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교육가 안용세 Sep 23. 2021

만질 수 있는 이야기(Touchable Story)

지역과 사회를 향한 외침

만질 수 있는 이야기(Touchable Story)

이야기를 감각한다는 건 청각과 시각에 국한된 행위이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횡횡하던 시절 나는 안산의 청소년 거점공간에서 이야기를 통한 감각의 확장을 시도했고, 그 결과 만질 수 있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야기의 감각화, 내 손 끝에 이야기가 닿으려면, 그러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 안으려면 어떠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했을까.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했던 것은 분명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만질 수 있는 이야기는 '나'로부터 출발한다.


나라는 존재는 이야기의 보고이자 아직 풀지 않은 랜덤박스와 같다. 예상의 범주에 머무를 때도 있지만 가끔, 아니 종종 그러한 예상 밖 이야기에 노출될 때면 귀로 듣고 눈으로 읽을 때 이상의 이야기를 '감각'하게 된다. 공감된 이야기는 연대와 책임으로 확장된다. 그 순간 우리는 이야기를 몸으로 느끼고 만진다는 정서를 이해하게 된다.    

만질 수 있는 이야기의 핵심 장면을 연기하고 있는 청소년

만질 수 있는 이야기의 첫 시작은 2019년 '생명의 기억' 퍼포먼스를 기획하면서 였다. 4.16 세월호 침몰 사고를 기리는 행사를 준비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당시 4월의 기억을 주제로 공연을 만들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억과 그로부터 파생되어 흘러넘치는 이야기가 공연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이러한 프로토타입의 공연을 시작으로 학생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남의 잣대가 아닌 나의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이를 토대로 만질 수 있는 이야기 제1의 미션이 설정되었다. 이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겪게 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바르게 설정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었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를 선정해 이슈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고, 그러한 이슈와 관계된 억압자와 피억압자로 살아본다. 사전, 사후로 이뤄지는 과정 토론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공연 만들기는 참여한 청소년들이 나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를 적당한 거리에 서서 마주하고 바라보며 본인만의 올바른 관점을 새우게 되는 제2의 미션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MeToo운동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청소년

만질 수 있는 이야기는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에서 '화해와 공존'(peace & reconciliation)을 주제로 워크숍 발제되었다. 전 세계 예술교육가를 대상으로 한 발제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 지역의 사회적 이슈를 어떤 식으로 다루고 바라보며 특히 실천가로서 어떠한 자세로 본인의 작업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해석하고 지역과 사회를 위해 실천하는지에 대한 사례와 제안을 공유했으며, 이를 통해 더욱 풍성한 아이디어를 맞이할 수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만질 수 있는 이야기 시즌2를 운영하였고 추후에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다. 예술교육가로서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나는 어떤 작업을 하는가', '나는 왜 이러한 작업을 하는가', '나는 누구를 위해 작업하는가' 등의 질문이 구체화되면서 한편으로는 잡힐 듯 더 멀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어쩌면, 정답이 없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노력인지도. 그럼에도 만질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지역과 사회 그리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실천가로서 나는 작은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스스로를 위안하며.    



작가의 이전글 나무들의 밤(The Night of TRE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