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 가서 절대 얘기하지 마세요

여러분 고맙습니다.

by 무이무이

나에겐 아들이 하나 있다.

탯줄을 자르면서 새 생명의 신비와 탄생의 감격에 눈물 흘린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그 녀석 때문에 울고 웃고 지지고 볶던 세월이 벌써 22년이 지났다


40이면 불혹, 50이면 지천명이라는데,
먹고 사느라 별 한 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던 내가
요즘은 빛의 본질, 우주의식, 인간의 의식 같은 걸 붙들고 앉아 있으니
사람 참 오래 살아봐야 안다.


밤하늘을 보다 보면
별들이 반짝이는 게 아니라 마치 우주가 말을 거는 것 같다.
어쩔 땐 영화관 맨 앞자리에서 VR 체험하는 것처럼
별빛이 머릿속을 돌아다니고, 소리도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사유 속에 빠져 살던 어느 날,
술 한잔 들어갔고, 정신이 살짝 풀렸는지
아들놈을 붙잡고 그간 참고 참았던 나만의 ‘우주 이론’을 한바탕 늘어놓고 말았다.


내가 브런치에 연재 중인
우주 생성 원리, 빛의 주기성, 인간 의식의 근원 같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시작한 지 1주일밖에 안됐지만)


평소 같으면 역사니 우주니 하는 얘기 들으면
“아빠, 제발... 다른 얘기 좀 하자” 하며 질색하던 녀석이
그날은 꿋꿋하게 다 들어줬다.

아들 엄마는 옆에서 “그만해, 아들 정신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하는 잔소리를 슬쩍 던졌지만, 못 들은 척 나는 내 얘기를 계속했다.

그러자 이야기가 끝날 무렵, 아들이 진지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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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신선하고 재밌는 얘기 같아요. 그런데요…

그 얘기… 꼭 저한테만 하시고, 다른 데선 절대 얘기하지 마세요.”


“아니면 그냥… 종교를 하나 만드는 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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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고, 기가 막히고, 웃기기도 하고.
맹랑하긴. 그래도 정말 고맙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존중해 줘서.
그 밤, 아들과의 짧은 대화는 내겐 참 소중했다.


읽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철학인지 뇌피셜인지 모를 글, 귀에서 피나고 눈이 어질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 웃고 넘기셔도 좋고,
잠시 우주를 떠올리며 하늘 한번 올려다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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