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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23. 2017

50가지 사소한 글쓰기(30) 돈(경제관념)

에피소드(1) 돈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에피소드(1) 돈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돈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많이 불편한 그 정도? 글을 쓰기 위해 돈이란 단어를 떠올려보았다. 나에게 돈이란 무엇일까?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른다.(하여간 먹는 욕심은 ㅡㅡ) 돈이 없어도 내가 원하는 일만 하고 산다면 행복할거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가지고 있는 돈을 까먹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해왔고 가지고 있는 돈을 다 까먹은 뒤에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삶을 유지?해왔다. 생활은 해야 하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 골골대던 시절, 100원짜리 동전만이 가득한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갈랐다. 많이 창피했지만 그 돈으로 마을버스비를 내고 좌석버스비를 내며 지냈다. 웬만한 교통비는 카드 하나로 해결되는 편리한 세상에서 100원 짜리 10개의 마을버스비와 100원짜리 20개의 좌석버스비의 우렁찬 딸랑거림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도 남았다.(돼지 저금통의 배는 접합해 소생시켰고, 형편이 좀 나아진 뒤 500원과 100원을 골고루 넣어주고 있다)


다행일 수도, 불행일 수도 있는 점은 부모님과 같이 살았기 때문에 밥은 굶지 않았다는 점이다. 1인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건강한 신체인데 돈이 없어 골골댔어도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집과 집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비비적거릴(먹고 잘) 곳은 있었으므로 어쩌면 30대 중반이 되도록 비슷한 나이 또래에 비해 미비한 경제활동을 하게 된 건 최소한의 안락함을 절박함과 맞바꿔 살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머리가 큰 다음에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일은 그에 상응하는 눈치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부모님께는 감사한다. 집에서의 생활이 불편하면 불편할 수록 자기 살길을 도모한다는 생존 법칙에는 상당히 동의한다. 그래서 지금은 독립해서 잘 살고 있다.


생각해보았다. 개인마다 금전적 어려움으로 겪게되는 삶의 비참함이나 어려움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내가 느꼈던 다소 가벼운 부끄러움들은 내 경제관념을 올바른 방향으로 설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을까? 물론 그 당시에는 서글펐지만 내가 선택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고정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뿐, 그 서글픔이 지속될 거란 두려움은 없었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어려운 현재 상황이 미래까지 잠식할 거라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르기에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건 개인의 성향에 달렸다. 나는 나를 믿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지금 하는 일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세상은 돈이 되는 일을 나에게 가져다 주었고 내가 원하는 삶의 테두리 안에서 원하는 걸 선택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


에피소드(2) 돈 되는 일은 다 할까?


돈을 준다고 들어오는 일을 다 하지는 않는다. 내가 잘 할 수 없는 강의라면 내가 잘하는, 하고 싶은(사람들에게 주고싶은) 강의를 제안한 후에 담당자분이 OK를 하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보다 더 잘하는 분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땡기지 않은) 강의를 억지로 공부해서 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좀 더 내가 원하는 일에 쏟는 것이 나를 위해서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돈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내가 원하는 것으로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하기 싫은 강의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에너지 등등을 생각한다면 내가 받아야 하는 강의료는 훨씬 웃돌게 된다. 그러면 안 하는 게 맞다.(이건 돈을 최우선 순위로 두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반대로 돈이 안 된다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강의는 하는 편이다. 옷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존감, 내면과 외면의 균형 잡기, 삶의 행복, 가치있는 삶 등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는 주제라면 강의료가 높지 않아도 하고 있다. 그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의 커리어를 하나의 컨셉으로 잡아줄 것이며 그게 나의 브랜딩에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의료는 적지만 내 에너지와 시간을 내가 원하는 곳에 쏟는 것이므로 나는 그 가치를 강의료 이상으로 보는 것이다. 게다 내가 좋아하는 관심 분야의 강의는 그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마저 즐겁다. 관심있는 것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자료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나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에피소드(3) 돈이 중요하다고 느꼈을 때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돈'도' 중요하다로 바뀌었다. 내가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는 이상적인 생각만으로 둥둥 떠 있을 때였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자기계발식 펌프질에 현혹되었을 때였다. 어쩌면 그 말은 비유적으로 한 말일 수도 있는데 순진한 내가 고대로 믿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밥을 굶으면 배는 고팠고, 더군다나 나는 한 끼만 굶어도 '사람 죽네~'라고 소리칠 먹는 것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돈의 중요성을 예전보다는 많이 깨달았다. 나보다 한 10배쯤은 경제관념이 있는 동생 덕분에 저축이란 것도 꼬박꼬박하게 되었고 지금 나를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하는 욕망과 함께 미래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하기 위해 눈 앞의 마시멜로를 쪼개먹는 법도 알게 되었다.


마시멜로 실험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엄마가 용돈을 100원밖(50원은 엿 사먹고, 50원은 쭈쭈바 사먹었다)에 안 줬기 때문에 눈 앞에 마시멜로가 있다면 어른이 보는데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더 주세요'를 외쳤을지도 모른다.(다행히 나는 마시멜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상상처럼 나는 현재의 욕망에 훨씬 더 비중을 두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 지금의 욕망을 쫓았다. 그런 쏠림 현상을 잡아준 것이 바로 여동생이다. 한 때 운동을 마치고 나와서 마시는 맥콜이 나의 기쁨인 적이 있었다. 동생은 그걸 보고 참았다가 집에 가서 물을 마시자며 꼬셨?고 마지못해(그녀는 왠지 강하다 ㅡㅡ 어릴 적부터 내가 그냥 오냐오냐해서 더 그런 듯) 몇 일을 그렇게 보내고 몇 일만에 맥콜을 사서 마셨더니 더 맛있었다. 갈증을 참고 집에 가서 물을 마셨을 때의 쾌감도 좋았지만 매일 마셨던 맥콜을 어쩌다 마셨을 때의 기쁨도 '내 욕망 패턴'에 새로고침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마시멜로 실험 이후에는 그 실험의 빈틈을 파고드는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으니 알아서들 찾아보길 바란다)


그래서 일상의 소비 패턴을 조금씩 바꾸면서 나만의 경제관념(30대 중반이 넘어서야!)을 정립하게 되는데 내가 돈을 좋아하는 구나(사실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돈을 대놓고 좋아한다고 하면 멋이 안 나니까 티를 안 내는 것이 아닐까)를 느낀 신선한 충격이 있었는데 아마 그 때도 여유롭지는 않았을 때였던 것 같다.(하긴 내가 여유롭기 시작한 건 1인기업 9년차에 접어든 시점이었으니까. 그것도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은...) 코칭과 강의를 하면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데 입금된 돈이 카드대금을 내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어느 순간 내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더라. 이성으로는 그냥 '돈이 들어왔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돈이 들어와서 '신이 난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누구나 살다가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난 이 때가 돈에 대한 나의 마음을 정확히 알게 된 순간이었다. 돈을 벌어서 기분이 좋다는 것을 인식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그 흥얼거림으로 난 돈버는 걸 좋아하는 사람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에피소드(4) 돈으로 뭘할 때 행복할까?


돈을 떠올리면 먹는 것이 떠오른다. 혼자 살아서 그런지, 혼자 해먹는 것이 부실해서 그런지 원래도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갈 수록 먹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예전부터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그림 중의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것이다. 약간 80년대 아빠 감성같기도 하다. 가족들을 위해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맛있는 걸 가족들과 함께 먹는. 꼭 가족이 아니어도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걸 함께 먹는 순간이 좋다. 그리고 그러한 순간이 많을 수록 나는 행복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내가 번 돈으로 사람들에게 맛있는 걸 대접할 때. 어쩌면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꽤 많은 부분에서 그러한 동기부여가 작동한다. 실제 내가 하는 일(교육, 코칭, 강의, 콘텐츠 만들기 등)에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그 일로 돈을 버는 이유도 미래의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하기 위함과 함께 내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많이'는 부자가 되고, 건물주가 되는 그런 많이는 아니다. 그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으로 꾸준히 수익이 나고 그것으로 나와 내 주위 사람을 건사할 수 있을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많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아플 때 병원비로 얼마를 내야 하나 고민하지 않고(돈 걱정하지 않고) 온 신경을 집중해 아픔을 걱정할 수 있는 정도가 나에게는 '많이'다. 전에는 내 한 몸 건사하고 나만 행복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나의 평안에는 내 주위 사람들의 건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서는 가끔씩 내기를 해서 온 스텝들에게 식사 or 간식을 대접하기도 하는데 예상치 못한 지출이긴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 턱(보통 적게 나오면 20만원 많이 나오면 그 이상)을 내는 모습이 난 참 좋아 보이더라. 나도 그렇다. 내가 잘 되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쏘는 것. 두번째 책이 나오면(그 때쯤이면 여유와 명분 두 가지를 충족시킬지니) 꼭 고기를 쏘리라. 많이 늦었지만 돈에 휘둘리지 않고, 돈을 존중하며, 돈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패턴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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