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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앤트 Nov 19. 2023

스트레더지

분리법

소재는 이미 존재하고 우리는 발견해 나갈 뿐이다.


김앤트, 시공, 23.2x28.2cm, Charcoal 35 min and 30 min, 2020


지금 보고 있는 이 두 그림은 같은 소재를 놓고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왼쪽은 드로잉을 베이스로, 오른쪽은 페인팅 방식 면처리 위주의 작업 방식이다. 결국 이 그림들은 베이스로 삼은 기반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셈이다. 어떤 의도로 이렇게 그림을 제작했는지 설명해 본다.


지루하기도 하고 재미도 없는 내용들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내용들을 쭉 보신 분들이라면, 나중에 숙련도가 올라갔을 때 그림 실력이 확실하게 상승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같은 능력치를 갖고 있어도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그림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글의 주제 스트레더지 분리법은 전략을 나눠서 설정한다는 뜻이다. 


AnT 작업실을 오시는 분 중 전공자도 있고 실무를 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재능의 총점이 높아서 이미 충분히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통점은 자신감이 약간씩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 체계가 많이 부족할 것이다

두 번째. 감에 의존도가 높을 것이다.


종합해 보면 그림 이해도 보다 숙련도가 더 앞서 나가 있는 상태라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지도할 수 있는 방향은 딱 한 가지다. 순서를 바꿔 주는 방법이다. 

이해도 보다 숙련도가 높을 때는 이해도를 더 향상해야 가지고 있는 숙련도에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숙련도를 높여 내용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끌어가야 하는데, 숙련도는 그리는 시간과도 많이 비례한다. 하지만 대부분 후자의 경우는 극히 드문 편이다.

숙련도 보다 이해도가 높은 경우는 체계의 구조상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해도가 더 높다고 느끼는 것은 유사 이론들에 둘러싸여 있는 경우다. 그림을 모두 알게 되었다는 착각으로 느끼게 되는 과정 중 하나로, 장르, 소재, 재료를 변경하다 보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글은 대부분 그림 이해도를 중심으로 내용을 풀어 나가고 있다. 그림 연습을 해오며 꼭 보고 듣고 싶었던 내용들로만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트레더지 분리법은 이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방법의 하나다. 내가 갖추고 있는 능력이 드로잉과 페인팅 둘 다 존재할 때 이것들을 섞어서 사용할 수 있다. 감이 아닌 계획으로 퍼센티지를 조절해 섞어 표현해 나갈 수 있다.

왼쪽 그림 같은 경우에는 드로잉 퍼센티지가 70% 이상으로 잡혀 있고 오른쪽은 페인팅 퍼센티지가 90% 정도 잡혀 있다. 

드로잉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나의 기준에서, 조금 더 정확한 형태를 구축함과 동시에 선으로 줄 수 있는 러프함과 간결함을 가져보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페인팅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적인 색감과 명도를 우선시하며 재료 고유의 특징들을 더 뽑아내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그림 소재는 흑인 꼬마 아이다. 35분 동안 드로잉 느낌으로 진행하니 특유의 피부톤이 많이 부족해졌지만, 형태적으로 조금 더 짜임새 있게 나온 편이다. 같은 소재를 30분 동안 페인팅 위주로 진행했을 때는 특유의 피부 톤이 표현되고 있지만 형태에서는 생략된 표현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목탄 재료의 특징을 생각해 봤을 때는 드로잉 쪽보다 아무래도 페인팅 쪽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든다. 물론 이 두 그림은 극단적으로 퍼센티지를 한쪽으로 몰아서 그렸기 때문에, 5:5 정도로 섞어 사용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런 부분에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도를 통하여 주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어떤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에 따라 같은 사람이 같은 소재를 그려도 분명히 다른 이미지의 스타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정 방식의 우위를 가리는 것이 아닌 '전략을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과 생각이 핵심 내용이다.

각자 선호하는 느낌은 모두 다를 것이다. 지금은 단순하게 드로잉과 페인팅 느낌으로 나눴지만, 다양한 스타일과 느낌을 낱낱이 분석해 보면 접근 방식이 굉장히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다양함을 분리해 낼 수 있는 능력이 관점이다.


관점을 어디에 놓고 그리는 가에 대한 차이로 결과물들은 눈에 띄게 바뀐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이런 요소들을 바로 그림에 적용하자는 권유가 아니다.

전략이라고 지금 부르는 것들은 거창해 보이지만 스스로 모르게 이미 다들 사용하고 있다. 단지 인식되어 체계화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적용이 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부분들이 있다고 인지하게 되면, 인지하는 만큼 신경을 쓰게 되고, 신경을 쓰면, 방향성은 한두 가지씩 늘어나게 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리면 그림이 산으로 간다. 그림 하나를 시작하려면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충분한 계획을 짜고, 소재에 대한 분석과 어떤 의도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고민하는 과정을 꼭 거친다. 그 후 재료의 특성을 최대한 뽑아내면서 표현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부분마다 연습이 꽤 필요하다.

보이는 그대로 옮겨 그리거나 그대로 베껴 그리는 것은 구상미술이 아닌 복사이자 모작의 한계성을 지닌다.

숙련도를 올리는 연습 방법의 하나일 뿐이지만 대부분은 이 연습 방법이 구상미술의 전부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많다. 

계속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그렇게 연습해 왔기 때문에 구상 미술이 그렇게 인식되는 것이다. 이 글을 보신 분들은 꼭 해석이라는 단계를 거쳐 연습해 나갔으면 좋겠다.

개인마다 갖고 있는 능력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경우를 자주 본다. 단지 발굴하여 사용 못 하고 있을 뿐이다. 전략을 조금만 바꿔 주어도 그림은 눈에 띄게 바뀐다.

이것들은 꼭 배워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동안 써놓은 글들을 쭉 보며 접근해 가는 방식만 익힌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글을 작성했다. 


정리한다.

생각 없이 그리면 누구나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없다.

스스로 가진 능력치를 분석하고 적절히 배합해 섞어 사용한다면, 기존과 달리 의도와 목적성을 가진 좋은 그림들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결국 이런 요소가 극대화되면 자연스럽게 스타일로 연결되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소재, 같은 재료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 보자.


스타일을 위한 스타일은 한없이 가볍고, 이해도 기반의 스타일은 매우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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