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다양성 질환 환우들이 가지는 교차성
2024년 12월 포스타입에 발행했던 글을 브런치로 옮기며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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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메디컬 분야 종사자가 아닙니다. 메디컬/임상심리/신경과학 쪽 대학 리서치에서 주관하는 서베이/그룹테라피에 가끔 모르모트(...)로 참가하는 당사자 입장에서 쓴 글임을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ADHD를 한창 뒤늦게 진단 받으면서 속속들이 내 몸을 가지고 갖은 약물을 처방해서 복용량 조절하며 복용 약물도 바꿔가며 관찰해온지 얼추 4년이 되어 간다. 이것저것 추려보며 기록을 꾸준히 복기하며 결국 30밀리 바이반스와 15mg 덱스암페타민으로 유지중이다 (솔직히 왜 내 의사는 저렇게 쪼개서 주는거지...걍 40mg+5mg 덱스암페타민으로 주지...약 값만 더 들게쓰리...)
하지만 솔직히, "주의력 결핍"이나 "과잉행동" 같은 몇 개의 단어로 이 복잡한 현상을 그냥 그렇게 대충 명하고 걍 때려친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인가? 최근 ADHD를 단순히 뇌의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닌, 전신 신경발달 시스템과 얽히고 설킨 거대한 그물망의 일부로 보는 시각을 공유하는 환우들의 소셜 컨텐츠가 가시화 되는 걸 봐선 나 혼자만의 망상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에 끝낸 8주 ADHD 그룹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환우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공감했던 걸 봐선 정말 비단 나 혼자만의 추측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ADHD환우로서 이제 낡아빠진 틀에서 벗어나 제대로 ADHD를 들여다볼 때가 온 것 같다. 그냥 트위터나 그룹 테라피에서 만난 지인들과 공유하는 왓츠앱에서 왈가왈부하며 끝나기엔 정보 공유의 발송이 꽤나 지엽적이기에 이렇게 포스팅을 쓴다.
유독 한국 쪽 소셜에서만 기묘하리만큼 이 사실의 언급이 전혀 없는데...영어권 소셜에선 이젠 거의 뭐 당연시하다 싶은 교차신경질환 이슈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폐 스펙트럼과의 교차성이다. 자폐스펙트럼과 ADHD의 동반 발생률이 60%를 넘는다는 사실? 최소로 잡아 60%이지...일부 연구진들은 교차율을 팔할 이상으로 보기도 하다.
일단 반타작이 넘었다는 것에서 간과하고 넘어갈 것은 아니다. 새로 개정되는 DSM5-개선판 뉴 프로토타입에는 ADHD를 자폐 스펙트럼 중 일부로 편성할 것인가 아닌가 이야기가 나왔던 적도 있다. 뭐 결국은 불발난 것 같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얼추 알고 있는 사회적 편견들을 생각하면... 사실 엣치디가 이렇게까지 가시화 된 것도 엄청난 발전이긴하다. 하지만 아직 자폐에 대한 선입견은 꽤나 단단해서 대부분 눈에 단번에 보이는 정도가 아니면 굳이 진단을 알아보려고 하진 않는 분위기인듯 하다.
참고로 아스퍼거라는 진단명은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호주에서 가르는 진단명은 스펙트럼 1/스펙트럼 2/자폐증 이렇게 구별을 짓는다. 스펙트럼 1은 외관상 보기엔 그렇게 자폐인게 티가 나진 않는다. 그저 엄청 취미나 특정 활동에 집착적이고 자신의 주관이 엄청 강해 절대 굽히지 않는 고집쟁이로 오인 받고 사회부적응(...)자로 불리는 정도이다. 아 적고나니 왜 이렇게 속이 쓰리지...스펙트럼 1 집단군은 아이러니하게도 스펙트럼 카테고리에서 가장 [...]율이 높은 집단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쓰다보면 말이 길어지니 다음 포스팅에.
ADHD는 마치 여러 질환들이 엮인 증상의 칵테일과 같다. EDS(엘러스-단로스 증후군), MCAS(비만 세포 활성화 증후군), 하시모토 갑상선염, 갑상선 기능 이상, 난독증, Dyspraxia 등... 이 모든 질환들이 ADHD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더 정확한 과학적 정황은 좀 더 연구자료를 스크랩해서 보강해야하지만...뭐 솔직히 이게 메디컬 논문도 아니고 그냥 개인의 생각이나 주절대는 일게 개인 블로그이니 말이죠(...) 어쨌든 당사자이자 각종 모르모트(...)로 참가한 프로젝트에서 만난 인연들의 코멘트들을 추합해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내 생각을 좀 더 확장해서 써본다.
신경회로가 불안정하면 단순히 집중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다. 도미노처럼 몸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면역 체계가 흔들리고, 만성 염증에 시달리게 된다.저속노화쌤...당신이 옳았습니다. 맨날 맛없는 식단만 영업하신다고 투덜대며 인용으로 크아아앙 징징대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내부순환계가 무너지면 인지 기능 저하는 물론, 근육과 결합 조직까지 영향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이 복잡하게 연결된 신경계의 상호작용 때문이다(라고 환우들이 모인 커뮤니티 lurking(눈팅?) 및 여러 유관 메디컬 아티클을 읽어본 바로는 그렇다.)
짤: 러커. 누나어쩌면 이모일수도 소싯적에 저그 좀 건들였다...콩진호는 영원히 레전드니까!! 22!!
EDS/MCAS와의 연관성: EDS와 MCAS는 결합 조직과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며, 신경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 관련 연구들을 통해 이러한 질환들이 ADHD 증상 악화와 연관될 수 있음을 여러 유저들이 자기 경험을 공유함. 실제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현재 Histamine intolerance(히스타민 불내증? 맞나? 한국어 수준이 고등학생이라...ㅋ) 로 평생을 고생하고 살았고(MCAS 수준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좀 더 현 상태보다 심하다면 이 진단이 나왔을 수도 있음) 좀 더 어렸을 땐 EDS 진단을 받기도 함. 지금은 나이 먹고 몸이 굳어져서 경계 스펙트럼으로 내려옴...개이득...?(겠냐)
갑상선 기능 이상과의 연관성: 갑상선 호르몬. 실제로 가족 방계 직계 합해서 간 문제나 심장/갑상선/림프 문제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음. 갑상선 기능 이상은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disrupt 하여 ADHD와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함. ADHD 레딧 쓰레드에서 어떤 유저는 본인이 하시모토병을 앓고 있다고 밝히고 그 답글에 하시모토는 아니지만 겹치는 증상을 가진 히스타민 불내증,MCAS(한국 번역명이 좀 이상한데...비만세포활성증후군?? mastcell은 대형 세포이지 비만이랑 관계 없는데 왜 번역명이 이렇지...) 를 앓는 유저들이 쓰레드를 주욱 이어가는 걸 봐서 꽤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면역 체계와 염증 반응: 만성 염증은 뇌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ADHD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 사이토카인과 같은 염증성 물질이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을 교란하는 기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곤 하는데 출저 링크 분명 저장을 했던거 같은데 잃어먹음...ㅋ 여기에 어느 유저가 단 답글이 참 뇌리에 팍 박혔다. "뇌도 장기다."
약을 먹은 뒤 천지가 개벽했다는 사람들...부럽다...난 기면증이랑 운동인지공감각 장애가 나아진 거 이외에 딱히 집중력이나 생산성이 올라가거나 막 머리가 맑아지거나 그러진 않았는데...근데 뭐가 어떻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정확히 되는거지. 분명 약을 먹고 나아지는 개선점은 확실히 있긴한데 그에 비해 단점도 명확해서(불면증 심해짐/혈압 조절이 잘 안되고 폐활량이 줄어듬) 진짜 찐으로 등가교환이 이런거구나만 느꼈지 말이다. 이게 나만 그런가 싶어서 그룹테라피에 가서 다른 환우들에게도 물어보니까 1-2명 빼고는 천지개벽한 경험이 도드라진 경우는 생각외로 적더라.
바이반스, 콘서타, 스트라테라... 약물 치료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님을 요 근래 1년간 알게 되었다.
약물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약을 먹으면 침대에서 계속 하염없이 누워만 있고 식물인간마냥 뭘 어떤거 부터 실행해야할 지 막막한 기분은 덜하지만...생활 습관 조정, 인지행동 치료, 환경 최적화, 영양 관리, 면역 체계 지원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 근래 쎄게 두들겨 맞은 번아웃으로부터 회복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되었다.
과거 ADHD는 단순히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이제 ADHD가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환우들끼리 점점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 소셜 플랫폼에 의해 생겨난 초월연결성이 강화되며 각 개개인들은 서로 접점이 없어도 쉽게 자신과 비슷한 경험/취향/가치관을 가진 집단과 느슨하게 연결하기 더 용이해졌기에 더 이런 발화가 가시화 되는 듯 하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우리가 가진 신경발달장애의 여러 교차적 질환을 어떻게 포괄적이고 큰 그림으로 다각도로 접근해야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ADHD는 단독 질환이 아닌, 신경발달 시스템의 한 조각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증상 하나하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접근법은 비단 ADHD 환우들 뿐만 아니라 유사 신경질환/신경발달장애를 겪는 다양한 환우들도 같이 포괄적으로 가야한다. 이것이 다양한 신경다양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걸 어떻게 수용하고 내가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정론이라 생각한다.
사실 진짜 말하고 싶은 결론 "자본주의 개객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