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뇌를 깨우는 법 7 : 블랙홀》

블랙홀의 방식

by 무이무이



보통 블랙홀 하면 “모든 걸 집어삼키는 우주의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삼켜서 끝장내는 파멸의 심연.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블랙홀은 은근히 창조적인 캐릭터다.

블랙홀은 편식하지 않는다. 별, 가스, 빛, 지나가던 행성, 심지어 당신이 야식으로 몰래 먹은 치킨 뼈다귀까지(!) 가리지 않고 다 빨아들인다. “이건 살 안 찌겠지” 하고 뱃속에 집어넣은 라면 국물까지 다 흡수한다면…( 네, 블랙홀은 다이어트와는 거리가 멉니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들어간 것들은 인간의 눈에도, 블랙홀 자신에게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뒤섞인다. 말하자면 거대한 우주 믹서기 같은 셈이다. 일단 들어간 건 뭉개지고 섞여서 우리가 상상도 못 한 조합을 준비한다. 그러다 한계점을 넘어서면, 블랙홀은 제트 분출이라는 방식으로 우주에 새 물질을 뿜어낸다. 단순히 먹는 괴물이 아니라, 사실은 창의적인 요리사 같은 존재인 셈이다.

창조적인 뇌도 이 원리와 똑같이 움직인다. 뇌는 끝없이 흡수한다. 책에서 본 문장, 길가의 간판, 친구의 농담, 회의 시간에 들었던 상사의 잔소리, 심지어 “고객의 갑질” 같은 짜증나는 경험까지 — 전부 들어와 축적된다. 그리고 뇌 속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서, 그것들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뒤섞이며 중첩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으면 전혀 예기치 못한 아이디어로 터져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 고무와 연필심이 만나 지우개 달린 연필이 되었고,
* 빵과 고기가 만나 햄버거가 되었으며,
* 치킨과 마요네즈가 만나 치킨마요 덮밥이 되었다. (야식 블랙홀의 대표적 분출물)
* 낡은 LP 위의 스크래치와 전자 비트가 만나 힙합이라는 장르가 태어났고,
* 심지어 한 제빵사가 고객의 말도 안 되는 갑질에 빡쳐서 반죽에 초콜릿을 던져 넣었더니… 초코칩 쿠키가 세상에 등장했다는 전설도 있다. (분노의 에너지조차 창조로 바뀐다!)
* 실패와 곰팡이가 만나 페니실린이 발명된 건 과학사에 남는 대표적인 블랙홀식 기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의미가 있어 보이든 없어 보이든 무차별적으로 흡수하는 과정이다. 쓸데없어 보이는 경험조차 삼켜야 나중에 의외의 조합이 가능해진다. 뇌 속의 블랙홀이 “이건 쓰레기야” 하고 골라내지 않고, 일단 집어삼키는 태도가 창조성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언젠가 그 혼돈이 임계점을 넘으면, 전혀 예상 못 한 순간에 아이디어라는 제트 분출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러니 창조적인 뇌를 깨우고 싶다면, 당신 안의 블랙홀을 믿어라.
마구 흡수하고, 뒤섞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출의 순간을 즐겁게 기다려라.

어쩌면 당신이 오늘 겪은 황당한 갑질, 짜증 나는 실수, 심지어 라면 국물 흘린 사고까지도 — 내일 당신의 창조적 뇌 속 블랙홀에서 초코칩 쿠키가 되어 튀어나올지 모른다.

당신의 뇌는 지금 이 순간도 우주처럼 어둠 속에서 별을 굽고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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