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래도 롤 안 할 거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

by 앤트윤antyoon

롤을 하지 않지만, 아케인은 정주행

Words by Jeong-Yoon Lee


온라인 게임이라고는 컴퓨터 자체에 깔려 있던 카드게임이 전부였던 저에게 아케인 (Arcane)은 무척 생소했어요. 진격의 거인 94화를 정주행하게 한 유현준 교수님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 리뷰였던 아케인을 보고 바로 시즌 1, 2 정주행을 했어요. 롤 게임이라는 세계관을 가져와 이런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었다니 교수님 말씀처럼 애니메이션 수준이 너무 높아진 거 아니냐고요!


인물들 표정과 감정의 디테일이 너무 세밀해서 '실사인가?'싶은 순간들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인물들이 눈빛 하나로 감정을 말하고, 손끝 움직임만으로 이야기 흐름이 바뀌기도 하죠. 특히 징크스의 감정 폭발 장면은 거의 영화급 몰입도를 보여줍니다. 결국은 ‘LOL을 더 많이 하게 만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겠죠. 확실히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는 스토리와 세계관의 깊이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징크스를 보며 자꾸만 조커와 할리퀸이 떠올랐어요. 화려한 메이크업과 헤어, 의상들까지 완벽하게 스타일리시해요.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연출력, 말 그대로 미쳤어요. 그리고 빅토르는 늘 병약했던 탓인지 기술로 자기 삶을 바꾸고자 하는 집념이 느껴졌어요. 인간이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그래서 더 공감되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천재지만 약한 몸과 자운 출신이라는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이스는 “아, 이게 진짜 과학자지” 싶었어요. 긍정적인 과학자의 시선이 세상을 바꾼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랄까요. 과학자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발전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니까요.


가장 강렬했던 대사, "인간성" 아케인 시즌 2 6화에서 빅토르가 혼잣말로 "이젠 이해할 수 있다. 패턴 속에 숨겨져 있던 메시지를 우리 공동체가 실패한 이유를 알겠다. 박사님(하이머딩거)이 옳았다. 그걸 피할 순 없었다. 인간성 그건 우리의 본질이니까 우리의 감정 분노 연민 증오 이 모두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단단히 묶여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가장 큰 선으로 인도하는 바로 그것이 우리에겐 가장 큰 악의 근원이기도 하다" 이 대사에서 말하는 “인간성”이란 말, 이제는 그 단어만 들어도 아케인에서 느꼈던 인간 감정의 양면성이 떠올라요. 분노와 연민, 사랑과 증오, 희망과 절망. 모두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강렬한 세계관, 드라마, 비주얼, 음악 등 볼거리가 넘쳐나는 작품이에요. 게임 원작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애니메이션 작품으로써 뛰어난 예술적 작품이기 때문에 다들 봤으면 좋겠어요. 계급 갈등, 가족의 붕괴, 기술의 윤리, 정치의 이면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환상적인 비주얼과 함께 풀어냅니다. 특히 자매 바이와 징크스의 엇갈린 운명은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격의 거인 94화 정주행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