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

매일매일 배운다...

by 최명진




계간지 [함께 웃는 날]을 보다가 내 눈에 쏙 들어와 박힌 책,

[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 늘 아들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끊임없이

고뇌하며, 끊임없이 생각하는 나의 삶~! 그 삶을 통해 나 역시도 늘 이 말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서 선배 격인 그녀는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하는 공감대를 기대하는

마음 반, 또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반으로 책장을 열었다.


그러나 마치 그녀는 나의 그 마음을 꿰뚫어본 듯한 표현으로 이렇게 말한다.

".... 그러므로 내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어도 '아이를 어떻게든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득 찬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참고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폐증이라는 거죽 안 깊숙한 곳에 엄연히 존재하는 인간으로서 의 아이 본래의

모습과 만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아들과 살아온 11년의 세월을 통해 아들이 완벽하게 치료되어

비장애인으로 되리라는 것을 꿈꾸지는 않는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울 아들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

단지 그 아들의 인생이 장애란 이름으로 너무 불쌍하고 너무 불행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아이가 치료하기도 어렵고 가르치기도 어려운 '장애의 챔피언'이라고까지 불리는

자폐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세상이 끝나버린 듯한 느낌... 적어도 나의 경우는

아웃사이더적인 방법이 훨씬 자연스러웠을 뿐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장애의 챔피언"~! 하고 많은 것 중에서

장애의 챔피언일까... 하지만 그도 역시 나의 현실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아들 역시도

장애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까... 자폐증의 특징을 말하라 하면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상상력의 장애 혹은 관심 범위의 한정 문제 등을 핵심 증상이라고 한다. 그 증상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벽이 되는지는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단지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만 그러는 것일까? 더 똑똑한

사람들도 상호작용의 부재로 서로 다투고 싸우고 오해하는 이 세상에서....


이 책의 저자 기류 유미코 씨의 생활은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단지 장애를 가진 아들

도시야를 키우면서도 불행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빼고는.... 포탄이 날아다니는 곳만이

전쟁터는 아닐 것이다. 포탄이 보이지 않는 우리의 삶 자체가 어쩌면 치열한 전쟁터인지

모른다. 그런 곳에 승부욕도 1등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울 아들이

살고 있을 뿐이다. 잘 했다고 상을 주는데 그 상을 받기 싫어서 울고불고하는 아들이

있을 뿐이다. 그 아이가 바로 울 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자신의 표현을 해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주변을 맴도는 내가 있다. 11년을 아들과

살아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둘 중 하나가 불행해지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라고...

우리가 함께 행복해야 한다고... 아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고,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 '함께 행복'을 위해서 우린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나친 억지가 아닌 방법으로..



치료실에 인생을 걸고 달려들 필요가 없음을 안다. 아이가 장애임을 인지하면서

시작되는 부모들의 치료실 투어~! 어느 곳에도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다른 비장애인 못지않은 시간을 치료로 보내는 우리 아이들을 본다. 1:1의 치료가 보편적이다.

상호작용의 결여와 감각적인 부분의 다름 때문에 그렇게 치료를 받는다. 치료실에선

잘 하던 아이들이 일상의 현장에 나오면 엄청난 부적응을 경험한다. 그것은 치료실처럼 한정된 공간도 아니고, 한정된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선택되어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료실에서 배운 것을 아이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경험하며 익혀나가야 하는데,

현실은 늘 치료실이 거의 주가 되고 있다. 넓은 세상에선 아이들이 배운 것을 실천하기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규범들을 터득하지 못한 아이들에겐 두려움의 장소일 뿐이다. 그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아들의 어려움이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세상인데, 각자 너무 바쁘다. 그 소통의 중간에 내가 서 있다. 그리고 힘들어한다.....


그녀의 책을 덮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나 역시도 아들을 통해 세상을 배웠노라고...

나 역시도 성현이를 통해서 진정한 감사가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웠노라고...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처럼 아들의 장애에 대해 불행하지 않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그녀는 에필로그에서 말한다. 지금까지 써왔던 모든 글들이 어쩌면

도시야에게 보내는 유서라는 말이 가슴에 와서 꽂혔다. 그녀의 글을 그녀의 아들이 읽을 수 있는 날이 올지 안 올진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그렇게 이야기를 기록한다.... 이 역시도 희망일지 모르겠다. 도시야와의 생활이 불행하지 않다는 그녀의 숨겨진 말은 역시 도시야보다 하루만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다는 말~!

쉽게 아이를 놓을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다.


오늘도 아들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일 없이 등교를 했다. 그 작은 것조차도

어쩌면 내겐 행복이다. 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서 늘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는 다른

엄마를 보면서 감사를 배운 나이기에... 난 울 아들을 많이 사랑한다. 아들의 표정, 아들이

그려내는 그림, 아들이 표현하는 아주 작은 언어들~~ 그럼에도 늘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아들의 내면에서 어떤 용암이 분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뜨거움에 다른 이들이 놀라는 경우가 있으므로... 차마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들의 생각과 표현이 서로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생기니까. 아들을

생각하면 한없이 우울해지다가도 고 예쁜 미소 하나에 녹아나는 나~! 그게 지금의

내 현주소다. 행복하니까 감사한 것이 아니라 감사할 수 있으니까 행복하다는 말이

내 뇌리에 전율처럼 박힌 아침~!

그 마음으로 살아가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아침이다.



2009-03-23





***내 척박한 현실에 늘 힘이 되어 주었던 책읽기~~

다시 그 추억을 꺼내면서 나는 에너지 충전을 한다.

내 인생은, 아들의 인생은 계속 진행중이니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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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6_163817.jpg 아들과 함께 걸었던 대전천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