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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n 10. 2018

콘텐츠 자영업자 입장에서 본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왜 그렇게 화제인가


사진출처: SBS 홈페이지


골목식당을 1회부터 본 것은 아니다.

친구가 재밌다 하여


원테이블이 나왔던 회차 3,4회랑

최근에 했던 뚝섬 1회차를 봤다. 


늘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떤 영화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주연 배우'를 염두해 두고 그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 것처럼 이 골목식당 프로그램도 

'백종원'씨의 타이틀을 단 것처럼

백종원을 위한, 백종원에 의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란 생각이 무척 많이 든다.


PD는 회차마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하고

그 그림이 잘 나올(시청률일 거다)수 있도록 흐름을 끌고 가는 사람이라 생각하는데

백종원은 PD의 수고를 최소화해주는 주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냉철한 분석력과 음식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이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등을 기준으로

골목식당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말투, 표정, 행동이 적재적소에 나온다. 


특히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기승전결이 있어야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데 백종원씨가 그걸 진짜 잘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물론 전문가가 나와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는

기승전결이 어쩔 수 없이 나오고 

사람이기 때문에 나올 수밖에 없는 변수들이 

프로그램의 온갖 재미(사건사고가 많을 수록 화제성 증가)를 선사한다.


비유를 하자면 '성형 메이크오버'의 요식업편과 비슷하다.

사연, 이슈거리를 먼저 던지고, 전문가들이 나온다.

전문가들과의 과정을 통해 얼마나 극적으로 변할 것인가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만든다. 


나는 골목식당의 주인에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백종원에 이입이 되기도 한다.


백종원에 이입이 될 경우엔 '손님' 입장에서 뭐라고 할 수도 있으며

골목식당 주인에 이입이 될 경우엔 누구나 있었던 '초짜' 경험이 반영되어 움츠러 들기도 한다. 


식당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지만 

백종원은 어떻게 해야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올라가고

그 화제성을 자신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걸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적절히 보여주는 것이며

PD가 바라는 그림과 백종원이 그리는 그림이 잘 일치함으로써

골목식당의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면 아무리 전문가라 하더라도 기분은 나쁘다. 

하지만 사람들이 '먹는 것'이기 때문에 강하게 지적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실제로 장사하는 입장에서 '매출이 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백종원의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원테이블 것만 봤을 때도 원테이블 측이 원했던 부분은 명확했지만

원테이블 측이 그걸 말로 설명하는 것에 미숙했다.

아마도 막연히 생각만 했을 뿐, 그것을 '문장화, 설명화'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걸 백종원을 통해서 더 잘 인식하고 또렷해진 것은 프로그램의 선작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백종원 역시 원테이블이 설명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이지만

원테이블의 컨셉을 단순히 '식당'으로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 먼 길을 돌아오게 만들었다. 


원테이블을 보면서 저런 식당들이 다양한 식당 생태계를 만드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장사 마인드와 요리 실력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래서 각 식당 주인들의 개성이 반영된 컨셉은 살려줘야 한다. 

하지만 백종원의 말대로 취미로 장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돈을 벌어야 즐겁게 식당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럴려면 '수익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요리 실력은 베이스로 갖춰야 하는 것이 맞다. 


골목식당을 보면서(그래봤자 3번 정도지만) 백종원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한 뒤에 추가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 


사실 백종원의 입장에서 보면 식당이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며

식당 주인 입장이 된다면 현재 '콘텐츠 자영업자'로 빙의되어 생각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나의 색깔도 중요하지만 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에 대해서 냉철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품의 경쟁력을 제공하는 입장이 아닌,

제공받는 입장에서 돈을 지불할만한 음식(제품)인가?하는 생각을 백종원이 하게 해주는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문제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나 또한 그렇다. 나의 문제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백종원같은 사람이 오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렇게 골목식당을 보면서 나의 철학과 색깔을 고수하면서

사람들이 찾는 그런 제품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는 것이다. 


골목식당을 보게 된 나의 이유는 그게 가장 크다. 

백종원이 어떤 컨셉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백종원은 '기본'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위생, 맛, 수익성 등


음식 장사를 하기 위해 기본으로 지켜야할 것들이다. 

백종원씨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지만 

분명 그가 만든 음식점을 찾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 

(빽다방은 한 번도 가보진 않았지만, 미정국수는 좋아하는 편)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이 좋고 나쁘다를 말하면 입맛 아프다.

어차피 방송 프로그램은 '좋고 나쁜지' 여부로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모든 말이 옳고 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골목식당 주인들은 자기들이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면 백종원과 대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라고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근데 보통 자기 철학이나 가치가 분명하지 않으면 쭈그러든다.)

하지만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의 입장에서 기본을 지키라는 백종원의 말에는

양보하는 것이 맞다. 위생, 맛, 수익성 등에 대해서 '잘못'하고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는 것은 못난 것이 아니다.


백종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식당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위생, 맛, 수익성'에서 떳떳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은 식당 주인들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기본'을 지키며 다시 시작하자는 말이다. (물론 뭐라고 하니까 말투는 기분 나쁘다)

적어도 콘텐츠 자영업자로서 빙의되서 생각한 바로는 그렇다. 


어디나 기본이 중요하다. 





* 근데 자꾸 기본, 기본 하니까 내가 쓴 전자책 '기본의 멋'이 생각난다. ㅋㅋㅋㅋ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648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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