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발음은 영어보다 쉽다
프랑스어를 접하며 A [아], B [베], C [쎄], D [데]를 처음 공부했던 때가 생각난다.
프랑스어 알파벳을 공부하며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지금껏 abcd는 에이, 비, 씨, 디로만 알고 있었는데 프랑스어는 알파벳 하나하나를 다르게 발음했다. 물론, 영어와 비슷하고, 거의 똑같은 알파벳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f, m, n, o, s와 같은 알파벳이 있다. 이때 나는 아, 알파벳이 나라에 따라 다르게 발음할 수도 있겠구나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건데 그 당시에는 신선한 깨달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프랑스어 알파벳을 처음 공부하며 '이런 발음이 존재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 준 알파벳은 R발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이 발음을 우린 흔히 '가래 끓는 소리'라고 한다. 상상이 가능한가?
이 소리를 내기 위해선 목젖이 위치한 목 깊숙한 곳에서 바람을 내쉬며 목젖이 위치한 부분을 마찰을 시켜야 한다. 그럼 목젖이 미세하게 흔들리며 한국어의 발음에는 존재하지 않는 발음이 나오게 된다.
내가 파리에 도착하고 어학교를 다닌 지 2~3개월 후, 같은 반에 일본인 여학생이 한 명 들어오게 됐고,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며 수업도 듣고, 수업 후에는 같이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부분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친구들은 내 경험상 영어로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도 있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 이유로 우린 영어로 가끔 대화했지만, 다들 목적이 프랑스어 실력을 향상하는 데에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영어는 사용하지 않고 프랑스어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이 친구는 성격도 좋고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냈다. 수업시간에는 이 친구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R발음 때문이었다. 어떤 특정 텍스트를 읽거나 대화를 할 때 유독 R발음할 때 신경을 많이 쓴 나머지 듣기 거북할 정도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R발음을 틀리게 한 것은 아니었는데 프랑스 원어민들이 발음할 때와는 다른 소리를 했던 것이다. 그럴 땐 수업 중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유가 뭘까?
프랑스어를 가르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발음을 듣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신경이 쓰인다는 발음이 바로 이 R발음이다. 나 또한 이 발음을 적응하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들을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이 발음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다는 것이다.
1. 발음을 할 때,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발음한다고 생각하고 시도해보면 더 자연스러운 발음이 나올 것이다.
우리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발음을 해야 할 때, 덜컥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목에 힘을 주게 된다. 그럴 경우에 부자연스러운 발음이 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니 이제 조금은 힘을 빼고 발음해보자. 훨씬 듣기 좋은 소리가 날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발음이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2. 프랑스 원어민의 발음을 찾아보자. 요즘엔 유튜브, 넷플릭스 등 다양한 곳에서 프랑스 영화 및 드라마와 관련된 콘텐츠를 꽤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랑스어 단어에는 생각보다 많은 R 발음이 있지만 그들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자.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R발음을 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 사람들은 말을 정말 빠르게 한다. 축약도 많이 하고, 발음을 하지 않고 말을 빨리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만약 R발음을 하나하나 신경 쓰며 목젖 부위에 진동을 내며 대화를 한다면? 대화를 하다 정말 가래가 나올지도 모른다. 실제 프랑스 대화를 들어보면 R발음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내도 괜찮다는 뜻이다.
3. 프랑스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Merci'라는 단어는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영어에서의 'Thank you' 한국어로는 '고맙습니다'라는 뜻으로 감사인사를 할 때 사용한다. 이 발음은 한국어로 메르씨 또는 메흐씨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발음은 오히려 '멕씨'와 더 흡사하다. R발음은 뒤에 따라오는 알파벳에 따라 발음이 좀 다르게 들리는데, a e i o u와 같은 모음이 올 경우에는 우리가 연습해온 R발음을 하면 되는데, merci와 같이 자음이 바로 따라올 경우에는 'ㄱ'받침소리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R발음이 다르게 소리 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발음 공부를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만났던 그 일본 친구는 파리에서 생활을 하며 R발음을 할 때 계속해서 힘을 주고 말을 해서 어색하게 들렸다. 프랑스어 발음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발음이라고 생각해보자. 단지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R발음이 어렵다고 느끼거나, 두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