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라기엔 너무 진한
봄봄이는 오늘로 82일이 되었다.
하루하루 언제 크나 싶다가 하루하루 자라는구나 하다 보니 시간이 훅 갔다.
이제는 눈을 잘 마주치고 방긋 웃어주고 옹알이 비슷한 것도 시작했다.
아기를 자주, 그리고 많이 안아주는데 품 안에 폭 안기는 느낌이 이제 서로에게 익숙해진 듯하다.
안는 나도 편하고, 안기는 봄봄이도 폭~ 안긴다.
목 힘이 좀 생겨서 뻗댈 때는 좀 힘들기는 한데 적절히 컨트롤하면 괜찮다.
그렇게 폭 안으면 머리 냄새를 맡게 된다.
킁킁
약간 텁텁하기도 하고 살짝 발효가 된 것 같은 쿰쿰한 냄새가 난다.
객관적으로 좋은 냄새라 하기는 어렵지만 왠지 모를 중독성이 있다.
킁킁 킁킁
그러다 씻으며 머리를 감으면 체취 대신에 아기 샴푸 냄새가 자리 잡는다.
상쾌하고 시원한 냄새다.
이상하게 계속 맡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손으로 코를 대어 본다.
어이쿠…
이건 좀 심하다.
본격적으로 손을 빨기 시작했는데 침이 발효(?)되었는지
코를 찌른다.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손을 씻기고 다시 냄새를 맡아본다.
킁킁
음... 희미하게 냄새가 남아있는 것 같다.
내 코에 달라붙은 건지, 손에 씻기지 않는 무엇이 남아있는 것인지
일단 넘어가기로 한다.
뿌지직, 뿌륵 뿌르륵
새삼 진지한 얼굴로 두 주먹을 꼭 쥔 봄봄이가
시원하게 똥을 싼다.
가끔 스텔스 모드로 똥을 싸서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때가 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소리가 요란하다.
얼른 화장실로 데려가 옷에 물과 똥이 묻지 않게 갈무리하고
기저귀를 벗긴다.
화악- 하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만만치 않다.
아무리 내 새끼라지만 이건 좀...
그래도 내 새끼니까 엉덩이를 닦아준다.
봄봄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 눈을 빤히 쳐다본다.
나도 잠시 마주 보며 미소를 짓다
엉덩이에 점점이 묻어 있는 황금색 똥을 씻겨낸다.
아~ 시원하다.
방에 눕혀 기저귀를 다시 채우고 화장실로 돌아온다.
활짝 열려 있는 기저귀에 붙어 있거나 찰랑거리는 똥을 보며 심호흡을 한다.
아이고...
기저귀를 돌돌 말다가 밴드 끄트머리가 똥에 빠졌다.
어쩔 수 없다.
나는 아빠다.
나는 강한 사람이다.
씩씩하게 똥기저귀를 돌돌 말아서 휴지통에 넣고 손을 씻는다.
손에는 비누 냄새뿐이다.
왠지 모르게 아이의 냄새가 그리워져
다시 방으로 가서 괜히 아이의 머리 냄새를 맡는다.
언제 어디서라도 냄새만 맡아도 내 아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으려는 사람처럼
맡고 또 맡는다.
아이가 입을 벌리자 아내의 젖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온다.
새삼스럽게 이 아이가 나와 아내의 사랑으로 만나게 된 아이라는 게 실감 난다.
새벽에 수유하고 지쳐 잠든 아내와 배불러 잠든 아이를 함께 바라보며 느끼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감각이다.
몇 년이 지나고 아이의 냄새를 맡을 때
오늘의, 지난 80일간의 육아를 떠올리게 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냄새는 강하다.
강한 것을 믿고 글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