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할 줄 알아? #3

손발 맞추기

by 꽃지아빠

왼쪽 팔로 물을 한 번 크게 저은 후에,

왼발, 오른발 한 번씩 발을 찬다.

다시 오른 팔로 물을 한 번 저은 후에,

왼발, 오른발 한 번씩 발을 찬다.


머리 속에 위의 말만 생각한다.

그리고 수영장 벽을 차고 앞으로 나아간다.

왼 팔을 한 번 젓고 발차고,

오른 팔을 젓고 발차고,

왼 팔을 한 번 젓고 발차고,

오른 팔을 젓고 발을 차야 하는데…

호흡에 신경을 쓰니 발차기가 되지 않았다.


발차기가 빠지니 급격히 몸이 가라앉는 듯하다.

그래서 다급히 발차기를 해서 물에 몸을 띄운다.

그러고 나면 호흡이 무척 급해진다.

그러면 다음 번 호흡할 때 다시 균형이 무너졌다.

계속 반복되고 있다.

어떤 동작이 몸에 익숙해 지는 것이 쉽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다.

25m를 가도 예전처럼 힘이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크게 호흡하고 한 번 수영하고,

한 참을 벽을 매달려서 호흡을 다듬어야 했다면,

지금은 잠깐만 호흡을 가다듬으면 다시 수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예전까지는 100m 전력질주를 했다면,

지금은 장거리 달리기 모드로 전환이 된 것이다.

다만 몸에 동작이 익숙해 지지 않아서

호흡할 때 발차기가 빠지거나,

발차기를 할 때 호흡이 엉망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점점 좋아지고 있긴 하지만 마음이 다급하게 느껴진다.


오늘이 세 번째 강습 시간이다.

태서 선배한테 수영을 배우면서 바뀐게 있다면,

수영을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한다는 것이다.

강습도 그냥 내가 알아서 해야 하니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정해야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어떤 것을 연습해야 하는 지 내가 정해야 했고,

선배가 알려준 범위 내에서 내가 결정하는 것이 많아졌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되면 무척 기분이 좋았다.

수영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게 느껴진다.


선배랑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왔다.

그리고 저번에 알려 준 손 한 번, 발차기 한 번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습을 아주 놀라운 변화를 주었다.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

벽에 한 참 붙어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이 없어지니,

더 많은 시간을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태서 선배의 조언이 핵심을 간파한 것이다.

다만 내 몸이 내 생각을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거…


한 참을 연습하고 있는데 선배가 풀로 들어왔다.


“선배, 여기요~”


나도 모르게 반가움을 극하게 표현했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본다. 쪽팔린다.

그래도 내가 어떤 변화가 생겼는 지를 빨리 얘기해 주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고 싶었다.


선배는 웃으면서 내 쪽 레인으로 들어왔다.


“제가 지난 주, 선배 가르침대로 손 한 번, 발차기 한 번을 꾸준히 연습했어요.”


“대견한데, 그걸 손발 맞추기라고 해.”


“손발 맞추기요?”


“응, 손하고 발의 동작을 맞추는 연습이야.

손발의 동작을 이상적으로 맞추게 되면 가장 빠른 스피드가 만들어 질거야.”


“그래요? 단순히 발차기를 줄이려는 게 아니었네요?”


“그럼, 앞으로 손발 맞추는 연습은 무척 많이 하게 될거야.

발차기도 그 기술이 다양하고,

몸의 기울어지는 정도와 타이밍에 따라 부력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추진력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달라지거든.

또한 팔을 젓는 스트로크 또한 다양한 구분동작이 있고,

그 동작들이 얼마나 부드럽게 연결되는 지가 중요하고,

그렇게 완성된 스트로크가 발과 어떤 조화를 이루는 지,

왼 팔과 오른 팔이 어떤 조화를 이루는 지에 대해 다른 게 느껴지지.

이 모든 것의 핵심적인 의미는 하모니야.

호흡과 오른 팔, 왼 팔, 오른 다리, 왼 다리, 몸통과 모든 것의 타이밍.

마치 락밴드가 오랜 연습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것과 같은거야.”

순식간에 쏟아져 나와버린 선배의 말에 잠시 몸이 굳었다.

선배가 마치 불경을 읽는 듯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하모니란 단어는 확실히 들어왔다.

내가 처음 연습한 것이 바로 손과 발의 타이밍을 맞추는 하모니 연습이었다.

락밴드가 서로 다른 연주를 하는 게 아니라,

최소한 박자에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근데요, 왼쪽 손으로 물질을 할 때는 발차기가 잘 되는데, 오른 팔이 물을 저으면 발차기가 맘대로 되질 않아요. 왜 그런 거에요?”


“오늘 강습의 핵심을 이렇게 질문으로 해 주니 놀라운데?”


“오늘 가르쳐 줄 내용이었어요?”


“응, 오늘은 지난 주보다 더 간단해.”


“근데요. 이론으로만 알려주시는데요, 동작도 좀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그건 호흡이 트이면 해줄게.”


“에이, 너무해요”


“지금은 다른 모든 건 하던 대로 하고, 호흡 트는 데만 집중하는 거야.

막상 호흡이 트이면 여유가 생겨서 실력이 아주 빨리 늘게 되거든.

나만 믿고 호흡에 집중해 보자.”


“네… 오늘은 무엇을 알려주실 건가요?”


“우선, 지난 주에 숙제 확인을 하고. 연습을 하니 느낌이 어땠어?”


“한 가지 확실히 변한 건 예전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거에요.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도 거의 없어졌어요. 느낌이 완전히 확 달라졌어요.”


“제대로 연습했네. 그럼 이번 주 수업 내용을 알려줄게.”


“......”


“오늘 알려줄 내용은 호흡에 관련된 거야.

우선 호흡을 할 때, 천장을 바라봐.

그러면 호흡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시선은 약간 뒤를 바라 보는 거야.

그래서 스트로크를 마친 오른 팔을 보고 숨을 깊게 들이 마시는 거야.”


“천장을 바라보고, 물 밖으로 나온 오른 팔을 보고 호흡을 하는 건가요?”


“응, 다시 그 의미를 설명해 주면 천장을 보는 이유는 호흡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위해서고,

오른 팔을 보는 이유는 호흡 타이밍을 맞추는 거야.”


“호흡 시간을 늘리고, 타이밍을 맞추는 연습인거네요?”


“맞아. 정확한 표현이야. 내가 지금 알려 준 호흡이 몸에 익혀지면,

손발 맞추기도 거짓말처럼 맞아지게 될거야.”


“오,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


“응, 그럼 연습해. 한 달이면 앞으로 이삼주 지나면 1키로를 수영하는 본인의 모습을 기대하면서.”


“25m를 겨우 가는데, 가능할까 싶기도 해요.”


“아냐, 아주 잘하고 있어. 오늘 알려준 내용을 연습하면 뭔가 확 오는 게 있을거야.”


“네, 그럼 열심히 연습할게요.”


“그래, 다음 주 같은 시간에 보자.”


선배는 말을 하고 손 한 번 흔들고는 유유자적 고수들 레인으로 사라졌다.

알려 주는 거 진짜 없는 거 같으면서도

엄청 중요한 것을 알려주는 거 같으면서도

신비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 같다.

지금까지 한 손발 맞추기 연습.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는 호흡.

물 밖에 나온 오른 팔을 보고 호흡하는 타이밍.

이걸 하면 정말 멀리갈 수 있을 거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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