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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05. 2018

기본의 멋[2] 티셔츠 활용 룩

패션 심플리스트의 4계절 옷장 에세이 <겨울편>

<티셔츠 활용 룩>


티셔츠는 편한쟁이(편하게 입는 것을 좋아하는)들이 사랑하는 아이템입니다.

잘만 고르면 생각보다 여기저기 다 매치해서 입을 수 있기에 

의외의 만능템으로 사랑받기도 하죠.


하지만 또 의외로 나에게 맞는, 내가 원하는 느낌의 티셔츠를 찾는 것이 어려워

30대, 40대가 되서 입기 꺼려지는 아이템이 또 티셔츠이기도 합니다. 

잘 못 고르면 10대 자녀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30대임에도 학생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50대, 60대가 되도 티셔츠를 입고 싶습니다. 

생기 발랄한 느낌과 함께 나이의 세련됨은 해치치 않는. 

그런 아이템을 찾는 수고로움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그렇게 입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1) 청바지랑 단짝, 의외로 만능템


관계를 잘 맺고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누구와도 잘 어울린다는 점입니다. 

적당한 불편감은 감수하며, 혹은 불편함보다 좋은 점을 생각해서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합니다.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생긴대로 살 것인지, 생긴 것을 극복하며 살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이지만

둘 중에 무엇이 더 맞는 건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20대 때는 타인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들의 사교성, 그들의 거리낌없는 도움 주기와 도움 받기, 관계의 확장성 등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그들의 능력은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때때로 그렇기도 합니다)


그들을 따라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어색함 그리고

스스로가 느낄 정도의 어색함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게 마련이죠.


30대가 되고 나서야 비사교적인 단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을 보는 눈을 갖는 것이

제 나름대로의 사교성을 발전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모든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괜찮은 법을 터득했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내향인, 외향인이 아니라 '나만의 관계맺는 법'이더라고요.


티셔츠는 캐주얼한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청바지같은 캐주얼한 아이템과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의외로 청바지 외에도 다양한 아이템과도 잘 어울리는데

사람들은 그런 티셔츠의 의외성을 알지 못합니다.


그건 한 번도 다른 아이템과 어울릴 거라 생각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캐주얼한 면만 가진 티셔츠만 구매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티셔츠의 다양성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템과 매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캐주얼한 아이템, 포멀한 아이템, 스커트, 원피스 등.

여기저기 찔러보다 보면 티셔츠의 다양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만의 관계맺는 법을 터득하는 것처럼 티셔츠의 관계성에도 티셔츠 자체의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스커트랑도 매치해보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후드 티셔츠입니다.

사실 저 모자에서 나온 끈은 저것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그게 저 티셔츠의 특징이자 판매 포인트였던 것도 같은데 구매하고 보니

너무 길어서 여기저기 걸리적거리고 흡사 회색 메기를 연상시키는 것 같아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막상 받아봤을 때 느낌이 다른 아이템들이 있지요)


옷을 입어보고 사면 이런 일도 없겠지만 아주 오랜만에 온라인 쇼핑을 한 거라

화면 상에선 예뻐 보였던 저 검은 끈이 생선(하지만 메기는 참 맛있습니다) feel이 날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옷이 내가 원했던 느낌이 아니라면 환불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하거나입니다.

저 끈을 잘라버리면 끝 부분이 너덜너덜해질 거였기 때문에 

중간 부분을 접어서 바느질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끈을 쭈욱 땡겨서 중간 부분을 3겹으로 접히게 한 다음 꿰맸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끈을 쭈욱 땡겨서 원상복귀하니 제가 원하는 딱 알맞는 길이가 되었죠.

이제 제가 원하는 후드 티셔츠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회색은 아주 무난한 색깔입니다. 검은색과 함께 어떤 색깔과도 잘 어울리며

누가 입어도 기본은 하는 색깔입니다.

하지만 제가 회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드 티셔츠라는 아이템 자체의 캐주얼한 느낌에 더해

회색이라는 세련된 느낌이 합해져 '캐주얼함과 포멀함을 동시에 가진'

좋은 의미의 아수라(두 가지 얼굴) 백작템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템 자체가 캐주얼한(편한, 평상의) 느낌과 포멀(격식을 차린)한 느낌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캐주얼한 아이템과도 잘 어울리고, 포멀한 아이템과도 잘 어울립니다.


대부분 티셔츠는 청바지나 바지와 매치해 입지만 저는 스커트와 매치해 입는 것을 추천합니다.

티셔츠가 캐주얼해서 활동적인 느끼을 주지만 스커트의 여성적인 느낌과 만나 재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asos에서 해외직구로 구매한 청 스커트는 제가 사랑하는 아이템입니다.

저의 똥배를 가려주진 않지만 앞트임의 디테일이 흔하지(제가 구매할 땐 흔하지 않았습니다. ㅋ) 않아 좋습니다.

적당한 길이감과 자연스러운 H라인도 좋고요. 

(색깔, 길이, 라인, 디테일 등 이렇게 모든 것이 딱 떨어지는 디자인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티셔츠는 저 청 스커트와 궁합이 좋습니다.

(첫번째 룩 사진의 MLB 연보라색 맨투맨 티셔츠와도 어울립니다)

한 가지 아이템만 보면 심플해보이고 심심해보이지만 그렇기에 다른 아이템과 매치했을 때 더 조화를 이룹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다른 아이템과 만나는 것으로 룩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3) 어떤 매장에서 사느냐도 중요해


대부분 티셔츠는 아무거나 사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0대,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유니섹스(남녀 공용) 브랜드에서 파는 맨투맨 티셔츠의 경우

타겟이 10대와 20대다보니 색 자체가 영해질 수밖에 없고

고급스러움이나 세련됨보다는 그들의 발랄함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막상 아이템만 봤을 땐 예뻐 보였던 티셔츠들도 

집에 와서 입어보면 나이에 맞지 않은 아이템을 입은 것 같은 어색함을 선사합니다. 


이건 색깔의 문제(병아리 색깔이 어울리는 40대나 50대는 찾기 힘들 것입니다)이기도 하고

티셔츠 가슴 부분의 그림이나 글씨 디자인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주 쉽게 설명을 하자면 귀여운 곰돌이(요즘은 곰돌이 그림도 잘 없지만) 그림과

파스텔 톤의 꽃 그림 두 가지가 있다면 30대 이상의 여성에게는

귀여운 곰돌이 그림보다는 파스텔 톤의 꽃 그림을 추천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꽃 그림 디자인은 유니섹스를 파는 10대, 20대를 타겟으로 하는 캐주얼 브랜드보다는

20대, 30대를 타겟으로 하는 여성복 브랜드에서 팔 확률이 높습니다.


티셔츠를 나이에 맞게 세련되게 잘 입고 싶은 분들이라면

앞으로 여성복 브랜드 잇 미샤, 라인 에디션, 시에로, SJSJ, 시스템 등에서 파는

티셔츠를 주의해서 보면 좋습니다. 


여성복 라인에서 파는 티셔츠와 유니섹스 캐주얼 라인에서 파는 티셔츠가

어떻게 다른지 알면 내가 원하는 느낌의 티셔츠를 구매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게다가 여성복 라인에서 파는 티셔츠는 그 티셔츠 자체에 캐주얼과 포멀함을 다 갖고 있을 확률이 있으므로

(매장 안의 포멀한 아이템들과도 잘 어울리려면 그 매장의 아이템은 2가지 느낌을 다 갖고 있겠죠)

세련되게 여러 아이템과 어울리는 티셔츠를 구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티셔츠도 편하면서 세련되게 입을 수 있습니다.

10부나 9부의 슬랙스(정장 바지)에 플랫슈즈나 운동화로 마무리해준다면 

소풍가는 기분으로 출근룩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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