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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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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미 Oct 30. 2024

나뭇잎과 청설모

서우 손을 잡고 학교까지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내리막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데

나뭇잎이 떨어졌다.


순간 2년 전 서우 유치원 근처 산에서

떨어지는 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며

세 가족이 열심히 나뭇잎을 잡았던 기억이 났다.


"서우야. 나뭇잎 떨어진다~"

하며 나뭇잎을 잡으러 앞으로 튀어나갔다.

서우도 바로 알아듣고 나뭇잎을 잡으려 바삐 손을 놀렸다.


나뭇잎이 점점 적게 떨어져서 아이고 못 잡나 했는데

갑자기 우수수 떨어진다.

무슨 일이지 하고 위를 보니 

청설모 한 마리가 나무 꼭대기를 재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작은 나뭇잎을 하나 잡았다.

"서우야, 아빠 하나 잡았어!"

그러고 나서 다시 위를 보는데 청설모가 부산하게 움직이더니

꼭대기에서 온몸을 쫙 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글라이더처럼 활강하던 녀석은 우리 옆에 있던 회향목에 착지하더니

순식간에 다른 나무 위로 올라갔다.


입을 쩍 벌리고 우와 하던 나는

"서우야, 봤어? 청설모가 날아서 여기로 떨어졌어!"

동시에 서우는

"아빠! 나도 잡았어!"


나는 계속 청설모 이야기를 하며 

그 순간이 얼마나 놀라웠는지 서우에게 말했다.

이 멋진 순간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 흥분이 가라앉자 서우가 말했다.


"아빠. 아빠는 무슨 소원 빌 거야?"

아 맞다. 

그제야 서우가 손에 든 나뭇잎이 눈에 들어왔다.


"음. 오늘 선우가 낮잠을 잘 자는 거? ㅎㅎ"

"나는 우리 가족이 모두 100살까지 건강하게 아무 일도 없도록 해달라 할 거야."

"아... 그런 것까지 말해도 되는 거였어? 그럼 아빠는..."

"아 맞다. 그리고 도깨비방망이도 가지면 좋겠다."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우리는 도깨비방망이 얘기를 했고

교문에 도착해서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문득 돌아보니

나뭇잎을 잡으며 추억을 되살리던 순간이

청설모의 등장으로 동물의 세계 다큐가 됐었다.


서우는 주제를 잃지 않았고 소원으로 가족 모두의 건강을 바랐다.

그에 비해 나는 선우가 낮잠을 잘 자길 바란다니 ㅎㅎ

그땐 몰랐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돌아보니

내 소원이 너무 작고 볼품없어 보였다.


같은 곳에서 같은 행동을 해도

서로가 바라보는 세계가 정말 다를 수 있고

우리는 말과 행동으로 서로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서우의 세계는 따뜻하고 넉넉했다.

그 품에 폭 안겨 있는 우리 가족과 우리 가족을 사랑하는 서우의 마음이 

오히려 나보다 어른스럽고 든든한 것을 느꼈다.


부끄러웠지만

이런 아들이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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