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서로 속고 속입니다. 참 신기한 것은 아무도 상처 받지 않으며, 서로 속고 속이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은, 실로 산뜻한, 그야말로 밝고 명랑한 불신의 예가 인간의 삶에는 가득한 것 같습니다.' - 인간실격 中에서-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유서 같은 소설 '인간실격'의 모티브는 신뢰다. 신뢰란 단어의 심너(동의어) 파생어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사회를 여태껏 뒷받침했다. 주고받는 관계, 유대와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붙임성, 좋은 것이 좋다는 사회적 통념 등등, 신뢰란 단어의 안토(반의어)의 파생어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신뢰의 시대에서 법률의 시대로 치닫고 있는 것만 알뿐이다.
사회적 관계란 말이 통하는 사람과의 관계이다.
근데 말이 통하는 어느 사람이, 말 안 통하는 어떤 사람을, 말이 통하는 다른 사람에게 붙여주면
먼저 말이 통했던 어느 사람과 다른 사람 사이는 그 이후 말이 안 통하게 되고
붙여준 말 안 통하는 어떤 사람과 말통 했던 다른 사람 사이는 당연히 말없이 말문이 막히게 되고
말이 통했던 그 다른 사람은 애초 주변에 말이 통한 관계들로부터 서서히 입과 귀를 닫게 된다.
사람을 잘못 쓰면 세상은,
말 안 통하는 사람의 말은 현실적으로 통하게 되고 (실현되고)
말 통하는 사람의 말은 현실적으로 안 통하게 되니
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점차 스스로 입을 닫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먹고 말하고 입을 열어서 전파되지만,
말 안 통하는 바이러스는 입과 귀를 닫아서 전파된다.
백신도 없어서 말 안 통하는 바이러스는 거리두기 방역밖에 없다.
현존의 시대 인간실격이란 덕이 무너진 자가 아닌 법으로 군림하는 자이며, 죄야 누가 짓든 간에 죄의 안토는 벌이 아니라 벌을 받고 있는 자이다. 스스로 입을 열게 되는 시대가 저무니 세상 사람들은 어딘가 흐릿하고 발뺌하려는 듯 미묘한 복잡함이 경계선을 넘나들며 무언으로 맡겨버리는 방식으로 변한다.
진실과는 무관한 단지 패배하지 않는 것, 그게 내로남불이든 아니든 손해 보지 않는 것으로 흐르는 부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에 거부 능력이 없는 모든 이의 무언의 맡김이라면, 다자이 오사무가 말한 '인간실격'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시대 실격'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은 유월의 찬란한 밝은 햇살 아래 마음을 더욱 어둡게만 한다.
'때 묻지 않은 신뢰는 죄의 원천인가?' (인간실격 中에서)
- 2021년 6월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