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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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을 통해 미지의 생각에 다양한 색을 채워 넣는 과정은 사뭇 흥미롭다. 가벼운 질문에서부터 무게가 실리는 질문까지 질문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전략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사전에 미리 생각한 것에 근접한 답변이 나오거나 반대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답변이 흘러갈 때면 그러한 흐름에 따라 이야기는 넘실대기 시작한다. 대화의 흐름에 따라 평온한 호숫가가 될 수도, 표랑 하는 해안가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나의 직업과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질문하기'에 있지 않나 싶다. 반대로 질문을 받는 상황 또한 너무나 흥미롭다. 질문은 곧 무언가에 대한 관심이기에 관심을 갖고 질문해주는 상대는 기본적으로 애인(愛人)의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과거 한국에 있을 때에도 즐겨했던 것이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이었다.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앞에 두고 즉흥적으로 변주되며 긴장감이 늘 동반되는 활동적 상황에 주로 놓이는데, 그러한 이유 때문에 조용하게 나 홀로 할 수 있는 비움의 시간이 삶 속에 꼭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방법 중 하나가 걷기 명상이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걷기 좋은 길과 걷기 편한 운동화 이것이 전부다. 당신이 거주하는 곳 어디든 그러한 공간만 확보된다면 언제든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 하루 24시간 중 약 1시간 정도의 투자로 얻을 수 있는 꽤나 가성비 훌륭한 비움의 시간이다.
새로운 환경에 놓인 여행자의 삶에서 반복적인 일상의 삶으로 전환되며 걷기 명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격주로 치러지는 시험을 준비하며 생각하게 된 학습된 질문들.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높아진 스트레스 레벨을 낮추기 위해, 정서적 고갈을 호소할 방도를 찾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곤 했다. 걷고 또 걸으며 내가 누군가에게 던진 질문과 그들이 나에게 보태준 질문들에 관하여 숙고의 시간을 길 위에서 가져본다.
이곳에 오고 나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꽤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했다. 깊고 얕은 관계의 폭에 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만남과 헤어짐은 유사한 질문을 반복해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다시금 가라앉힌다. 가볍게 넘나드는 친절과 배려, 가볍게 피워 나는 미소와 웃음이 내가 나고 자란 곳의 정서완 사뭇 다름을 느끼게 하며 그 자체로 '다름'을 체화하는 계기가 된다. 언젠가 내가 던지는 질문이 다름에 대한 깊은 정서가 묻어나기를 소망해본다. 물론 그러한 질문의 밑그림은 사람과 사람 아닌 것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다.