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출항 15분 전

여유가 나를 풍요롭게 합니다.

by 연사백


DALL·E 2025-02-22 11.42.52 - A peaceful South Korean naval vessel departing from a tranquil harbor at sunrise. The ship, painted in soft navy gray, smoothly glides through the cal.jpg


비록 육상 근무를 하는 보직에 있었지만, 저는 해군 출신입니다. 해군에는 타 군대에 없는 출항 15분전 문화가 있습니다.


출항 15분 전


군함은 엔진 시동이 걸리고 출항이 가능하게 되는 때까지 약 15분이 걸립니다.

출항까지 걸리는 시간과 준비 과정도 복잡하다보니, 모든 준비가 되기까지 15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병사들 역시 15분 전에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있어야 됩니다.


해군의 육상 근무 역시 이 전통과 문화에 따라 모든 일과는 15분 전에 모든 준비가 완료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15분 전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정해진 임무나 목표가 완료되는 시점입니다.


(PS. 이 육상 근무 역시 함정 근무 문화가 있다보니 재미있게도 육상 생활관에 높으신 분이 오시면 'xx님 '승함' 이라고 방송이 나옵니다. 건물 역시 하나의 함선으로 보고 배에 누군가 탔다는 의미)


제대한지 한참이 지났지만(예비군도 끝났...) 저에게는 이 해군의 15분 전 전통이 습관처럼 남아 있습니다.


약속 시간에 목적지에 적어도 15분 전에 도착하는 습관입니다.

여기에는 누군가 저를 기다리는 것보다 제가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격도 한 몫합니다.


15분 전이 주는 풍요로움


15분 전에 도착하게 되면 여유가 생기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 시간에 도착하거나, 늦게 되면 정해진 장소와 만날 사람에게 바로 집중할 수 밖에 없지만, 15분 전에 도착하게 되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처음 가보는 장소거나 익숙한 장소여도 둘러본다면 꽤 볼 것이, 알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목적지 주변에 오래된 맛집이라거나, 미처 몰랐던 길을 발견하거나 누군가와 다시 오고 싶은 장소를 발견하게 되거나..


이러한 정보들이 나중의 내가 이 장소를 더 다채롭고 다양한 정보를 가진 장소로 기억하게 됩니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저는 전보다 이 장소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되서 방문하게 되는 셈.


한 번쯤은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방문해서 목적지 뿐만 아니라 주변도 같이 보는게 어떨까요? 그 전의 나보다 더 이 장소에 더 많은 경험을 가진 내가 될 수 있습니다.


약속 당사자가 너무 늦게 와서 쓴 글은 아닙니다...아니...에요..

매거진의 이전글기억의 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