게 편견을 덧씌우지 않아도 연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그런 논리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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