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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떼느 Apr 10. 2023

똑똑이약을 먹자

사랑스러운 ADHD 5편 - ADHD 진단을 받은 도일이

이후 선생님께서는 학교 내 상담 선생님을 연결해주셨고, 상담선생님께서 지역 내 아동심리상담센터에 상담예약을 잡아주셨다. 센터에서는 아이와 한참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여러가지 질문지를 통해서 아이의 심리상태, 학습상태 등을 체크했다. 아이가 직접 답을 써야하는 질문들이 있었는데, 아이가 쓴 답안을 보고나서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를 싫어한다)

* 나는 친구가 (몇명이다)

* 다른 사람들은 나를 (대부분 싫어한다)

* 선생님들은 (무섭다)

* 나를 가장 하나게 하는 것은 (원수를 봤을 때)     


어떻게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게 되었을까? 왜 아이들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머릿속에선 온갖 질문들이 뒤엉켜서 그냥 먹먹하기만 했다.  

    

검사 결과에 대한 상담을 위해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아이는 ADHD 진단을 받았다. 놀라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하지만 하얀 종이에 딱딱한 텍스트로 아이의 상태에 대해 써놓은 문장들은 마음을 콕콕 찔렀다. 


그런데 상담센터의 선생님은 아이가 ADHD라는 진단결과보다는 더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아이가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라고. 아이가 소아우울증이라고 말씀하셨다. 아이는 자아를 표현하는 그림에서 벌레를 선택했다고, 자가 자신을 너무나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하셨다. 이 마음의 병부터 치유하는 게 우선이라고 하셨다. ADHD 아이들은 사회적 규범을 학습하는 속도가 조금 느리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의사소통하고, 어울리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하셨다. 이 친구들은 ADHD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서 오는 또래관계 속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래서 더 속으로 속으로 기어들어가게되고, ADHD 성향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 저는 뭐부터 하면 될까요?“

아무 말 없이 진단결과를 한참 듣고난 후 내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센터에서 놀이치료를 받기로 했고, 소아정신과를 예약해서 상담을 받은 후 약물치료도 병행하기로 했다. 아이에게 놀이치료는 ‘놀이선생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시간이라고 설명했고, 매일 아침 먹어야만 하는 약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똑똑이약’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매일 약을 먹는 것이 힘들고 짜증날텐데도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싶다며, 똑똑이약 먹는 거, 자기도 좋다고 흔쾌히 동의했다. 



스스로도 잘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 아이도 선생님께 칭찬받고 친구들과 잘지내고 싶었을텐데,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방법도 몰랐을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학교에서 자기도 공부잘하고 싶다고. 똑똑이약 먹고 차분하게 앉아서 집중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가 참 대견했다. 아이를 보며 또 울컥했지만 다시는 울지않기로 다짐했으니 이 악물고 참았다.   


그리고 나는, 아이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이사를 가기고 결심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느라 친구들와 함께 놀 시간이 없는 동네, 유치원을 다닐때부터 영어공부를 하는 것인 당연한 동네에서는 이 아이가 숨을 쉬기가 힘들 것 같았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공기가 흘러가는 곳, 자연이 아이를 반겨주는 곳을 찾아 나는 섬마을, 바닷가를 낀 산책로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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