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t] “사랑 그게 뭔데?” “예쁨의 발견”
해 질 녘이면 종소리가 동네를 가득 채운다는 곳, 너는 그곳에서 선물처럼 돌아왔다. 우리는 어제저녁에나 헤어진 듯 자연스레 너의 집으로 향한다. 가구들이 차갑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단 시작만 된다면 온 세상을 말랑하게 녹여줄 것만 같던, 그런 잠에서 깨어 너는 퍽 건조하게 물어온다.
“사랑이 뭐야?”
나는 함께 산책을 나가자고 답한다.
익숙한 동네를 찾았다. 걷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다. 발걸음이 빨라지지만, 너는 지친 기색도 없이 내 옆을 걷는다.
너는 지친 기색도 없이 내 옆을 걷는다. 같은 속도로 걷다 보면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멀리 둘러 가는 방향임에도 우리는 한 몸인 듯 골목으로, 골목 속으로 자꾸만 꺾어 들어간다. 돌아가는 길이 기억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별안간 풍경이 바뀌고 바람이 멎는다. 불쑥 눈앞에 나타난 공터에는 햇살이 가득하다. 쏟아지는 빛의 사이로 너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시선이 닿는 자리에 네가 줄곧 머무르고 있다.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는 이미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산책을 하고 있다. 제법 경쾌한 걸음이 리듬을 만들고, 너는 말이 되지 않는 노래를 지어 흥얼거린다. 멀리서 종소리 같은 것을 들은 것 같다. 그것도 옛 성당의 가장 높은 탑에나 달려있을 법한, 커다랗고 견고한 것들이 축복하듯 진동하는 소리 말이다. 네가 머물던 곳의 소리일 테다. 너는 속수무책으로 나에게 번져온다.
따스한 바람이 다시 한번 우리 사이를 스친다. 누구에게라도 뜨겁게 닿을 만한 또렷하고 고집스러운 바람이다. 거기에는 조금 전과는 다른 무언가가 실려있다. 향기롭고 어지러운 그것이.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Fin.
From the 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