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명진 Jun 23. 2024

비가 내릴 땐 대청호 명상정원~~~♡♡♡

대청호 오백 리 길 명상정원을 거닐었다.


집중해서 일을 하기엔 한밤중이 가장 좋다.

중간에 다른 일 때문에 끊길 일이 없기에.

5년 동안 함께 일을 하셨던 분이 정년을 맞아 퇴임하셨다.

그간의 고운 인연에 감사하며 송별식을 하고 돌아온

터라 잠깐 하고 쉴 계획이었다.



마음이 그랬던 것일까.

내친김에 이어서 하다 보니 뿌옇게 밝아오는 아침.

짹짹거리는 새소리 뒤로 자동차 소리가 이어졌다.

누구보다 부지런한 아드님은 엄마가 이불을 덮고

눕는 것을 보면서 씻기 시작했다.

얼마나 잤을까.

구시렁구시렁거리는 아들의 목소리에 결국은 일어났다.

아, 내게 긴 잠은 무리구나.




덕분에 일어나 셰이크와 밥을 챙겨 먹었다.

다시 중간 지점에서 멈춘 일을 시작했다.

어느 순간 눈을 들어 바라보니 아들의 눈과 딱 마주쳤다.

"아, 아드님 답답하지요? 엄마 일 끝나고 나갑시다."

기다렸다는 듯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들.

몸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다 해도 맘껏 나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일을 마치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에 가기엔 날씨가  별로네. 우리 대청호 갈까?"

그렇게 우린 우산을 쓰고 대청호 오백 리 길을 걸었다.

슬픈 연가 촬영지가  있는 명상정원~~!!

지난번에 왔을 땐 물이 가득 차서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그 풍경이 진품이었다.



예쁘다. 참 좋다. 공기도 다르다. 오길 잘했다.

물이 빠지면서 생긴 지층이 고운 무늬로 다가왔다.

비도 얌전히 내리고 있어 운치 있게 걷기에 좋은 날씨였다.

아들은 아들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그 시간을 즐겼다.

비가 내려서인지 오는 사람도 적어 유유자적하기에 좋았다.



꽥꽥꽥~~

오리가족이  줄줄이 이어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 무리의 행진을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다니...

반가운 마음에 그들을 조용히 담았다.

물이 빠져 닿을 수 없었던 작은 섬을 배경으로 담았다.

조금만 나오면 이렇게 좋은 곳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보를 즐기던 중 받은 문자 한 통~~!!!

학생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대편에 있지만 일단 출발.

비는 오고 어둠은 내리는데 빨리 찾아야 한다는 마음.

예전에 아들을 놓쳤던 순간이 떠올라 손발이 떨렸다.

경찰에 신고하고 가능한 사람들이 함께 노선 돌기.

찾았다는 소식이 없어 애가 달 즈음  온 반가운 소식.

다행이다. 감사하다.



상황을  판단한 아들이 툭 던지는  말.

"엄마 늦었어요. 마트 못 가요. 배 고파요."

"그러게... 동생 찾느라 늦어졌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대전가락국수집에 갸서 잔치국수와 꼬마김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밤 10시가 훌쩍 넘었구나.

돌아오면서 담아두고 보지 못했던 명상정원 일대의

시진을 보았다. 자체가 힐링이다.

다이내믹한 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발달장애가족휴식지원캠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