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문연 Apr 04. 2018

기본의 멋 [1] 남방 레이어드 룩

패션 심플리스트의 4계절 옷장 에세이 <겨울편>

* 아이템 자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부여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지만, 

신체적 특성에 비유해 표현하는 것으로 차별의 의도는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남방 레이어드 룩>


남방은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물론 어떤 색깔과 패턴, 라인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는 곡선보다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단정하고 딱 떨어진 느낌을 줍니다. 


남방 하나만으로 스타일링해도 좋지만 다른 연출을 하고 싶을 때

반팔 티셔츠나 이너 티셔츠 등과 겹쳐 입어도 좋고,

팔 부분을 두어번 접어서 입으면 활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1) 남방 룩을 좋아하는 이유


전 편한 걸 좋아해서 최애(가장 애정하는 아이템)템은 티셔츠 종류지만 

전체적인 느낌을 순위로 나눈다면 남방을 입었을 때의 지적인 느낌을 좋아합니다.


생김새가 지적임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약간 지적 비주얼에 대한 로망을

옷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한데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미디어에서 주입된 고정 관념 같기도 합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기자나 작가의 룩을 잘 살펴보세요~)


청바지에 스니커즈, 남방 위에 무심한 듯 걸친 자켓과 숄더 백은

제가 상상하는 기자나 작가의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기자처럼 활동적(막연히 생각해보면 취재를 위해서 만들어진 최정예 룩 같기도 하네요.)이지도 않고, 

작가처럼 자기만의 심오한 세계도 없지만 

남방을 입으면 '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글을 쓰다보니 그 동안의 아이덴티티의 충돌이 왜 일어났는지 깨달았네요.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스타일링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각자의 삶에는 여러가지 아이덴티티가 있습니다. 

엄마의 모습, 학부모로서의 모습, 직장에서의 모습 등등

그 모습이 자기 마음에 들고, 혼란이 없으면 잘 맞게 입고 있는 거겠지만

자기 모습(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고, 내면과의 충돌이 있다면 변화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그러고보니 제가 그러고 있었네요.

저는 '글쓰는 스타일 코치'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데

제가 원하는 모습은 '글쓰는'에는 가까이 가려고 하면서도

'스타일 코치'라는 모습으로는 영 납득이 가질 않았거든요.


하지만 곧 그건 제가 세상의 관념적 이미지에 저를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란 걸 알았습니다. 

스타일 코치가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패션 쪽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게 입어야 하는 것은

직업적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내기는 하겠지만 저라는 사람을 표현하기에는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납득시켰죠.

'수많은 패션 업계 종사자들이 화려하고 패셔너블하게 입는다.

나 하나 정도는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라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글쓰는 사람처럼 보여도 글도 쓰면서 스타일 관련 일도 하면 

쫌 더 멋져 보이지 않겠습니까?(착각은 자유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는 스타일 코치로 남방 룩을 입는 것을 좋아합니다.

검은색 이너 티셔츠에 카키색 남방을 매치하는 것으로 게다가 팔부분을 2번 정도 접어주면

'제가 지금 글을 쓰다 잠깐 나왔는데 곧 글작업을 하러 들어가야 합니다'라는 느낌을 팍팍 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사람의 직업을 단번에 팍 알 수 있는 룩이 '좋은 브랜딩'이라고 합니다. 

또 누군가는 누군가의 룩을 보고 그 사람의 직업을 알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누군가인지는 잊어버렸습니다. 아시는 분 좀 알려주세요.)


내가 입은 옷이 사회(관계) 속에서 나를 어떻게 규정하느냐, 그리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두 가지 모두 이해되는 측면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내가 입은 옷이 내 마음에는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사회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먼저 나를 어떻게 규정하고, 그것을 잘 받아들이느냐가

내가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가는 기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2) 목이 짧다면 V존을 만들어라!


여자라면 누구나 길고 선이 고운 목덜미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작에 깨달았지요. 

목의 존재를 깨닫게 하는 길이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요.

게다가 제 목이 이렇게 짧고 굵어진 것은 저의 동그랗고 커다란 머리를 받쳐야 하기 때문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길고 선이 고운 목덜미를 가졌더라면 오히려 동그랗고 더 큰 얼굴을 부각시켰을 게 뻔하므로

차라리 목이 좀 짧더라도 얼굴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이죠. 


신체에 대한 인정은 곧 다른 부분의 개발로 머리를 굴리게 합니다. 

목이 길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목 주변을 감싸는 디자인(터틀넥 or 남방)의 옷을 입으면

답답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이 짧다면 당당히 V존을 드러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나 남성 둘 다에게 해당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이너 티셔츠를 꼭 안에다 입고 단추를 2-3개 정도 풀러서 적당한 V존을 만들었지요.

그러면 덜 답답해보이면서도 같은 남방을 조금 더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남방은 남방 단일제품으로 입기도 하지만 그것은 남방을 활용한 다양한 스타일링의 재미를 모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물론 남방의 디자인에 따라 이너 티셔츠를 매치하느냐, 마느냐, 단추를 풀르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긴 하지만

단색의 남방의 경우 위의 사진처럼 단색의 이너 티셔츠와 매치해 좀 더 캐주얼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남방은 단추를 모두 잠궜을 때 단정한 느낌을 주지만 안에 티셔츠를 같이 매치하는 것으로

좀 더 활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게다 검은색 티셔츠를 매치하면 세련되고 분위기있게

밝은색 티셔츠를 매치하면 환하고 경쾌하게 색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긴 팔 티셔츠를 매치했지만 봄, 가을에는 탑을 매치하는 것으로 

살짝 섹시?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요.(여전히 착각은 자유입니다)


단추를 얼마나 풀러야 적당한지는 스스로 해보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가슴과 배꼽 사이 단추까지 푸는 것이 가장 적당해 보이지만

모든 스타일링은 스스로 해보면서 맞춰가는 재미가 있으므로 여러분의 재미를 위해 말을 아끼겠습니다.



(3) 다리가 길어보이는 쏙!의 마법


언제부턴가 상의 앞부분을 허리 앞에 쑥 찔러넣는 스타일이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상의를 360도 바지에 다 넣는 것은 늘 있어왔던 스타일링이지만,

그것은 날씬쟁이를 위한 스타일링이었지요.


배가 나오거나 엉덩이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은 결코 시도할 수 없는 스타일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셀럽들이 그냥 허리 앞부분만 상의를 바지에 쑥 찔러넣어 입기 시작하더라고요.


패션에서의 창의력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물론 생각해보면 새로운 스타일링도 아닌 것이 제가 초등학교 6학년때 쯔음 

한창 그런 스타일이 유행이었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패션도 그랬던 것 같고. 찢어진 청 반바지 + 티셔츠의 조합)

허리 안에 상의를 다 넣는 것보다 편하고, 덜 부담스럽고, 배와 엉덩이를 커버하기도 좋은 이런 스타일링이 있다니!

게다 앞 모습의 상의가 짧아지는 것으로 다리까지 길어보이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요?

1) 높은 굽을 신는다.

2) 상의를 짧게 입는다. 

3) 허리선을 높인다. 


위의 3가지가 모두 정답입니다. 하지만 제일 근본적인 답은 3)번입니다. 

1)번과 2)번 모두 허리 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키에서 허리 선이 올라갈수록(물론 적당히 올라가야 합니다) 다리는 길어보입니다.


우리의 인식때문인데 허리를 중심으로 상체와 하체로 인식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면 허리선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다리는 길어보이고 키도 커 보이게 마련입니다. 


남성을 위한 깔창이 발전한 것은 남성은 여성에 비해 2)번과 3)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2)번과 3)번이 가능한 남성의 하이패션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상상해보면 왜 안되는지 납득이 갑니다.


그래서 배가 살짝 나오고 엉덩이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우리는

과감히 이 스타일링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이 스타일링이 똥배를 커버하지는 않지만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똥배를 가릴 것이냐, 아니면 다리를 더 길어보이게 할 것이냐.


인생의 모든 순간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겁고 가벼운 선택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선택 자체도 중요하지만

선택을 했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똥배를 좀 편하게 내놓고 싶은 날엔 남방을 내서 입고

롱다리 코스프레에 도전하고 싶은 날에는 허리춤에 쏙! 넣어서 입기도 합니다. 


어떤 스타일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게 옳은 선택인지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오늘 입은 이 룩이 나의 어떤 부분을 사랑스럽게 하는지 자기최면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작가의 이전글 <전자책> 혼자하는 글쓰기 5 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