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IME TO LEAVE
조식 식당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마지막으로 마시고, 마저 짐을 꾸려 1층으로 내려갔다가 띰과 마주쳤다. 띰은 막 출근하여 간단한 아침을 먹던 뻔을 불러 주었다. 띰은 나를 향해, '므완니 뻔 윳!(YESTERDAY, PEON OFF),' 라고 웃으며 외쳤고, 착한 뻔은 먹던 밥을 내버려두고서 나왔다.
"뻔, 떤니 약 짜 빠이 우본. 풍니 빠이 까올리(PEON, RIGHT NOW I AM GOING TO UBON, AND TOMORROW GOING TO KOREA)"
내일 집에 가기 때문에, 오늘 우본에 가야 한다고, 뻔에게 인사를 하며 뚝뚝을 불러 달라고 부탁하였다. 착한 뻔은 자신의 오토바이로 마을 입구 롯뚜(미니밴)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겠다면서, 정말 오토바이를 빼왔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나, 싶어서 마음 뭉클하였다. 현실적인 띰은 내 가방을 가리키며, 불가하다고. 생각을 하던 뻔이 훌쩍,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뚝뚝 아저씨 데리러 갔어, 띰이 말해주었다. 나를 위해 움직이고 행동하는 사람은 언제나 뻔이었다. 아픈 나를 약국에 데려다 주고, 약을 골라주고, 먹을거리를 권해주고, 체크아웃한 마지막 날까지 그녀는 나를 챙겨주었다. 내가 복이 많구나.
뻔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띰은 자신의 휴대폰에서 웬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남편? 아들? 물었더니, 남편이라고. 갑자기 웬 남편 자랑이여, 싶었지만, 훤칠하니 잘 생겼길래, 잘 생겼어요, 칭찬해주었더니.
"죽었어요, 작년에."
아, 죽음이 이토록이나 흔하였던가. 출산을 오늘, 내일 앞 둔 임산부를 옆에 두고, 띰은 곧 그녀를 떠나려는 내게 남편의 죽음을 알렸다. 숙소 직원인 임산부가 아이를 잉태를 하였을 때 쯤, 띰의 남편은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거다. 누군가가 삶의 마지막 숨을 내쉬는 바로 옆에서 생명은 새롭게 잉태되고, 태어나고, 그것이 인지상정이고 순리라는 건가. 그런 판에 박힌 말 따위, 아픈 띰 앞에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명랑한 띰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결국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일을 마치고 타박타박 걸어 집 마당으로 들어서면, 당신 왔어?, 아무렇지 않고 특별할 것도 없는 남편의 무뚝뚝한 인사가 오늘은 없다는 것이, 내 아빠를 생각하며 내가 그러하듯, 띰 역시 비현실적일 만큼 낯설까. 모든 것에 대한 마지막 인사, 작별이라는 정서에 더하여, 실제 내 삶 속을 휘저어 놓은 죽음, 그리고 애정이 깃들기 시작한 누군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결코 익숙해질 수도, 익숙해지지도 않는 애통함이다.
뚝뚝 아저씨와 돌아온 뻔은 내가 너무 울어서 몹시 당황스러워하였다. 마지막이 눈물이어서 미안해요, 뻔. 내 남은 삶 중 우본 너머 작은 콩찌암을, 너무 작아서 흔한 과일 시장 조차 변변치 않은 이 작고 외진 곳을 다시 찾을 날 올까. 아닐 것이다. 그래서 뚝뚝에 무거운 가방을 싣고 인사를 하는 마음이 더 서글펐다.
우본 행 롯뚜(미니밴)를 기다리는 내 안절부절한 마음이 오독, 서 있다.
늘 그렇듯, 기다리는 자의 시간은 길고 천천히, 지루하게 흐른다. 기다림이 힘든 조급한 자의 눈에 학교가 들어왔다. 롯뚜 정류장 옆에 꽤 큰 학교가 있다는 것을 나는 콩찌암을 떠나는 날 알았다. 여행은 나처럼 조급한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된다. 눈 뜬 장님의 여행을 하는 나 같은 이에게 여행이란 넓고 다양한 세상을 보여준다는 좋은 말은 말 같지도 않은 말이 되어 버린다. 다시 말하지만, 여행은 조급한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조급함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으니, 그제야 아이들이 보였다. 학교에서 쏟아져 나온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림이 키 큰 나무의 초록과 정말 잘 어울렸다. 쏴아, 나뭇잎들 사이사이 부서지는 푸른 바람 속에서 조급하고 분주한 이는 나 뿐이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출발 시간 빠듯한 기차를 이어서 탈 것도 아니면서, 나는 무엇 때문에 이토록이나 서둘러 콩찌암을 떠나려는 것일까. 무엇이 나를 그토록이나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파들파들 부는 바람이 바쁜 마음을 눅여주었다. 아, 콩찌암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꼭 그런 순간, 어김없이 나를 태울 롯뚜는 도착한다. 이제, 정말 이곳을, 이 번 여행을 떠나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