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끌렸던 WHY? 왜의 쓸모

왜의 쓸모 찰스틸리의 책

by 앤트윤antyoon

쨍한 오렌지 컬러에 검정 글씨로 적힌 WHY? 커버부터 마음에 들더라구요.


올해 첫 책으로 찰스 틸리의 '왜의 쓸모'를 읽었습니다. 아주 공들여 정성스럽게 읽었다기보다는, 읽는 동안 떠오른 생각들을 흐름대로 적어보려고 해요.


연프 리뷰를 보다 보면 싸우는 커플을 보며 “아니, 저 둘은 대체 어떻게 몇 년을 사귄 거야?”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둘이 대화를 하고는 있는데, 사실상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거든요. 한 명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한 명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서로의 말을 받아들이려는 시도 자체가 없는 장면들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연말에는 유독 연예 뉴스 쪽도 시끌시끌했죠. ‘서로 말만 잘 통했어도 저 지경까지는 안 갔을 것 같은데...’ 싶은 안타까움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한쪽은 사적인 이유로 꼬인 관계를 풀고 싶어 하고, 다른 한쪽은 공적인 문제를 먼저 명확히 정리하려고 하니, 결국 대화의 결이 맞지 않아 더 크게 엇나가 버린 것처럼 보이더라구요.


저는 수줍고 조용한 편이라,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멋지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 사람의 말에는 어떤 방식이 숨어 있을까?” 같은 궁금증을 가져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더라구요.


책을 읽다 보니 가족, 친구, 지인, 이성, 애인, 동료, 상사, 선배, 후배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대화를 풀어가는 방식이 사람마다 꽤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초년생 때는 그 구분을 잘 몰라서 말실수를 했던 기억도 떠올랐고요.


확실히 나잇대가 달라질수록 사회생활에서는 더 명확하게 말하게 되고, 일상에서는 ‘그러려니’로 넘기게 되는 순간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에 에너지를 더 쏟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한쪽은 “그럴 수도 있지”로 흘려보내게 되는 거죠. 둘 다에 같은 강도로 에너지를 쓰긴 어렵더라구요.


‘말 잘하는 사람’ 하면 요즘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잘 살린 통찰을 조리 있게,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사람들. 그리고 Q&A 영상 같은 걸 보면 그 사람의 인생관까지 보이는 느낌이 있죠. 스토리텔러라는 직업군이 왜 떠오르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같은 실화라도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흥미가 살아나기도, 반대로 흥미가 확 꺼지기도 하니까요.


제가 떠오르는 대로 여러 대화 방식의 사례를 나열해 봤지만, 책에서는 대화마다 이유를 제시하는 방식이 관습, 이야기, 코드, 학술적 논고라는 네 가지 범주로 나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결국 관습, 이야기, 코드, 학술적 논고. 이 네 가지 방식에 따라 대화의 형식과 이유 제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해 주는 책이었어요. 읽다 보면 “아, 이 사람은 늘 이런 방식으로 말했지” 하면서, 나와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 얼굴이 스쳐 지나가고, 예전 대화들이 툭툭 떠오를지도요.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이 딱 하나, 꽤 명확하게 남았습니다. 나와 층위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자세히 설명되어야 한다는 말이요. 우리는 흔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정도 운만 띄우면 알아채겠지?” 하고 넘겨짚는데, 상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처음에는 “엥? 가까울수록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하고 의아했는데, 곱씹을수록 맞는 말이더라고요. 가까운 관계일수록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설명해줘야 한다는 걸, 단번에 납득하게 됐습니다.


관습과 이야기 챕터는 비교적 이해가 잘 됐는데, 코드와 학술적 논고에서는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만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학술적 논고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조한다”는 대목을 읽을 때는, 너무 당연한 말 아닌가 싶다가도 요즘 변호사나 기자들의 유튜브 채널을 자주 보다 보니 또 다르게 들어오더라고요.


특히, “전문가인 화자는 관습과 이야기를 자신이 선호하는 관용어로 번역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번역에 협력하도록 지도하는 데 능숙하다.” 이 문장이 저는 아주 크게 납득됐습니다. 전문가들이 어려운 논리를 ‘사람들이 이해 가능한 말’로 바꿔주고, 그 프레임 안에서 함께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의미로 읽혔거든요.


책을 덮을 때쯤에는, 제가 하는 일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하는지 조금 더 명확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나의 대화 방식, 상대의 대화 방식, 그리고 관계와 힘의 구조를 좀 더 또렷하게 파악해보고 싶으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2026년이 되면서 새해 계획이나 목표를 두고도 “그런 거 세우지 마라, 실망만 한다”파와 “그래도 유튜브든 어디든 떠벌려놔야 반이라도 성공한다”파로 나뉘던데, 어떤 쪽이든 화이팅하십셔!


L1630347.JPG
L1630406.JPG
P20251222_144826689_D29E1565-90F3-48A7-9DF1-B89EC54BA332.JPG
P20251229_125001665_6199097C-9C17-48F5-A2BD-51F7C60F499A.JPG
P20251229_161609655_58B20FE9-CBC7-4E41-B94F-69F487CB7E9E.JPG
P20260105_150926188_8FEF4BE9-57C8-4DE7-9B2C-54385421FE62.JPG
P20260105_150944186_9FF97DB8-56BA-4278-AD41-411880B2D0FD.JPG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