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N, THE GOOD WOMAN AND ME
어마어마한 비소리에 다시 깬 시간 아침 6시 35분. 그래도 한 번에 세 시간은 내리자니, 우리집에서의 수면 질보다 낫다고 해야 할까. 부스스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 보니, 구관 주인집도 거리도 미동 없이 비만 내리는 상황이었다. 주인 마님은 오늘도 숙박객--나-- 아침 식사를 거를 생각이구나. 묵는 사람이 여럿이어야 손님 대접을 받는 숙소라니. 이곳에서 비수기 장박은 정말 하면 안 되겠다. 한참을 앉아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올라가 외출 차비를 하고 내려오니, 뻔과 다른 아줌마가 출근하여 직원실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침 8시 30분 전이겠네, 하고 그들에게 인사를 하니, 착한 사람들이라 내게도 같이 먹자고. 괜찮아요, 하였더니, 착한 뻔이 밥 먹다 말고 나와서 식당에서 커피라도 마시라고.
"쩻 몽(오전 7시)에 이미 마셨어요. 감기 몸살 때문에 아파서 약국에 가려고 해요. 근데 약국은 아침 9시에 여는 것 같아서, 좀 기다렸다가 가려고요."
"%*^)&&*)^$%#&*"
알아들을 수 없는 파싸 타이. 뻔과 내가 대화하는 중 출근한 띰이 약국 8시 반이면 연다고 뻔과 함께 말해주었던 건데, 내가 못 알아들으니 뻔이 우산을 쓰고 앞장 선다. 약국은 숙소에서 매우 가까이 있는데, 이미 영업 시작한 것을 보고, 아, 아침 9시보다 일찍 연다는 말이었구나, 깨달았다. 착한 뻔.
그제의 약사는 이 동네 유일 외쿡인인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지만, 내게 무슨 약을 처방하였는지는 기억을 하지 못하였다. 환자가 많으니 그럴 수 있지.
"MY COLD HAS GOT WORSE."
"SORE THROAT? RUNNY NOSE? FEVER?"
약사 오빠는 그제와 똑같은 것을 물었다.
"NO RUNNY NOSE, NO FEVER. I HAVE A SORE THROAT AND PHLEGM. UH . . . STILL COUGH."
인후통은 알아듣는데, 가래가 끓는다는 말은 못 알아듣는다. 영어를 못 한다기보다 약사 오빠는 나의 한국식 발음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연짱이 귀국 전, 우본에서 페니스틸을 구입할 때, 아무리 페니스틸이라고 말해도 못 알아들어서, 연짱이가 페니스틸 캡쳐 사진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아, 페니스틸, 하면서 약사 언니는 약장 서랍에서 페니스틸을 꺼내주었었다. 아니, 엄마 페니스틸과 저 언니 페니스틸이 뭐가 다르지? 태글리쉬를 쓰는 콘 타이와 콩글리쉬를 쓰는 콘 까올리의 대환장 대화였달까. 지금이 그런 상황인 듯 하였다. 내 옆에 가만히 서 있던 뻔이 인후통 및 기침 완화 캔디를 하나 집어준다. 약사보다 융통성 있는 뻔.
이 번에 약사 오빠가 처방해 준 감기약과 뻔이 집어준 인후통 및 기침 완화 캔디. 캔디는 생각보다 목을 편하게 해주었고, 지난 번 약과 달리 이 번에 처방해 준 약은 먹어도 일상 생활에 무리가 없었다. 지난 번 처방약은 먹고 나면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이 몽롱했었다.
고마운 뻔에게 인사를 하고, 혹시나 싶어 들여다 본 조식 식당은 나갈 때와 다름 없이 싸늘. 오늘 조식은 확실히 건너뛰는구나. 영업 참 쉽게 하는 주인 마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