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게 될 때면 늘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바로 자기소개 시간이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라고 소개 할 때면 늘 맞지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어색했다. 늘 다른 삼자의 입장에서 아니면 육체와 분리되어 멀찍이서 타인의 시선으로 날 바라보는 느낌으로 자기소개를 했다.
회사 업무에 필요하다는 이유와 수학에 관한 흥미로 시작했던 통계 공부는 어느새 날 방송대 통계학과 재학생으로 이끌었고 통계학과 교수님이 리드하시는 통계 독서모임에도 참여하게 만들었다.
그모임에서 백발의 한 귀품있어 보이는 여성 분의 자기소개가 내 마음에 꽂혔다.
"저는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뭐지? 뭘까? 무슨일을 하신다는걸까? 멋진데? 멋지다. 나도 나를 그렇게 소개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직장명과 역할 뒤에 숨어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부끄럽지 않은 역량을 쌓아왔다면 자신있게 직장명과 역할을 얘기할 수 있었을텐데.
방향이 잘못됐다.
언젠가부터 하고싶은게 사라졌다. 뭘해도 즐겁지 않고 뭘해도 신나지 않는다.
그래도 부러운 것들은 남아있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교수가 된 친구들.
자기소개를 우주천문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사람들.
자기소개를 통계물리학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
자기소개를 작가라고 하는 친구.
하고싶은것도 없지만 이대로 살고싶지도 않다.
마냥 하고싶은게 생길 때 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 이것저것 하면서 하고싶은게 생길 때 까지 기다려보자 생각했다.
자기계발도, 방송대 통계학과 공부도, LeetCode 매일 한문제씩 푸는 것도, C++ 공부도, 팔굽혀펴기도, 턱걸이도, 다이어트도, 영어공부도, 독서도.
하지만 기다림은 끊임없이 계속 된다. 내가 하고싶은건 어떤건가, 뭘 할 때 나는 행복한가,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
오늘은 퇴근을 하고 지하철을 환승구간을 걷는데 왈칵 눈물이 나려는걸 겨우 참아내었다.
돌아가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이 남아있던 때로.
사설이 길어졌다.
아무튼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오늘 방송대 통계학과 자연어처리 강의를 들으면서였다.
Inductive Bias라는 말을 논문에서도, 세미나에서도 들었고 의미도 설명을 들었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 보았지만 이해가 잘 가질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들은 강의에서의 설명으로 그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감사하다. 훌륭한 강의였다.
방송대 홍보 글이 아니지만, 나는 대학교 때의 전공과 다른 업에서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방송대를 꼭 권하고 싶다.
오늘 들은 강의의 핵심내용, 완전히 내 마음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는 이 글을 쓰며 떠올랐던 문장으로 맺고 싶었다.
"인내는 단순히 기다리는 능력이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행동하는가이다."
안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