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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Mar 19. 2024

엉덩이를 씰룩씰룩

세상 탐험 준비 중!

선우가 엎드려서 엉덩이를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허리와 다리를 써서 엉덩이를 씰룩거린다.

하늘로 우뚝 솟은 엉덩이를 통통 두드려준다.

열심히 발을 밀어보는데 아직은 요령이 없어서 그런지 제자리다.

얼굴은 세상 진지하다.

이제껏 해보지 않은 동작을 해보려 애쓰는 모습이 경이롭기도 하다.

스스로 해보지 않은 동작을 해보려 애썼던 적이 언제였나?


잠시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낑낑거리던 선우가 얼굴을 바닥에 부빈다.

다시 든 얼굴에 침이 묻어 반짝거린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며 아이가 기어 다닐 길을 그려본다.

치워야 할 것, 닦아야 할 것, 쿠션을 붙여야 할 것들이 보인다.

저 까만 눈동자가 담게 될 세상의 모습이 더 다양해지겠구나.

최근 내 눈에 새로 담은 세상의 모습은 어떤 게 있었나?


이제 바로 눕고 싶다는 듯 이잉 울상을 짓는 선우를 바로 눕힌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이가 후- 하고 숨을 내쉰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아이에게 재롱을 떨어본다.

헤헤헤 웃어주니 기뻐서 더 방정을 떤다.

뒤에서 그런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을 느끼고

방금 전의 내 모습을 다시 재생해 본다.

아이 말고 다른 누군가에게 이렇게 감정을 표현해 본 적이 있었나?


아이가 세상 탐험을 준비하는데

나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구나.

부모는 아이의 세계라고 하던데

적어도 내 세계가 대략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어야겠다.

그래야 아이에게 나라는 세계를 안내해 줄 수 있지 않겠나.

그래야 나라는 세계를 넘어 더 큰 세계로 떠나볼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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