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ONG CHIAM AGAIN 9

A FAREWELL TO MY BELOVED ONE

낯설었던 부재에 점점 익숙해지고, 격한 오열도 차츰 옅어지고 결국, 아무렇지 않은 삶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담담히, 그리로 걸어간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 집 BY 기형도



이제 그만 애닯은 작별을 차분히 정리하여 빈 집에 갈무리하기로 한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차가운 세상 속에 남은 나는 장님처럼 더듬더듬 문을 잠근다. 떨칠 수 없을 것 같았던 미련을 그렇게 걷어내고, 띰은 그녀의 남편에게, 나는 내 아비에게 안녕을 고할 시간이다. 짧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던 긴 밤들, 창밖을 끈덕지게 떠돌던 겨울 안개 같은 미련, 기름 때 묻은 숟가락을 닦다가, 저린 다리를 펴며 스트레칭을 하다가 문득 문득 새어나오는 오열은 여백 많은 빈 집에 넣어두기로 한다.


'THE END OF THE ERA.'


한 시대를 마감하고, 소중한 한 세계를 여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너르게 비워진 집은 조심스럽게 걸어둔 자발적 고립이다. 내 손으로 잠그고 뒤돌아 선 여백을 굳이 CHEER UP의 불끈 쥔 주먹, 억지 웃음으로 채울 필요는 없다. 이별은 쓸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생활이고, 매 순간 마주하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여의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어제 자 신문으로 오늘 피어난 꽃을 감싸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사람의 삶이 남아 있다. 나는 연짱이가 기다리는 오늘을, 영원한 부재와 함께 영차, 살아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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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내 신었던 까만 신이 구멍이 나는 바람에 새로 구입한 새 신.


나의 오늘은 다시 어디로든 타박타박, 걷는 핑크 발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