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교수님의 진격의 거인 세계관 리뷰를 보고
Words by Jeong-Yoon Lee
워런 버핏이 은퇴하면서 했던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어요. 찰리 멍거에게 "그 누구와도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죽은 사람들을 포함해서 누구와 식사를 하고 싶나요?' 찰리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나는 이미 모든 사람과 점심을 먹었어요. 그들의 책을 다 읽었거든요"
살면서 책 많이 읽고 손해 볼 일은 없는 거 같아요. 저도 챌린지처럼 책을 읽어나가고 있는데, 작년부터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게 되면서 평소 눈길도 주지 않던 우연한 경로로 읽게 되면서 큰 인사이트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렇게 만나게 된 책 중 하나가 ‘브랜드 대표 자서전’이었어요. 브랜드의 탄생부터 역사, 철학, 운영방식, 신념, 마케팅의 의지, 가족 이야기 등 책을 읽어야만 할 수 있는 내밀한 부분들까지 알게 되니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이 세상에 모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 만날 순 없으니 그들의 책을 읽어보기라도 하는 노력을 해야겠다. 그런 분 중에 한 분이 유현준 교수님이에요. 작년에도 교수님의 책 소개로 초공간을 읽었는데, 제목과 표지에서 짐작할 수 없었던 인간과 공간에 대한 깊은 내용들이 좋았어요. 한동안 주변 사람들한테 "초공간 진짜 좋아!"라고 말하고 다녔던 거 같아요.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유현준 교수님 유튜브에서 진격의 거인 세계관 리뷰를 보게 되었어요. 유독 조회수가 눈에 띄기도 해서 뭐야 나만 모르는 진격의 거인 이야기는! 진격의 거인을 보지 않고 리뷰를 봐도 굉장히 흥미롭고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월요일부터 94화를 정주행 하기 시작했습니다. 3일 안에 끝내고 싶었지만 6일 정도 걸린 거 같아요. 중간에 보면서 잠들고 딴짓을 할 때도 있어서 어랏? 왜 갑자기 내용이 이렇게 되었지 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그 부분을 찾아서 다시 보기까지 했어요.
진격의 거인 94화를 다 보고 유현준 교수님의 리뷰를 다시 보니 역시 교수님 해석은 너무 멋졌어요. 진격의 거인을 보기 전에 읽고 싶어서 빌려둔 책이 있는데 도널드 밀러의 무기가 되는 스토리라는 책입니다. 앞서 읽었던 히든 스토리처럼 브랜드 전쟁에서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이에요. 저의 성격 대로였다면 책을 먼저 읽고 보상 느낌으로 진격의 거인을 보려고 했겠지만 이번에는 먼저 진격의 거인을 보고 싶더라고요. 굉장한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 작품이라 보는 것만으로 여러 의미로 공부가 될 거 같았거든요.
유현준 교수님의 리뷰와 직접 TV 시리즈로 94화를 보면서 보는 내내 감탄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나는 생전 본 적도 없던 진격의 거인이었지만 들어는 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을 명작들은 시간이 지나고 봐도 그 감동의 여운이 긴 거처럼 볼 때마다 다른 감정과 해석들이 난무할 거 같아요. 1화부터 94화까지 빨려 들어가듯 보게 되어서 지루한 부분이 1도 없었더라고요. 캐릭터마다 서사도 완벽하고 모든 대사 중에 명언들이 흘러터져서 다 적어두고 싶을 정도였어요.
새겨두고 싶은 진격의 거인 속 대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세상을 바꾼 거야.”
— 진격의 거인 42화, 〈회답〉 중
“꼭 특별해야 하나요?
적어도 이 아이는 위대하지 않아도 돼요.
남보다 뛰어나지 않아도 돼요.
이 얼굴을 좀 보세요. 이렇게 귀엽잖아요.
그러니까 이 아이는 이미 위대해요.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요.”
— 진격의 거인 48화, 〈방관자〉 중
고민해 봤자 소용없는 일을 고민했거든
왜 나에겐 미카사나 병장님 같은 힘이 없을까
질투했어
하지만 병장님과 너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잖아
그러니까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하나로 합쳐서
커다란 힘으로 바꾸면 되는 거야
사람이 저마다 다른 건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
— 진격의 거인 49화, 〈탈환 작전의 밤〉중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으니까.”
— 진격의 거인 54화, 〈용자〉 중
거짓말을 잘하는 방법이 뭔지 아나?
거짓에 진실을 섞는 거다.
— 진격의 거인 71화, 〈이끄는 자〉 중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 진격의 거인 91화, 〈하늘과 땅의 전쟁〉 중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날
아직 세상에 물질만이 존재하던 시절
온갖 것들이 생겨나고는 사라지길 반복하다가
이윽고 어떤 것이 살아남았어
그걸 생명이라 부르지
결과적으로 생명이 살아남은 이유는
증식하는 성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야
생명은 증식하기 위해 모습과 형태를 바꿔 나갔고
온갖 환경에 적응해서 오늘날 우리에 이르렀다
더 많이, 더 널리, 더 풍요롭게
즉, 삶의 목적은 증식에 있어
— 진격의 거인 92화, 〈심장을 바쳐라〉 중
해가 질 무렵
언덕 위 나무를 향해 셋이 달리기를 했어요
먼저 말을 꺼낸 에렌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고
미카사는 일부러 에렌보다 늦게 달렸죠
전 당연히 꼴찌였고요
하지만 그날은 바람이 따스해서
그저 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어요
낙엽이 휘날렸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여기서 셋이 달리기를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닐까 하고요
비 오는 날 집에서 책을 읽을 때도
다람쥐가 제가 주는 열매를 먹었을 때도
애들과 시장을 돌아다닐 때도
그 생각을 했어요
그런 소소한 순간들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죠
— 진격의 거인 92화, 〈심장을 바쳐라〉 중
특히 92화에서 지크와 아르민의 대화 장면 “지크: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날... 삶의 목적은 증식에 있어.” “아르민: 여기서 셋이 달리기를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닐까 하고요.” 이 두 장면이 대비되는 대화 방식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생존의 본능과 존재의 이유, 진화의 전략과 일상의 소중함 같은 세계 안에서 서로 다른 결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게 참 묵직했어요.
인간관계와 존재의 의미
인생을 살면서 가족, 친구, 동료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쌓으면서 깊은 감정과 경험을 나누게 되기도 하잖아요? 가족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친구로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동료들과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등 고민해 보게 하는 시간도 되었어요. 생존은 전략 싸움이구나! 인간은 대단한 어떤 것을 이루지 못해도 아주 작은 소소한 기억들이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구나! 인간은 혼자서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 힘을 모으면 못해낼 것이 없잖아요? 어둡고 힘든 시기에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의지도 좋았어요.
마무리를 지으며 하트페어링 10화 중 찬형과 채은님의 데이트 대화가 떠오르는데 그냥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환경과 어떤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충분히 고민한 뒤에 결정해야 한다는 것. 저 또한 결혼과 아이에 대한 평소 생각이라 매우 공감한 장면이에요. 현재 2025년을 살고 있는 나 이전 과거 속에 대체 얼마나 많은 인류의 희생과 죽음으로 지금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앞으로 인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내가 죽고 없어질 미래의 세상에서 지금 우리의 작은 선택 하나하나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 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환경을 조성해 주고 싶은지 결국 인간이 미래네요.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셜록현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