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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권재 Sep 02. 2023

[도서 리뷰] 죄와 벌(상)

 책을 읽읍시다 7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상), 열린책들(2007)


죄로 물든 세상, 그 안에 사는 사람들



음악과 문학

나는 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러시아 문학은 읽어보지 않았다. 막연하게 러시아 문학은 읽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러시아 문화를 잘 몰라서 읽을 생각을 못해본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기로 <죄와 벌>이 처음으로 읽은 러시아 소설이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죄와 벌>은 어렵고 지루한 고전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었는데 나는 어쩌다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슬슬 러시아 명작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으나 결정적인 이유는 라흐마니노프 덕분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클래식을 즐겨 듣고 싶어서 이런저런 작품을 들어봤다. 허나 딱히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나도 클래식을 사랑하고 싶었지만 클래식 안에서 무엇을 들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고 나서 나는 마침내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의 울림이었다. 클래식은 클래식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표현될 수 없는 감동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얻은 감동은 나에게 <죄와 벌>을 읽을 용기를 주었다. 러시아에는 좋은 음악뿐만 아니라 좋은 이야기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마음을 그려내는 능력

<죄와 벌>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점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내면 묘사 능력이었다.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는 살인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묘사해 냈다. 물론 살인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모르지만 도스토예프스키가 그려낸 살인자의 심리가 실제의 그것과 가장 유사할 것 같았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라스꼴리니꼬프 말고도 다른 등장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사람의 마음은 돌멩이처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마음은 복잡하고 입체적이어서 때로 인간은 본인의 마음이 어떤지도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렇게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세세하게 해부해 낸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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