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한때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외국어 능력자가 돼서 이걸로 먹고살면 어떨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기까지는 영어와 프랑스어, 이 2가지 언어를 이제 어느 정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외국어에 자신이 있었다. 언어를 잘한다는 말은 상대적이다. 물론 시험으로 평가할 수 있긴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며 원어민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을 때는 측정하기 어렵다. 나는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 두 언어를 꽤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호주로 무작정 떠나 영어를 공부하던 때에 나는 주변에 나와 같은 유학생들에 비해 언어를 빠르게 습득한다고 느꼈다. 최소한 내가 생각하는 것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었고, 호주 생활 막바지에 다다라서는 현지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국인 동생으로부터 '형이 저보다 이제 영어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듣기까지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복감이 느껴졌고, 무모하게 도전했던 호주 생활을 뿌듯하게 마칠 수 있었다.
지금 나는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더 잘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프랑스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영어로 할 때 보다 더 자연스럽다.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다.
파리에서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한동안은 영어를 잊어야만 했다. 프랑스 생활을 할 때는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프랑스어로 대화를 하지 못해 영어로 1~2달 외국인 친구들과 얘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말하기 전엔 항상 먼저 프랑스어로 생각하고 프랑스어로 말해야 했다. 그 이유로 갑자기 영어로 대화를 해야 할 때는 쉬운 단어 조차 생각이 나지 않고, 어색한 영어 발음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큰일 났다.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 다 안되네?
알고 있던 표현이나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발음이 어색한 것을 느낄 때가 가장 당황스럽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말하기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어려운 파트다. 한때는 '토익 점수가 900점이 넘지만 외국인 앞에 서면 한 문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력이 제대로 된 외국어 실력인가?'라는 이슈가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렸다. 해외생활을 하며 외국어를 공부한 나로서는 이 이슈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언어 실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는 기본적으로 듣고 말하는 능력 즉, 회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기, 읽기 또한 중요하지만 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외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존재하고, 우리가 기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중에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말하기'이기 때문이다.
외국 생활을 하며 다양한 외국인을 만났다. 대화 주제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상적인 대화부터 시작해서 깊게는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까지 이르게 된다. 일상적인 대화는 비교적 쉽다.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던 언어 패턴으로 구사하면 된다. 그러나, 그 이후 대화가 좀 더 심화되면 내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주제와 관련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때도 있다. 간단한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오래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외국어를 정말 잘 구사하고 원어민과 이야기를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첫째, 아는 게 많아야 한다. 아는 게 많다는 것은 평소에 내가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느냐 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운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인터넷에서 찾아가며 대화를 시도했던 적이 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즉, 평소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식을 쌓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아는 게 많아야 한국인과 대화를 할 때도 말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 부분은 외국어에만 국한되기보다 언어를 잘 구사하는 측면으로 봐야 할 것이다.
둘째, 상상력이 중요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사실에 기반한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미래에 있을 일이나 어느 정도 상상을 해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프랑스어의 말하기 시험을 볼 때, 특정 주제와 관련해서 어떤 상황이 주어진다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말로 풀어내야 한다. 또한, 시험뿐만 아니라 말하기, 쓰기를 공부할 때 상상을 해서 어떤 주어와 동사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문법을 활용해서 스스로 문장으로 만들어낸 문장을 노트에 적고, 그 문장이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 문장은 나만의 문장이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잘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물론 순발력이 있는 사람은 가끔 특별한 기질을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 대부분은 평범하고 나도 평범하다. 지금 나 역시도 더 깊은 대화를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것이 많다고 느끼고 있고 노력하는 중이다. 인간은 알고 있는 지식은 2%뿐이고 모르는 게 98%나 된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읽었던 적이 있다.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많다고 느껴지는 것이 공부다. 더불어 새로운 지식을 쌓으며 어휘력을 쌓는 것은 필수요소다.
끝으로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에서 훈련할 수 있다. 나 또한 이 부분은 잘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강의 경력이 쌓이다 보니 예시를 비교적 쉽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가르칠 때 우리는 가장 많이 배울 수 있고, 누군가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공부하면 효율이 좋다는 말이 있다. 즉, 내가 상상을 해서 말을 해야 하는 순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가르쳐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