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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May 16. 2022

하루 인생 04

약간의 불편함 


온종일 내릴 것 같은 비 소식에 오늘은 집에서 꼼짝 않기로 한다. 집에서 내린 커피 한잔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자연스레 집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내가 거주하는 곳은 나를 포함 총 7명의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공생(symbiosis) 중이다. 모든 것이 불편하고 적응하기 어렵던 초기엔 마음 기댈 곳 하나 없는 이곳에 정 붙이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러나 정착한 지 한 달여 즈음되어가는 오늘 과거를 돌아보면 언제 이런 다국적민과 함께 공생하며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를 경험해보겠는가 싶은 마음에 되려 감사한 마음이 뒤따른다. 


피지에서 온 쿠스마(Kusuma),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페트릭(Petrik), 슬로바키아에서 온 마틴(Miatin), 멕시코에서 온 에릭(Erick) 니카라과에서 온 요른(Joren)과 일본에서 온 아라(Ara)까지. 나이도 살아온 환경도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 모두 다른 지구인이 한데 모여 하숙하며 작은 지구별을 구성하며 산다. 일전에 3년간의 남자고등학교 생활과 2년여간의 군 복무를 통해 남자들 간의 생존 방식을 진즉 터득한 경험이 있는 나에겐 남자라서 서툴고 남자이기 때문에 갖는 그들만의 섬세함을 알고 있어 생활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한국에선 줄곧 집에 있을 때면 문득 찾아오던 적막함이 싫어 몸과 마음을 밖으로 향했던 이유모를 적개심이 이곳에선 안정감으로 전환된 것 같아 이곳을 한층 귀하게 여기는 듯싶다. 


"넌 왜 이곳에 온 거니?", "언제 돌아갈 예정이야?" 

과거와 미래를 짐작할만한 몇 가지의 공통된 질문이 오고 가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현재뿐이다. 과거의 그를 알 방도가 없고, 어느 누구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이곳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오로지 지금에 있다. 오늘의 나, 오늘의 너, 오늘의 일상, 오늘의 기분. 매일 밤 집안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각국의 언어가 자장가처럼 들려온다. 누군간 부모님과, 누군간 고국의 친구와, 가까이 있을 땐 그들의 소중한 가치를 알지 못했던 누군가와 나누는 그들의 목소리는 비로소 현재를 매게로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짓는다. 각국의 언어가 울려 퍼지는 그 소리가 이상하리만치 정겹고 때론 그리움을 불러온다. 어쩌면 나 또한 이해할 수 있는 감정과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기 때문인지도. 


약간의 불편함은 늘 존재한다. 그렇지만 불편한 마음은 개선의 여지를 두기에 미래지향적이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이들과 함께 지내고 또다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때마다 마주하게 될 불편함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너와 내가 개선의 여지를 두고 함께 공존하게 될 미래를 향해있다. 불편함을 끌어안을 수 있을 유연한 품을 키워내 보기로 다짐해본다. 그렇게 키워낸 유연한 품은 머지않아 오늘 하루 힘겹게 살아낼 우리에게 새로운 광경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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