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DUNNIT
아침을 먹고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띰이 부른다. 뻔 있다, 뻔 오늘 나왔다, 하고. 어제, 뻔에게 객실 청소를 부탁하고 팁을 챙겨 주려고 보니, 뻔이 없어서 다른 청소 아줌마에게 뻔의 행방을 물었는데, 일요일이어서 OFF라고. 아마도 띰이 그걸 그 아줌마에게서 전해 들었었나 보다.
문제의 206호. 단체 손님들 온다고 주인 마님이 원래 내 방이었던 103호에서 일방적으로 나를 쫓아내 새로 배정해준 206호. 그렇다고 2층에 투숙객이 없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왜, 뭘 위해서. 누덕누덕한 객실 문이 수상하여 슬쩍, 들춰보니, 문짝이 아주 박살이 나 있었다. 그걸 눈 가리고 아옹, 하듯 가려놓기만 하였던 것. 주인 마님을 보면서 내가 다시 한 번 깨달은 것은, 장기 투숙의 경우, 한꺼번에 숙박비를 다 지불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나, 사람은 오래 겪어봐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숙소 객실 문이 이토록 부서질 수 있는지. 어떤 경위로 부서지게 되었는지 뻔에게 물어봤다.
"뻔, 부서진 문 말인데, 손님이 부쉈어요?"
"차이(YES)."
"왁, 진짜? 그 때 뻔도 있었어요?"
"마이 차이(NO). 집에."
"컥! 여기 폴리스가 왔었어요?"
"마이 차이(NO)."
"마이 차이라고요?"
"마이 뺀 라이(IT'S ALRIGHT)."
아니, 뭐가 마이 차이고, 뭐가 마이 뺀 라이, 라는 거야. 치정이냐고 물었더니, 치정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와 연짱이의 특기, 바디 랭귀지로 설명을 해주었다.
너무나 사랑이 넘치는 여자와 남자가 와서 이 방에 묵었어. 둘이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을 주체를 못하는데, 갑자기 또 다른 여자가 등장을 했지. 그 여자는 두 사람이 묵고 있는 206호 방문을 마구 두드렸어.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빨리 나와, 안 나와? 안 나오면 다 죽여버릴거야! 여자는 방문을 부술듯이 두드리고 두드리다가, 나중에는 주변에 있는 집기로 방문을 부수기 시작했어. 결국, 방 안에 있던 여자와 남자가 나왔고, 방문을 부수던 여자는 두 남녀의 머리채를 양손으로 꺼두르는 스킬을 시전했지. 두 남녀는 그 여자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어. 결국, 세 남녀를 말리러 주인 마님댁에서 출동을 했고, 어쨌든 세 남녀는 집으로 돌아갔어.
이걸 혼자서 다 하는 1인극(MONOPOLYLOGUE) 형식으로 아주 최선을 다하여 설명을 해주었는데, 뻔이 거의 뒤로 넘어진다. 언제나 말수없고, 진중하고, 우아한 뻔이 그렇게 웃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아니, 웃지만 말고 정말 치정극이었냐고. 소용이 없었다. 웃고 또 웃고, 그러다가 다른 청소 아줌마들과 내가 한 짓(!)을 공유하느라 너무 바빠서, 결국 나는 206호의 전말을 지금도 모른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