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어멈과 네비게이터 딸내미, 폴란드 촘촘설렁기행문 2(N)
걱정했던 기차는 예약했던 기차번호가 달라진다거나 연착되었다거나 하는 문제없이 제 시간에 들어왔고
IC 일등석은 매우 넓고 쾌적하였다. 게다가 출발역이 바르샤바 중앙역이었고 최종 종착지가 우치여서 헷갈릴 일도 없었다. 연짱이와 둘이서만 마주 보는 좌석 선택 또한 매우 만족스러웠다.
"연짱이, 행복하니?"
"엉."
연짱이는 꼬마 시절부터 집 떠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어쩐지 여행 시작 지점 인천공항에서부터 들떠 있었다. 동남아시아 깡시골 아닌 동유럽이어서 그러한 것인지, 혹은 여행이 주는 이국적인 정서를 이제야 알게 되어선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초, 중딩을 훌쩍 넘은 나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어서 억지로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여행을 이끌어가야 하는 주체임을 인식한 아이가 대견하였다.
이 좌석에 앉기 전 역시나 내 자리에는 웬 뻔뻔한 아저씨가 앉아 있었는데, E-TICKET을 보여주니 그제서야 일어나 다른 자리로 갔다. 하지만 그 아저씨는 옮긴 자리에서도 원 주인에게 쫓겨났는데 아마도 2등석을 예매한 이였던 것 같았다. 차장아저씨에게 바로 쫓겨났다. 비싼 돈 주고 1등석 구매한 사람들은 호구라서 그러는 게 아니예요, 아저씨.
뭐라고 읽었더라 저 역을. 스키에르니에비체(SKIERNIEWICE). 물론 폴란드 원어민들은 매우 멋진 발음으로 읽는다. 폴란드 어는 마치 고대 영어처럼 혹은 독어처럼 후두음이 살아있다. 우리말에는 없는 발음이어서 들을 때마다 신기하였다. 아주 잠깐 정차하였던 스키에르니에비체는 꽤 단정해 보이는 역이어서 연짱이에게 얼른 찍어 달라고 했는데, 어쩌면 저 역도 기차역사 따위 쿨하게 없는 간이역이었는지 모른다. 폴란드의 간이역은 여러 모로 곤란하여서, 이후 염개미와 연짱이는 비드고시치(BYDGOSZCZ)에서 간이역 때문에 고생을 하였다. 이 때까지는 그걸 모르니 그저 해피 모드.
그런데. 한겨울 동유럽은 온갖 곳이 다 얼어붙는 동토의 땅 아닌가? 1월 중순 한겨울에 저래 파릇한 풀들이 땅을 가득 채우고 있다니 우리나라 겨울이 이상한 건가 아니면 이곳도 이상기후인건가. 그것도 아니면 폴란드 풀들은 추위에 막강한 종으로 기후맞춤형 품종개량이 이루어진 것인가.
우치 가까운 곳의 마을 풍경. 휘릭, 스쳐 지나는 기차 창문 너머로 솜씨 없이 찍어서 이 모양이지만, 폴란드는 생각 외로 아기자기한 낙농국가 같은 풍경을 가진 곳들이 많았다. 좋은 절기에 온다면 여러 곳에서 꽤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차역 역사건물로 보이지만, 간이역의 경우 역에 딱 붙어있는 개인소유의 집들도 있어서 염개미와 연짱이는 비드고시치에서 꽤 당황하였었다. 택시 간판으로 보아 사진 속 건물은 역사건물일 것이다.
우치 역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리려고 짐을 들려는데, 연짱이의 20인치 어린이 가방을 웬 후리후리한 오빠가 휙, 들어 내려주고는 고맙다는 말에 쿨하게 웃으며 휙, 사라져버렸으며, 무거운 24인치 청년 가방은 우리 옆 좌석 무뚝뚝했던 아저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휙, 들어내려주고는 역시나 쿨하게 퇴장. 아, 우치는 점잖은 사람들이 사는 모던한 도시구나, 싶어 매우 기뻤다. 바르샤바에서 곧바로 크라쿠프로 가는 여정이 멀어서 검색하여 선택한 중간 도시인데 오길 잘 했다.
숙소 주인 아저씨를 만나기 전 우치 파브리츠나 역 먼저 구경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