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진화
새벽녘, 항구는 비정상적으로 붐볐다. 평소라면 고기잡이배를 준비하는 어부들로 북적일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모여든 사람들의 손에는 그물 대신 종이가 들려 있었다. 왕의 인장이 찍힌 금권.
“금고가 비기 전에 바꿔야 해!”
누군가의 외침이 파도처럼 번졌다.
라모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문 밖, 사람들의 행렬이 금고가 있는 성벽 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상자 속 금권을 꺼냈다. 수십 장의 종이가 손에 잡혔지만, 그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허공에 매달린 듯 가벼웠다.
‘이걸로 금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종이쪼가리로 남을까?’
성문 앞은 이미 혼돈이었다. 병사들이 사람들을 밀어냈고, 금을 싣고 나가려는 수레는 단 한 대뿐이었다. 왕실 재무관이 나타나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은 금을 절반만 지급하겠다! 나머지는 추후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군중의 함성이 터졌다.
“거짓말이다! 금이 없다!”
“인장이 무슨 소용이냐, 금을 보여줘라!”
라모는 군중 속에서 상인을 하나 발견했다. 몇 달 전 그에게 금권을 팔았던 사내였다. 상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은 떨렸다.
“라모… 우린 속은 거야. 왕은 금보다 더 많은 종이를 찍어냈어.”
그 말에 라모의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그는 금권을 다시 손에 쥐었다. 종이 표면의 인장이 선명했지만, 그것이 갑자기 아무 의미 없는 낙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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