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범주와
관념을 뒤엎는 예술적 시도들
Edited by 김희량
"옷과 패션으로부터 소외된 장애인"을 작성하며 마주한 혼란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 혼란을 더 깊게 파보려 한다. 장애인 패션을 연구하는 몇몇 논문에서 명시한 디자인 기준 중에 '비장애인과 달라 보이지 않을 것', '장애 부위를 감출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드러내야 소외 문제가 더 공론화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드러내기 쉽지 않은 현실이 이해가 되어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왜 달라 보이지 않도록 신경써야 할까. 왜 장애 부위를 감추려고 애써야 할까. 이 기준의 이면에는 장애인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있었다. 감추고 싶은 마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돌이켜보아야 할 부분이 있었다. 장애인이 그러한 욕구 또는 필요를 느끼는 이유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는 항상 시선이 닿았을 것이고, 그 시선은 호감을 내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떻게 향하고 있을까.
사회는 아름다움을 협소한 범위로 제한하고 지나치게 우상화한다. 마르고 날씬한 몸, 정형화된 신체 비례 등 견고한 미적 기준을 제시하고 강요하는 것은 이미 여러번 지적된 사실이다.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기준이 있다. 기본적인 전제처럼 수용되는 '정상'에 대한 기준. 사회는 비장애인의 신체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이렇게 정의된 정상성을 미적 기준의 기본값으로 적용한다. 장애인의 신체는 아름다움에 대한 논의에서조차 제외되며, 종종 혐오에 가까운 시선을 감내하곤 한다.
장애인의 신체도 그 자체로 아름답게 여길 수는 없는 걸까? 장애인의 신체를 아름답게 표현한 사례를 고민하니,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다. 바로 "밀로의 비너스". 두 팔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팔을 복원하지 않고도 아름다움을 인정 받았으며, '정상'의 기준에서 벗어났음에도 완전무결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밀로의 비너스"는 장애인 위인을 기념하는 동상을 만들 때 비장애인처럼 드러내지 않고 장애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밀로의 비너스"는 장애인의 신체를 의도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며, '유물'이라는 특성 때문에 두 팔의 부재는 장애보다 세월의 흔적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래서 '장애'를 포용하고 '장애인'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찾아보았다. 1998년 사진작가 닉 나이트(Nick Knight)가 촬영한 "Access-Able"이라는 제목의 사진 작품 시리즈가 있다. 장애인을 모델로 한 패션 사진으로, 육상선수이자 배우로 활동하는 에이미 멀린스(Aimee Mullins), 무용수 데이브 툴(Dave Toole) 등 다양한 모습의 장애인을 촬영했다. 작품은 아무런 배경 없이 장애인의 신체에 집중했고, 장애를 숨기지 않으면서 특별한 매력을 드러냈다. 작품에서는 모델을 아름다운 대상으로 바라보는 숭고한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 아래에서 구도를 잡은 에이미 멀린스의 사진에서는 동경의 시선까지 느껴진다. 닉 나이트는 불완전함이란 시선을 이끄는 또 다른 매력임을 강조하며, '정상'에 대한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사회적 규범을 거부했다. 장애인의 신체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범위를 넓히고자 했다.
만약 길거리에서 신체적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마주쳤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장애에 시선을 두느라 그 사람의 다른 특징은 잘 들여다보지 못한다. 장애라는 특징은 시각적으로 너무나 강렬해 다른 신체적 특징을 약화시켜버린다. 그 사람의 고유한 분위기, 매력, 역동적인 모습 등 다양한 특징들은 장애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엘렌 스톨(Ellen Stohl)은 이미 1987년에 장애에 대한 지나친 시선을 지적하며 잡지 <플레이보이>에 누드사진을 게재했다. 자신이 장애인이기 전에 여성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엘렌 스톨은 자신의 신체에서 장애가 너무나 두드러져서 사람들은 자신을 장애인으로만 규정할 뿐이라며, 장애와 성적 매력을 동시에 전달할 수 없는 현실에 도전했다. 엘렌 스톨은 <플레이보이>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잡지라고 해도, 장애인은 그 논의에서조차 제외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엘렌 스톨의 사진은 남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적 매력을 장애와 구분하고, 축하하며, 스스로에 대한 재발견을 위한 것이었다.
마크 퀸(Marc Quinn)이라는 작가는 1999년부터 8년에 걸쳐 "완전한 대리석 조각"이라는 제목으로 장애인의 신체를 묘사한 작품을 시리즈로 선보였다. '완전하다'는 제목에서부터 장애인의 신체가 그 자체로도 온전할 수 있음을 의도한다. 그 중에는 2005년 런던의 트라팔가르 광장에서 전시된 작품이 있다. "임신한 앨리슨 래퍼"라는 작품으로, 두 팔이 없고 아주 짧은 두 다리를 가진 앨리슨 래퍼가 임신한 모습을 조각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장애인 신체의 성적 매력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장애와 임신 가능성, 생식력을 함께 보여주었다.
위 두 작품은 장애인 신체를 아름다운 대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장애에 대한 무거운 시선을 덜어낸다. 그 대신 성, 임신과 같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삶의 양상에 시선을 유도하고 장애인이 영위하는 건강한 삶의 활력을 보여준다. 덕분에 장애인의 삶이 어렵고 불편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뚜렷이 이해할 수 있다.
혹자는 건강하고 균형적인 상태에 대해 본능적인 매력을 느낀다고 말할 수도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최상의 조건에 끌리며, 이상적인 상태를 아름답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반면, 장애는 고통과 괴로움, 죽음과 같은 직면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을 상기시키기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키고 꺼리게 된다는 것.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항상 맞다고 말할 수도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건강함과 건강하지 않음, 균형과 불균형으로 무 자르듯 나뉘는 게 아니다. 비장애인에게도 건강하지 않고 불균형한 모습이 있고, 장애인에게도 건강하고 균형적인 모습이 있다. 우리가 비장애인의 신체에서 아름다움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위에서 다뤘듯 '장애'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닉 나이트의 "Access-Able"에서 다리가 없는 무용수 데이브 툴은 건강한 어깨와 팔을 가졌고, 닉 나이트는 상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 사진을 촬영했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매력이 있고, 장애는 일부일 뿐이다.
또한, 장애가 꼭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두 개뿐인 샌디 이(Sandie Yi)는 'Crip Coutur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의복, 신발, 액세서리를 디자인했다. "Animal Instinct", "Gloves for 2"와 같이 자신의 손과 발에 맞는 작품을 제시하면서 장애는 개선의 대상이 아닌 포용의 대상임을 강조했다. 규범화된 신체 형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편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를 추구했다. 장애를 꼭 바꾸고 고쳐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시선을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비장애인의 편협한 시선을 지적하고 극복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장애인을 표현한 다양한 예술작품은 시선으로부터 숨어버린 장애인의 모습을 수면 위로 올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20세기에 이미 장애인의 아름다움을 전달한 작품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상의 기준이란 견고하고, 우리는 틀에 박혀 살고 있다. 그동안 비장애인만 아우르는 미적 기준이 다양한 가능성을 제한해왔음을 깨닫는다. '정상'이라는 견고한 기준에 도전했을 때 우리는 외면 받았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당신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규정하고 싶은가?
[참고문헌]
- Ability Magazine, "Hugh Hefner and Playmate Ellen Stohl talk with Chet Cooper", 1995
- John Derby, 「Enabling Art History: Review of Millet-Gallant, The disabled Body in Contemporary Art; and Ross, The Aesthetics of Disengagement」, Disability Studies Quarterly, Vol. 31 No. 1, 2011
- Tobin Siebers, 「Disability aesthetics and the body beautiful: Signposts in the history of art」, European Journal of Disability Research 2, 2008, p. 329-336
- 수전 웬델, 『거부당한 몸』, 그린비, 2013
- 에이블뉴스, "밀로의 비너스에 대한 장애학적 해석", 2022.6.3
- 중기이코노미, "아름다운 장애... 조금 불편한 것일 뿐", 20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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