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인류와 지구 역사
내가 즐겨 하는 이야기 중에는 ‘지구의 역사가 일주일이라면’이라는 것이 있다. 지구라는 구체가 생겨난 시간을 월요일 0시로 보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일요일 오후 12시로 봤을 때 지구의 역사를 환산해 보는 것이다.
물론 세세한 계산은 취향이 아니므로, 이 내용은 언젠가 여행 중에 읽었던 베르나르의 책에서 메모한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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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0시에서 하루가 흐를 때마다 대략 6억 6천만 년이 지나간다. 물론 6억 4천만 년이라고 대충 2천만 년쯤 떼먹어도 눈치채는 사람은 없겠지만(우리에게는 2천만 년보다 군대 2년이 더 긴 시간이므로), 일단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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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월요일과 화요일, 그리고 수요일 아침이 올 때까지도 지구에는 아무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수요일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서야 박테리아(세균)라는 최초의 생명 형태가 나타난다. 이 박테리아는 일요일 오전까지 계속해서 증식되고, 조금씩 새로운 형태의 생명들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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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일요일 오후 4시, 드디어 우리에게 친숙한 공룡이 나타난다. 공룡은 지구 위에서 5시간 동안 종을 유지한다. 하지만 오후 9시가 되어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 아, 그럼 이제 드디어 위대한 인간의 시대가 오는 가보다, 싶겠지만 전혀 아니다. 아프리카 대륙에 최초의 인류가 출현하는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 일요일 오후 11시 57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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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잘 아는 세계 4대 문명, 그러니까 최초의 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은 11시 59분 45초부터이다. 쉽게 말해 인류의 역사는 일주일이라는 지구 역사에 비교해 15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은 불과 40분의 1초 전이다. 이는 눈 한번 깜빡이는 시간보다 다섯 배는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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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이야기를 떠올릴 때 기분이 예전 같지 않다. 원래 이 ‘지구의 역사가 일주일이라면’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이렇다. ‘사람 인생이 참 짧으니 쓸데없는 일들에 스스로 고통받으며 낭비하지 말자.’ 라던지, ‘자만하지 않고 늘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가자.’ 같은 교훈적인(시시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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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새는 어쩐지 이런 섬뜩한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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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인류가 바이러스 공격에 한순간에 사라져도… '지구 역사로 보면 별 대 수 롭 지 않 은 일 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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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에서 무려 5시간이나 버틴 공룡도 결국은 사라졌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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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지 않은 시기다. 생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고, 어느새 주변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말이 흔치 않게 되어버렸다. 그저 ‘지키거나’, ‘버티거나’. 이렇게 사람을 무기력하고 의기소침하게 하는 두 가지 선택권밖에 남아있지 않은 기분이다. 해가 뜰 듯 말 듯 하면서 계속 사람 간을 보고있다. 올해는 모두가 붕 뜬 시간 속에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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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서 희망적인 이야기. 사람들은 행복한 시기엔 분열하지만, 불행한 시기에는 연대 의식을 느끼며 쉽게 단결한다.
그러니 언젠가 이 상황이 종식되고, ‘아아, 그때는 정말 함께여서 다행이었어’하고 너도나도 생각할 수 있기를. 다들 힘내 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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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이팅 합시다! 라고 칠려 했는데 맞춤법 검사기가 외래어보다는 순수 우리말을 쓰라는 군요.
뭐 어쨌든, 우울하지 않도록 응원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을 많이 응원해줍시다.
서로서로 좋게좋게 알콩달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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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º사진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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