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마추피추, 잉카 유적지, 립밤의 소중함
십년이 지났지만 엊그제 같이 생생한 느낌이 드는 기억들이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여행사진을 뒤적이게 되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할 때도 있다.
어제는 뜻밖의 선물 같은 만남의 시간을 보냈다. 다정함에 감사했다.
그 만남 이전에 실은 조금은 울적해 있었다.
오늘은 유튜브를 보는데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를 악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한다라고.
이를 다시 한번 꽉 악물어본다.
오늘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절대로 하지 않을거 같다 생각했던 경험을 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인가 모니터 밑에 붙여놓은 포스터잇에 써 놓은 글귀가 오늘따라 더 눈에 들어왔다.
"두려우면 하지말고, 하게되면 두려워하지마라."
여행기간: 2016년 9월 3주간
여행지역: 캐나다 토론토, 페루(마추피추), 볼리비아(우유니), 칠레
준비물: 모기기피제, 립밤, 긴바지, 긴팔 추천
군대 동기와 떠난 여행이었다. 대학 동기이기도 했지만 학교를 다닐 적에는 몰랐었다.
하지만 같이 아는 친구들은 여럿 있었고, 군대 동기 중 한명은 같이 아는 사이여서 셋이 종종 모였었다.
그러다 어느날 마추피추를 보는게 꿈? 버킷리스트? 라는 친구의 말에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대개는 미국을 통해서 가는데 우리는 캐나다 토론토에 2박을 하고 가기로 했다. 캐나다에 들렀다 가기로 한건 온전히 나의 욕심이었다. 그 바램을 친구는 들어주었다. 고마웠다. 아무튼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친구는 늘 한결같이 다정했었다. 누군가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그 말이 떠오르게 하는 좋은 친구다.
친구의 위시리스트였던 마추피추에 대해 나는 특별히 꼭 가보고 싶다거나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남미에는 가고 싶었던거 같다. 그리고 여행 자체가 좋았고, 친구와 함께 함에 더 좋았었다.
마추피추에 가는 길은 험난했다.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기 전에는 황열병 예방접종도 해야했고 접종증명서를 가지고 가야했다. 그리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페루 리마까지 열두시간(?) 가까이 되는 비행 후 다시 쿠스코까지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했다. 그리고 쿠스코부터 고산지대였기 때문에 고산증에 대한 대비를 해야했다. 사실 고산증이 왔을 때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하산 또는 저지대로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황열병 예방주사 + 고산증 + 긴 비행시간 + ...
그렇게 도착한 쿠스코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비행기가 착륙을 준비할 때 부터 보였던 도시의 전경은 날 설레게 했다. 그리고 쿠스코부터 마추피추까지 향하는 길목에 있는 조그만 도시들까지도 모두 생경한 느낌을 주는 타운들이었다. 유럽의 중세 도시에 잉카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페루에 와 있는데 중세 유럽에 있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그곳의 주민들은 유럽사람이 아닌 잉카의 후손들인.
그렇게 도착한 쿠스코에서도 며칠이 더 필요했다. 예전에 오야따이땀보에서인가 마추피추까지 운행하던 기차는 운행을 안한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가야했고, 거기서 또 한번 더 셔틀을 타야했다. 버스 댓수가 한정되어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했는데 일정이 어찌 될지 알지모르는 상황이라 마추피추 입장권까지 모두 미리 예매하고 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유일자를 가지고 도착하게 되었고 도착하자마자 모든걸 다 빠르게 예매했다.
다행히 엄청난 딜레이가 생기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여행사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했던거 같다.
아무튼 마추피추도 날씨의 요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구름이 많아 온전히 다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했다. 마치 브라질의 구원의 그리스도상처럼.
나는 개인적으로 마추피추보다 늦어진 예매로 인한 그 사이 시간에 이뤄졌던 잉카 유적지 투어(!강추!)가 좋았다. 날씨도 선선했고 유적지도 규모가 엄청났다. 난 신이 났었던거 같다. 가이드와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추피추의 고도가 2,430 미터 정도 되는데 잉카 유적지나 마추피추에 있는 여정에 있는 타운들의 고도는 더 높았다. 가령, 쿠스코는 해발 3,400여 미터 높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고산병 증세를 조금씩 보이는 시점이기도 하다.
건조했다. 마추피추는 건조하지 않았다. 그 여정이 건조했다.
립밤이 필수다. 립밤이 필수다. 안그러면 맨 첫 사진 나처럼 입술이 박살난다. 박살이라는 표현말고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거 같다. 그래도 덕분에 현지 가이드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흡연의 유일한 장점(?)인 높은 철분 수치로 인한 고산증에 대한 염려가 적었고 나는 가이드와 달리기와 멀리 뛰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알기로는 평소 철분 수치가 낮다거나, 근육량이 많은 경우 고산병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들었다. 아무튼 그렇다. 만사불여튼튼이니 대비해서 안좋을건 없다. 고산증에는 장사가 없으니.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마추피추에 올라간다는 표현을 쓰지만 실제로는 내려가는 여정이다. 앞서 썼던 것 처럼 마추피추는 해발 2,430미터인데 쿠스코는 해발 3,400미터이니까. 그리고 중간 여정지인 오얀따이땀보도 2,600여미터니까.
나는 종종, 많은 여행자들이 그러하듯, 스스로가 날씨 요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운이 좋게도 마추피추는 우리에게 그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 주었다. 기뻤다.
페루에는 아주 인기있는 국민음료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잉카콜라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콜라보다 훨씬 잘팔린다고 했다. 콜라를 달라고 하면 잉카콜라를 준다는 이야기도 들었던거 같다. 아무튼 아래 사진 속 내 오른편에 있는게 잉카콜라다. 맛있다. 꼭 마셔보시길 추천해 본다.
남미는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우리와 반대다. 그래서 반상을 보러 우유니에 가려면 우유니의 우기 여름에 가야하는데 우리나라 계절로는 겨울에 가야한다. 우리는 가을에 갔으니 여기로 치면 봄(?) 쯤 되는 기분이었는데 문제는 여름이 다가올수록 아마존에 있는 모기 그리고 곤충들이 마추피추까지 날아올라온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쩨쩨파리를 만났다.
셔틀버스에서 사람들이 미친듯이 모기기피제를 뿌리고 있을 때 이상함을 감지했다.
4대 불가사의를 앞두고 왜 모기기피제를 미친듯이 뿌리는거지, 왜 모기 걱정을 하는거지 생각했다.
립밤보다 모기기피제, 긴바지, 긴팔 옷이 필수다. 안그러면 여행 내내 고생하게 될 거다.
쩨쩨파리는 하루살이처럼 눈에 잘 보이지도,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물리면 핏멍울(피물집)이 올라온다.
물린지는 물리고나서 핏멍울이 올라와야 알게된다.
그리고 한가지 더. 화장실이 없다. 유적지 바깥에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마추피추에 입장하고 나면 한번 나갔다 올 수 있다. 즉, 한번 화장실을 다녀올 기회가 있다. 없는것 보다야 훨씬 낫다.
3주라는 긴 여행 내내 친구의 다정함 그리고 친절함을 몸소 겪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가 해 주었던 배려들이 더 많이 떠올랐다.
고맙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들었던 노래도 남겨둬야겠다. 10년도 더 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뭔가 기분이 밝아지는거 같아 좋았다. 당분간 이 노래를 들으면 소소하게나마 행복해진 기분이 들지 않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fhs55HEl-Gc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하나 더 남기고 싶은 문구가 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무척이나 친숙해져버린 칼 세이건이 남긴 말인데 보자마자 멋지다 생각했고,
마추피추 여행기를 쓰면서 꼭 함께 남기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보게 되는 그날을 위해.
이제 연기모임에 처음 참여하러 간다... 두려우면 하지말고, 하게되면 두려워하지 마라.
안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