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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짜증

일상(2021),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날이 갈수록 바래지는 기억을 붙잡아 두고자 기억 보관 및 기록용으로 혼자 보려고 일기장에 써두었던 여행기 두 어 달 걸려 손보고 또 손보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눈 질끈, 감고 발행 버튼 눌렀으나. 도대체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그런 번거로운 짓을 했나 몰라. 글이 왜 없어졌느냐고, 왜 새 글이 올라오지 않느냐고 독촉은 오지게 하면서, 도대체 메인글이나 에디터 추천글 선정 기준이 뭐냐, 니들은. 출판 한 번 해보겠다고 평생 안 하던 짓을 했더니 이런가 싶고. 


뭐, 그래. 나처럼 브런치 작가 타이틀 달고 발행되는 글이 하루에도 몇 천, 몇 만 건일테고, 그 숱한 글들 일일이 확인하는 게 보통 일이겠어. 게다가 종이에 활자인쇄된 형태든, 영상 형태든, E-BOOK 형태든 마음만 먹으면 데이터 접근이 쉬운 시대이니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쌔벌렸게. 좋은 글이 많이 읽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글과 좋은 글이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며, 더 서글프게도 내 글 역시 하루에도 몇 톤씩 쏟아져 나왔다 버려지는 출판물 쓰레기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데, 초미세먼지보다 얇고 박한 출판 선정 욕심에 혼자 두고 보던 글들 꺼내놓은 게 후회되어서. 이제는 정말 가기 어려워진 미얀마 동네들 돌아보았던 여행기 조금씩 손보고 있는데, 그냥 여행일기장에 그리고 블로그에 두었던 그대로 덮어두고, 언제나처럼 그저 도나, 베니아하고만 나누었던 것으로 만족하는 게 좋을까, 싶기도. 


아, 정말, 브런치,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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