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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Sep 23. 2021

나무들의 밤(The Night of TREES)

지역과 사회를 위한 작은 실천

나무들의 밤 퍼포먼스 중인 안산 청소년열정공간99°C 청소년들

나무들의 밤(The Night of TREES)

모두가 잠든 시간의 나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무들의 밤은 인도의 작은 출판서점에서 출간한 그림책의 제목이다. 원제는 'The Night Life of TREES'. 청소년열정공간99°C의 김부일 선생님께서는 종종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책을 소개해주시곤 한다. 올해 초에도 어김없이 그러한 책을 선물해주셨는데 그 책의 제목은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였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라니, 너무 좋지 않은가? 내가 12년간 공교육에서 배웠던 90~00년대의 세계관과 정 반대의 지점에서 던져오는 물음들.


알록달록 외형적으로 이쁘게 생긴 이 책은 인도의 출판서점 타라북스의 세계관과 태도, 그리고 지역 및 마을 공동체와 함께 그림책을 만들며 살아가는 방식과 철학 그리고 사람들에 관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중 나무들의 밤 이야기에 강하게 매료된 나는 한국에서도 책을 구할 수 있다는 소식에 서둘러 주문을 끝 맞추고 배송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처음 마주한 타라북스의 그림책, 나무들의 밤은 오감을 자극하는 책이었다.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여 무독성 잉크로 만들어진 나무들의 밤에는 화려한 색감의 독창적인 나무들이 존재했으며, 오묘한 질감과 냄새가 마치 '그곳'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게 만들 정도였다. 이 책을 처음 소개해준 김부일 선생님과 만나 타라북스에 관하여, 나무들의 밤에 관하여 나누게 된 것이 수차례. 그 결과 탄생하게 된 것이 오늘날의 나무들의 밤이었다.


무튼, 나무들의 밤은 그렇게 출발하게 되었다. 그림책으로 구성된 내용은 생략하고 이야기 속 주인공인 '나무'에 집중해보자. 수백 년 된 고목이나 고도가 높은 산, 혹은 국립공원 등에서나 맞이할법한 웅장함 혹은 신비한 느낌의 나무가 주는 기운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 하지만 산 많고 물 많은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이라면 이게 무엇인지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전부터 그러한 나무가 주는 신성한 기운을 좋아했고, 어릴 적 '나무 같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고 적어냈던 기억이 잔존해 있는 추상적인 사람인가 보다.


나에게 안산이란 지역은 어떠한 의미일까? 나는 안양에 거주하고 있지만, 대학교 재학 시절인 13년도부터 졸업 후 청소년열정공간99°C와의 인연으로 오늘날까지 지속해온 안산과의 인연은 안양보다 더 큰 애정과 관심으로 충만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지역 곳곳의 역사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와 안산 지역의 연대의식을 더욱 곤고히 묶어주는 아교 역할을 해준다.


그렇게 사리역과 역을 둘러싼 산책로를 중심으로 안산에 거주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나무들의 밤을 수놓는다. 수인선 사리역을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느끼며 청소년의 눈으로 새롭게 재해석 한 사리역을 품은 나무들의 밤.


자신의 역할을 마치고 폐역이 되었던 시절부터 작년 가을, 새롭게 재개한 사리역은 단순한 교통수단의 의미를 뛰어넘어 누군가의 기억 속엔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향수 짙은 하나의 역사였음에 분명하다.


나무들의 밤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미조의 귀로. 가사를 가만히 곱씹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디론가 되돌아갈 그곳이 하나쯤 존재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린 꿈이 놀던 들판을 지나

아지랑이 피던 동산을 넘어

나 그리운 곳으로 돌아가네

멀리 돌고 돌아 그곳에

담벼락에 기대 울던 작은 아이

어느 시간 속에 숨어버렸는지

나 그곳에 조용히 돌아가

그 어린 꿈을 만나려나

무지개가 뜨는 언덕을 찾아

넓은 세상 멀리 헤매 다녔네

그 무지개 어디로 사라지고

높던 해는 기울어가네

새털구름 머문 파란 하늘 아래

푸른 숨을 쉬며 천천히 걸어서

나 그리운 그곳에 간다네

먼 길을 돌아 처음으로


정미조_귀로 가사


정미조_귀로 가사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만든 청소년들

나무들의 밤은 과거와 현재의 가교 역할로서 '나무'를, 그리고 그러한 나무의 메신저(messenger) 역할로서 청소년을 설정하여 '교감'하는 시간에 집중한다. 학생들은 나무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고 사리역이 품은 이야기에 자연스러운 애정 또한 생겨날 것이다. 약간은 추상적이지만, 때로는 그러한 추상성에 기대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나무들의 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리역과 사리역이 품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지역민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자라나 성인이 될 우리 청소년들에게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품은 '나무'처럼 그들만의 기억과 이야기로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  

나무를 표현하는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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