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 존재의 균형감
By Jeong-Yoon Lee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지만 특히 엄마랑 함께 보면 좋을 뮤지컬 친정엄마를 보고 왔어요. 오늘 제가 보고 온 공연의 엄마역은 이효춘님 딸역은 원더걸스였던 선예님이었어요. 처음엔 선예님인지 몰랐는데 아무래도 출연진을 알고 와서 알아봤지 안 봤으면 몰랐을 정도로 성숙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엄마의 시선, 딸의 시선 속 엄마와 딸의 내밀한 감정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연기력 끝까지 몰입해서 잘 보고 왔습니다. 김수미님이 연기하는 엄마역도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은 없었어요. 엄마 나이대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음악들이라 손뼉 치며 따라 부르게 되는 노래들도 많았습니다.
제목부터 친정엄마라 눈물 버튼이 눌리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판 깔아놓고 "울어" 하면 안 울게 되잖아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울컥 올라오게 되는데 딸의 대사 중에서 "내 곁에 계속 있을 줄 알았어"라는 말을 듣는데 갑자기 감정이입이 되면서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그리고 반성하게 되는 대사는 "엄마의 첫 번째 사랑은 나였지만 나의 첫 번째는 엄마가 아니었어"이 말도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 왜 우리는 항상 엄마의 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일까요? 막상 효도하려고 하면 부모님은 많이 늙어서 여행을 하기도 힘들어하시는데 눈앞에 보여야 후회라는 걸 하게 되더라고요.
뮤지컬 친정엄마 인터파크 관람평에서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엄마와 딸의 단순한 스토리예요"를 봤어요. 맞아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엄마와 딸의 이야기입니다. 현재 딸 나이가 30~40대의 자라온 사회적 배경 이해도가 있다면 누구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어요. 요즘 10~20대의 엄마와 딸의 문제와 감정선은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어린 시절만 해도 사회적인 빈부격차는 크게 느껴지지 않아 비슷비슷한 풍경이었는데 요즘엔 많은 차이가 있구나를 느끼고 있거든요. 드라마 응답하라 1988만 봐도 살림살이가 비슷비슷해 보이잖아요.
요즘 세대의 엄마와 딸들은 어떤 감정 교류가 있는지 궁금해지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예전엔 나의 속내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의지하고 도움을 요청하던 가족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엔 서로에게 부담과 피해를 주기 싫어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거나 괜찮은 것처럼 꾸며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물질주의의 소유를 버릴 순 없으니 스스로 괜찮은 상태일 때만 부모에게 연락을 드려 걱정을 안 끼쳐드리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런 시간적인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서울에서 부모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겠구나 싶어 막막해지더라고요.
있는 그대로 부모는 나를 사랑해 줄 테니, 나도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자! 인생은 기대치 조율만 잘하면 꽤 괜찮은 삶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떼돈을 벌었다고 해서 만족하게 될까요? 그 떼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그리는 나의 존재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떼돈까지는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스스럼없이 부모님께 혈육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5월이 되어봅시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