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미적기준
안경을 그릴 때, 매번 내 얼굴에 어울리는 형태로 디자인한다. 내가 잘어울리면 모두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내 얼굴은 아무 안경이나 올려서는 안된다고 오래전부터 판단이 섰다.
내 얼굴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넓은 이마에 큰 광대와 짧은 하관이다.
안경을 썼을 때 현대의 '미남'상과는 다른 부분이 딱 드러난다. 갑자기 더 넓어보이는 이마에 턱이 갑자기 확 짧아진다. 안경이 어울리기 어려운 얼굴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반대로 안경이 잘 어울리는 조건은 좁은 이마, 작은 광대, 긴 하관
기본적으로 가로로 뻗은 안경의 멋스러운 선들과 세로로 긴 얼굴은 밸런스가 딱 맞아떨어진다고 본다. 사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다. 하지만 안경을 디자인을 하고 소개할 때 대부분이 공감하는 이야기다.
안경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자.
이것이 내가 안경을 디자인할 때 기본으로 두는 생각이다. 그것이 과하면 당연히 독이 되겠지만 적절하게 밸런스를 잡아준다면 착용자를 잘 생겨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야말로 비절개성형일지도.
유행하는 안경은 그 시대의 미적 기준을 내포하고 있다. 2022년 2월, 지금은 뿔테가 지배하고 있다.
현 안경시장의 핫키워드인 '아넬' 쉐입의 뿔테를 살펴보자.
아넬(Arnel)이란 1940년대에 미국의 타르트옵티컬이라는 브랜드에서 출시한 모델명이다. 지금은 이 모델처럼 생긴 모든 테들을 아넬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이 모델의 렌즈 세로길이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는 썰이 있다. 아무튼 지금은 키홀을 가지고, 적당히 두꺼우며, 형태가 위와 비슷한 안경을 아넬테, 아넬형태, 아넬안경이라고 부른다.
이 안경을 쓴다면 잘 생겨보이는 효과가 딱! 나온다고 본다.
렌즈 아래쪽이 각져있는 부분과 전체적으로 두꺼운 점이 인상을 또렷하게 하고, 좌우끝인 엔드피스 부분이 살짝 내려가있어 부드러운 눈매를 만든다. 굳이 표현하자면 얼굴에 자신감있고 너무 매섭지않아 친해지고 싶은 느낌. 이게 요즘 호감상에 딱 맞아떨어지니 유행할 수 밖에.
아넬은 앞서 말한 안경이 잘 어울리는 얼굴인 것처럼 만드는 안경에 전형이다. 그리고 아직 아넬만큼의 유명세는 타지 못했지만 프렌치나 보스턴 등으로 불리는 쉐입들도 위 요소들에 어느정도 맞아 떨어진다고 본다.
(밑줄쫙) 결국 잘생겨보이고 호감이 가는 안경 이것이 머니코드인듯 하다.
정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