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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Apr 07. 2018

기본의 멋[3] 니트 캐주얼 룩

패셤 심플리스트의 4계절 옷장 에세이 <겨울편>

<니트 캐주얼 룩>


겨울만 되면 사랑해 마지 않는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보송보송, 따뜻따뜻 니트입니다.


소재, 실의 굵기, 짜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지만

보온성만큼은 그 누구보다 월등해(모피나 퍼는 제외)

추운 겨울도 니트 하나만 있으면 포근해지고 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니트템들의 포근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촉감을 사랑합니다.

니트템을 입으면 니트템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몸은 춥더라도, 마음은 추워지지 말라고.




(1) 울 뻔했던 울 소재의 추억


독립을 하고나서(독립을 하기 전부터도 느끼고 있긴 했지만)

엄마의 존재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새삼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원래도 엄마의 집안 경영(전 주부일이 집안 관리이자 경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존재성은 '가정 주부'가 아닌 '집안 경영자'로 바꾸는 캠페인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합니다.)을

존경하기도 했지만 독립하고 나서는 '엄마의 빈자리'를 더욱 강하게 느끼는 중입니다.


엄마는 딸들의 니트를 세탁기에 돌리지 않았습니다.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서 중성 세제나 울 세제를 넣고 조물조물하여 널곤 하셨습니다.

엄마는 엄마 옷도 아닌데 그게 당연한 엄마의 역할이라 생각하셔서인지 참 정성으로 빨아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독립 후 '그 과정' 조차도 귀찮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손 빨래를 하지 않고 빨 수 있을까 폭풍 검색과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드럼 세탁기의 '울' 기능과 '약한 탈수' 그리고 '30도의 물 온도'에 맞춰 

그리고 세탁망에 넣어 조심스럽게 세탁기에 돌린 결과 

원 상태에 가깝게 빨아지더라고요. 


사실 대부분의 니트 티셔츠는 잘 빨렸는데 COS(브랜드 이름)의 니트만큼은 

'울'의 비율이 높아 살짝 줄어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빨고 나서 최대한 원상태에 가깝게 늘려 말렸습니다.

(꽤 멀쩡해졌다 생각했는데 줄어든 니트는 배꼽티에 가까워졌습니다. ㅜㅜ)


검색을 해보니 울 소재는 절대 따뜻한 물에 빨면 안 되고, 

세탁기에 돌리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옷을 잘 관리하는 것이 입는 것, 빠는 것, 보관하는 것까지라면

저는 그 동안 '빠는 것'에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빨래는 엄마가 다 해주셨으니까요. 전 입기만 하면 되었죠.


빨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세탁기에 넣고 맞춤 기능을 선택한 후 돌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요즘은 건조 기능까지 있는 세탁기가 나와 널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소재에 따라, 빨래 종류에 따라 나누는 것은 수고로움이 드는 일입니다.

잘 입고 있는 아이템이 어느 순간 못 입게 된 것처럼 멘붕인 것도 없습니다.

좋아하는 아이템이었다면 그 충격은 더 하겠지요. 


니트를 빠는 일은 누군가의 멘붕 방지를 위해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당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언니는 결혼을 했고, 저는 독립을 했고, 동생은 외국에 있으니

엄마는 딸들의 니트를 빨기 위한 수고로움을 더 이상 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엄마 딸도 니트를 줄어들지 않게(실패는 한 번 했지만) 빠는 법을 알았으니

이제 엄마의 시간을 즐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2) 잘 사랑했다면, 후회는 없다.


전문 사랑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말이 사람에도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옷, 신발, 가방에는 해당되는 말이지 싶습니다.


지금은 우리 나라에서 거의 철수한 브랜드인 MANGO는 제가 좋아했던 브랜드였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소재도 괜찮고, 가끔 디자인도 괜찮은 아이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색의 좀 특이한 디자인의 니트가 바로 MANGO 제품입니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안쪽에 실로 짜임이 있고 그 짜임을 보들보들한 털이 덮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나에게 맞는 퍼스널 컬러를 찾고 싶어합니다.

컬러 진단을 통해 찾은 색이라 하더라도 그 색에 맞는 옷을 찾기란 쉽지 않죠.

옷은 컬러 하나 만으로 디자인이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회색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떤 회색이냐에 따라 느낌이 다릅니다.

어두운 회색, 밝은 회색, 카키색이 살짝 섞인 회색, 아주 흑색에 가까운 회색 등등

저는 다소 밝은 느낌의 회색이 잘 어울리는데 밝은 비둘기 색이라 봐도 좋을 것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대부분 그렇지만

저 니트 역시 바지면 바지, 스커트면 스커트 제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하의와 잘 어울렸습니다.

만능 키라고도 하죠.(제 강의에서는 Key 아이템이라고도 합니다)

게다 약간 박시한 스타일이라 추울 때면 안에 이너 티셔츠를 겹쳐 입었습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여기저기 다 잘 어울리고, 따뜻하게 입을 수 있기까지 한 아이템을

안 사랑한다면 제가 이상한 거겠지요. 

저는 옷장에 이런 아이템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좋아하고 잘 입는 아이템이 많을 수록 그 아이템을 입은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보낸 하루는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즐거울 테니까요. 


그래서 옷은 옷 자체만으로 제품 가치를 따질 수도 있지만

그 옷을 입었을 때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활 가치로 확장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아이템일 수록 특별한 날에 나와 함께할 확률은 높아집니다.

인생템이 별게 아니라 나의 인생을 충만하게 만들었다면 그게 바로 인생템입니다.

오래오래 잘 입어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함께 한 날들을 생각하면 이별에 후회는 없습니다.



(3) 누구에게나 반전 매력은 있다.


저는 반전있는 아이템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쓰고보니 사람과는 사랑에 잘 안 빠지면서 

아이템과는 참 사랑에 잘 빠지는 사람같아 보이네요. 


하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평범해 보이면서도 

자기만의 반전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주는 매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살구색의 니트는 ZARA에서 구매한 니트입니다.

짜임이 굵어 입었을 때 날씬해 보이지는 않지만

목 뒤 부분의 리본 끈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워낙 생김새가 러블리함과는 거리가 멀어 

이런 러블리함을 은근?하게 드러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사고마는 것이지요.


이건 팁이기도 한데 생김새가 러블리함과 거리가 멀다면(그런데 러블리해지고 싶다면!)

뒷부분?에 러블리함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앞부분에 주면 부조화?를 일으킬수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원피스 중의 하나도 이런 의외성을 가지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검은색 바탕에 꽃 패턴이 있어 여성스러움과 세련됨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

뒷 부분이 한 뼘 정도 파여(구멍 살짝)있어서 반전 섹시함(섹시한 구석도 없어서요)도 줄 수 있지요.


그래서 저 니트를 입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머리를 묶어야 합니다. 

머리를 묶지 않으면 저 리본 끈을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리본은 참 러블리한 디테일입니다. 그래서 아이템의 어디에 붙어 있어도 러블리한 느낌을 줍니다.


살구색의 색깔도 흔하지 않아서 저는 좋습니다.

아이템 자체는 평범하지만 아이템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흔하지 않은 것도

평범한 아이템을 평범하지 않게 입는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연스러운 멋을 선호합니다.

튀고 싶지는 않지만 멋스럽게 입고 싶다는 마음의 반영이죠.

언젠가부터 '무심한 듯 시크하게'가 관용어처럼 쓰이면서 그게 멋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서인 것도 같습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가 가능하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여러 색깔을 시도해보고 입어봐야 나에게 어울리는 색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

반전 매력이 있는 아이템이 좋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스타일만 입어서는 내 매력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매력을 갖고 있기에 그 매력이 어디 숨었나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살구색 니트를 청바지와 같이 매치하면 평범한 니트입니다. 

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상대방에게 저의 뒷태를 살짝 보여주는 것으로 숨어있는 러블리함을 발견?하게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생각하겠죠. '생각지도 못한 곳?에 의외성이 있네.'라고 말이죠.


노력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매력이 있는 반면,

찾아주고, 개발해야 서서히 드러나는 매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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