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대모산 국수봉 등산코스
Words by Jeong-Yoon Lee
서초구에 사는 시민으로서 양재천 산책만으로 아무리 1일 1만보를 꾸준히 한다고 해도 이미 익숙해진 몸이라 운동효과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확실히 활동량이 작년에 비해 70%가량 줄어든 상태라 하루 2시간 이상 걷기도 해 보고 아령도 주문해서 깨작깨작 운동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승부욕이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등산? 이 갑자기 머릿속에 스쳐서 동네 가까운 산을 찾아보니 등산하기 아주 좋은 코스가 있더라고요. 하마터면 물도 안 챙기고 곧장 등산을 시작할 뻔했지만 혹시 몰라서 355ml 물병에 얼음 가득 물과 티슈 한 장을 챙겨 들고 나의 등산기록 쌓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구룡산을 중심으로 롯데타워뷰가 보이는 대모산과 탁 트인 서울 시티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국수봉이 있습니다. 좀 더 멀리 가보자면 우면산과 청계산이 있는데 우면산은 곧 도전을 해볼 예정이고 청계산은 중간정도까지만 다녀왔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래도 가끔 하는 등산이 아니라 날씨가 허락하는 한 주 3회 이상은 할 수 있는 산을 찾다 보니 구룡산이 제일 좋더라고요.
서울둘레길 4코스를 시작해 대모산정상을 찍고 능선길 따라 구룡산 정상을 찍고 5분이면 도착하는 국수봉 정상을 찍고 코이카를 통해 빠져나오는 등산코스로 갈 수 있는 정상을 다 찍어보고 저만의 등산코스를 짜서 매일 다르게 등산하는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아무래도 가장 가깝고 운동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구룡산 등산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중이에요. 나름 한번 마음먹으면 그래도 꾸준하게 지키는 타입이라 열심히 등산기록을 쌓고 있습니다.
주 3회 이상 등산을 다니다 보니 등산은 전신운동이고, 정신 건강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더라고요. 숲길로 들어서서 깊숙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자동차 소음과도 멀어지면서 새소리, 나뭇가지소리, 바람소리로만 채워지니까 좋더라고요. 초반엔 숨이 차서 청각의 변화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는데 등산을 끝내고 숲길을 걸어 나오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자동차소리에 "아! 돌아왔다" 뭔가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주잠깐 도시와 단절된 그런 느낌이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눈바디 체크
굳이 꼴 보기 싫은 나의 체형 변화까지는 사진으로 남겨두지 않았지만, 등산을 시작한 후로 먹는 것엔 변화가 없는데 몸의 라인이 달라진 게 거울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일을 안 하게 되면서 술과 자극적인 음식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확 줄어든 활동량에 비해 먹는 양의 차이는 크게 없어도 살은 붙더라고요. 특히 팔뚝, 허벅지, 허리를 중심으로 아주 전체적으로 살이 붙어있는 걸 확인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등산을 시작한 후로 확실히 눈으로 체크되는 보디라인이 달라지더라고요.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 정신상태 강화
확실히 일을 할 때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그냥 의자에 앉기만 하면 일을 휘리릭했지만 자발적인 일들에 있어서는 '내 하고 싶을 때 하는 습관'이 튀어나와 집안 인테리어도 바꿔보고, 산책도 다녀오고 해도 며칠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더라고요. 귀찮아서 커피도 안 먹게 되다 보니 뭔가 정말로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정상가까이 오를수록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면 기분 좋은 옥시토신 토파민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등산을 끝낼때즘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은 용기를 장착하게 되더라고요.
근부자는 종아리근육을 얻습니다.
지금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근육이 잘 붙는 스타일이라 저만 그런지 알았는데 엄마, 아빠, 동생까지 집안 모두가 별도 운동을 안 해도 생활 근육이 생기고, 기초 대사율도 높아 살찌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유독 팔뚝과 다리근육이 눈에 보이게 단련이 되는데 등산을 하면서 더 튼튼해진 거 같더라고요. 종아리는 제2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혈액순환에 중요한 역할이라 그런지 정말로 다리 저림 증상이 없어져서 나이가 먹을수록 하체근육을 키워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그냥 종아리근육은 안고 가기로 했습니다.
등산 후 붓는다면 짠 음식을 멀리하세요.
근육이 생기는 건 생기는 건데 뭔가 붓는 느낌을 받아서 "왜 붓지?"를 고민해 보니, 내가 음식을 짜게 먹나? 싶더라고요. 코로나 이후로 냉동식품 퀄리티가 너무 좋아져서 쉽고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볶음밥을 맛별로 주문해서 먹고 있었는데 염분이 많이 들어갔나? 싶더라고요. 뭔가 짜게 먹고 등산을 하면 물먹는 양이나 횟수도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다 보니 부종이 생기는 거 같아서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길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나무 위에 개미도 눈여겨보게 되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쳐다보면 작은 새가 있고, 돌탑이 보이면 내돌도 올려놓고 소원도 빌고, 힘들게 올라온 정상에선 엄청난 성취감도 느끼게 되더라고요. 뭔가 해낸 느낌이 뭔가 해낼 수 있는 기운까지 얻고 오니 등산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프면 무엇보다 무기력해지는 게 가장 두렵더라고요. 나잇대가 있으신 어르신들이 저보다 숨이 덜 차고 거침없이 오르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니 결코 등산을 멈추고 싶지 않더라고요.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