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고개 -나는 누구일까요?

-나의 아들~~!!!

by 최명진

새 학년이 시작될 즈음이면 제겐 가슴벌렁거림이란 병이 돌지요.

이런 엄마의 마음을 전하고자 만든숙제입니다. 스무 고개입니다.

자, 그럼 시작입니다.

고개 하나, 호기심 천국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고개 두울, 에너지는 백만 스물둘의 에너자이저이지요.

고개 세엣, 공에 비유하면 럭비공입니다.


고개 네엣,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이끌어 내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고개 다섯, 가끔은 전혀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할 때가 있습니다.

고개 여섯, 아바타 슈, 옷 입히기 등을 무척 사랑합니다.

고개 일곱, 밥보단 국수, 라면 등의 면을 좋아합니다.


고개 여덟, 요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고추장말이 주먹밥'이란 요리도 만들어

냈답니다.


고개 아홉, 좋아하는 동물은 코가 긴 코끼리입니다.

고개 여얼,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같은 행동, 같은 단어를 혼자 중얼거리기, 손뼉 치기 등...

고개 열하나, 같이 놀기 보단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상호작용을 하며 하는 놀이 등을 어려워합니다.

고개 열둘, 컴퓨터, 아이스크림, 영어, 수영, 그림 그리기를 좋아합니다.


고개 열셋, 말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림을 보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개 열넷, 폴짝폴짝 뛰며 손뼉 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쁠 때나 화날 때 특히 그런

행동이 더 나옵니다.


고개 열다섯, 해바라기 꽃을 무척 좋아해서 그를 생각하면 커다란 해바라기가

떠오르곤 합니다.

고개 열여섯, 자신이 소통하고 싶을 때를 제외하곤 눈 마주침을 잘 하려 하지

않습니다. '눈을 쳐다보고 말하자~!'라는 말을 많이 하게 합니다.

고개 열일곱, 자기중심적인 행동으로 인해 '맘대로 아이'처럼 보입니다.

또는 버릇없는 아이처럼 보입니다. 교육의 부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개 열여덟, 자폐성 장애가 있는 11살의 멋지고 든 실한 남자 아이입니다.

고개 열아홉, [해바라기 사랑]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 이야기는 그를 향해 돌고 있습니다. 마치 해를 따라 도는 해바라기처럼.....

고개 스물, 최명진의 아들이기도 하고, 최명진의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런 나는 누구일까요?



끊임없는 열정을 만들게 해주는 아이, 늘 내일이 궁금하도록 이끌어주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가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도록 폭 빠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아이~! 아무와도 소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 그러나 그림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싶음을 표현하는 아이~! 그 아이를 통해해야 할 일들을 수수께끼 풀듯

풀어나가는 아지매~! 바로 울 아들과 저의 이야기입니다.

정답은....... 김성현, 해바라기 소년이자, 엄마에겐 어린 왕자라 불리는 소년

김성현이었습니다.



스무 고개를 넘어오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아이들의 개학과 더불어 새 학년이 시작됩니다. 많은 두려움과 걱정으로 이 즈음에 밤잠을 설치는

장애아동 부모들이 있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만큼

그 새 학년이 두려운 엄마들입니다.... 문득 엄마들과 수다를 떨면서 새 학년을 맞는

방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지요. 이해가 필요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문득 제 머리를 스친 것이 바로 이 스무 고개입니다.




이 스무 고개를 넘어오신 분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겁니다.

울 아들의 장애의 특성을... 그리고 제 글을 읽으셨던 분들은 이해를 하실 겁니다.

엄마가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이해를 하지 못하면 오해가 쌓이고,

오해가 쌓이면 서로를 거부하고 미워하게 되지요. 장애란 이유로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면서 가슴이 엄청나게 콩닥임을 느낍니다...

새싹들이 지면을 두드리는 이즈음에.... 울 아들이 다시 함께 웃으며

나갈 수 있도록 아들의 두드림에 응답이 오는 새 학년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2009년 2월에





******아들이 4학년에 올라갈 즈음에 쓴 글입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만남은 아들만큼이나 늘 저를 긴장시키곤 했지요.

이 글은 실제로 아들의 담임선생님께 전해졌고, 저는 일 년 동안 선생님과 많은 소통을 하며

아들은 그 학년을 잘 마칠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